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린 경북 문명고 학운위, 무슨 일 있었나 살펴보니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경북 문명고 학교운영위원회가 연구학교 신청 안건과 관련한 첫 심의에서는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는 학교장이 학부모 위원들과 면담을 진행한 뒤에 근소한 차이로 ‘찬성’이 많아진 결과로 뒤집혔다.

17일 경북교육연대와 경북교육청의 말을 종합하면 경북 경산의 문명고는 지난 15일 경북교육청에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까지 영주 경북항공고와 전국에서 유이하게 연구학교 신청이 유효한 곳이다. 문명고는 신청서에서 연구학교 신청 관련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심의 결과찬성 5명, 반대 4명이었다고 했다.

반대7: 찬성2 ->학교장 면담 -> 찬성5: 반대4

경북 문명고 재학생들이 17일 학교운동장에 집회를 열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 등을 요구했다. © 평화뉴스 제공

그러나 문명고 학운위가 연구학교 안건을 심의한 첫 결정은 반대 7명, 찬성 2명으로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학운위원들의 의사 표현은 연구학교 신청 동의 서명서 제출 여부로 표현했다.

문명고 학운위는 연구학교 신청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오후 5시 문명고 학교운영위원회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학부모위원들은 “논란이 많고 올바른 교과서라는 기준도 모호하다”, “(연구학교를 신청해서)학교가 얻는 것이 뭐냐”는 등의 말로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학운위는 해당 안건을 결정하기 위한 방식으로 동의서명서를 받는 것으로 정했다. 그 결과, 동의서명서를 제출한 사람은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장 2명이었다. 이날 회의에는 12명의 위원 가운데 9명이 참석했다. 7명은 동의서명서를 제출하지 않는 것으로 ‘반대’ 표명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확인한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장는 5분 정회했다. 그리고 학교장은 학교운영위원장을 포함한 학부모위원 5명을 학교장실로 데려가 안건과 관련한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은 당초 정회시간인 5분을 넘어 20~30분가량 진행됐다.

면담 뒤, 상황이 바뀌었다. 학교장은 “학부모들이 마음이 변했을 수 있으니 다시 투표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제출된 동의서명서는 무효화됐다. 학부모위원들은 동의서명서 결과 무효화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학교장은 투표 방식을 무기명 찬성‧반대 투표를 하자고 했다. 투표는 강행됐다. 그 결과 찬성 5명, 반대 4명이 나왔다. 반대했던 3명의 위원이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들은 모두 학교장과 면담을 진행한 학부모위원이었다. 1명의 학부모위원은 끝까지 반대했다. 학교장을 뺀 교원위원 3명 역시 ‘반대’에 표를 던졌다.

문명고 한 관계자는 “황당하다.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는데, 학교장이 뭐라고 했길래, 학부모들이 마음을 바꿨겠나”면서 “이렇게까지 학교장이 무리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용기 경북교육연대 집행위원장은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첫 번째 투표를 무시하고 학교장이 면담까지 해서 찬‧반을 바꾼 것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경북교육청은 문명고의 연구학교 지정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태동 학교장은 “동의서명서를 쓰는 것은 비밀투표에 맞지 않아서 다시 투표 방식을 정한 것”이라며 “학부모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국정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 신청한 검정교과서도 같이 병행하면서 쓰는 것이라고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재학생‧학부모‧졸업생 “연구학교 신청 철회하라”

학교장 “23일 철회 여부 결정”

경북 문명고 재학생들이 17일 오전 학교운동장에서 집회를 열고 국정 역사교과서 신청 철회 등을 요구했다. © 평화뉴스 제공

문명고의 연구학교 지정 신청에 대한 반발은 이날도 계속됐다. 경북교육연대에 따르면 문명고 2~3학년 학생 200여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학교운동장에서 집회를 열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촉구했다.

학생들은 ‘역사 왜곡 교과서 철회’, ‘우리들은 국정교과서를 반대한다’, ‘학교의 주인은 재단이 아닌 학생이다’, ‘학교는 부당한 역사교과서 선정을 철회하라’, ‘보조교재 활용도 반대’ 등의 글귀가 적인 피켓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알렸다.

학부모와 졸업생 등 30여명도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함께 벌였다. 김 교장은 “민주노총 등 외부세력에 의해 학교 결정 사항이 번복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현 시점에서는 철회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학생들이 반대하는 상황 등에 대한 의견서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제도 효용성 관련 질의를 교육부에 보내, 이에 대한 답을 보고서 오는 23일경 철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경북교육청이 연구학교로 지정을 한 뒤에도 연구학교 신청 철회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어서 최종 문명고의 연구학교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경북교육청은 이날 중으로 문명고와 경북항공고에 대한 연구학교 지정 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교육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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