재벌총수 구속·전경련 완전해체 국회토론회…범죄수익 소급 몰수 정당

‘박근혜 정부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아래 박근혜 특검)’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죄와 업무상 횡령·배임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재벌 경제범죄를 막기 위해 민사몰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1월17일 노조가 윤종오(무소속)‧김경협(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주최한 ‘재벌총수 구속·전경련 완전해체 국회토론회’에서 “이재용 구속이 끝이 아니다. 재벌 범죄수익 환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형사 처벌 못 해도 범죄수익 환수 제도 필요”

현행법상 몰수·추징 제도는 형사 처벌을 전제로 하고 있어 범죄자가 형사 처벌을 받지 않으면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없다. 한 예로 검찰이 2014년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범죄수익을 환수해 세월호 참사 피해자를 위한 보상기금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유병언 회장이 사망해 형사 처벌을 못 하게 되면서 추징하지 못했다.

몰수·추징 제도의 허점은 낮은 환수율로 이어진다. 법무부가 2015년 국회에 제출한 ‘추징금 집행현황’에 따르면 전체 추징 대상 25조6259억 원 중 25조5538억 원을 추징하지 못해 미환수율이 무려 99.72%에 달했다.

노조가 윤종오(무소속)·김경협(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게 1월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재벌총수 구속·전경련 완전해체 국회토론회’를 열고 있다. ⓒ 금속노동자

김남근 변호사는 “다른 나라를 봐도 중대 경제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당대에 처벌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처벌할 수 있을 때면 범죄자가 죽었거나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다”며 “형사 처벌을 전제로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제도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도 민사몰수제도를 권고하고 있다. UN이 2003년 채택한 UN부패방지협약은 “사망, 도주, 또는 부재를 이유로 기소할 수 없거나 그 밖의 다른 적절한 경우 유죄판결 없이 관련 재산을 몰수할 수 있는 방안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은 2012년 권고안에서 민사몰수제도 도입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형사 처벌은 사람을 처벌하기 때문에 강한 입증 책임이 따른다”며 “민사몰수제도를 도입해 형사 절차에 따른 강한 입증 책임을 피하면서 범죄이익을 박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체 과제는 소급입법할 수 있다”

김남근 변호사는 과거 발생한 범죄수익까지 몰수할 경우 소급입법*으로 헌법 13조를 어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아래 친일재산귀속법)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친일재산귀속법 위헌소송 사건에서 “예외로 국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어 소급입법이 정당화되는 경우 허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는 “친일재산 취득이 지닌 민족배반적 성격,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선언한 헌법 전문 등에 비추어 친일재산의 소급 박탈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친일재산 환수는 공동체 과업이므로 소급입법의 합헌성을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김남근 변호사가 1월17일 ‘재벌총수 구속·전경련 완전해체 국회토론회’에서 “이재용 구속이 끝이 아니다. 재벌 범죄수익 환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민사몰수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 금속노동자

김남근 변호사는 이 판례를 활용해 “대다수 국민이 권력을 악용해 쌓은 재산을 환수하는 일이 시대 과제라고 인식하고, 부당축재한 사람들도 정상 상황이면 재산을 환수할 거란 사실을 예상할 수 있다”며 “재벌 경제범죄에 대한 소급입법은 합헌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성인 교수는 호주 사례를 들어 소급입법에 대한 우려를 반박했다. 민사몰수제도를 규정한 호주법은 “법령 발효 이전, 이후를 막론하고(whether before or after the commencement of this Act)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의 범죄재산은 언제든지 환수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전성인 교수는 “재산권을 잘 보호하고 있는 호주를 비롯해 영연방 국가들도 범죄수익을 소급입법해 환수하고 있다”며 “범죄수익에 대한 소급입법은 재산권 침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상구 노조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 개회사에서 “금속노조가 그동안 재벌개혁을 위해 열심히 싸웠다”며 “오늘 토론회가 재벌 문제를 사회에 알리고, 재벌개혁 입법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소급입법: 어떤 법을 만들기 이전의 일까지 소급하여 적용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는 일. 헌법 13조 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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