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체적·실효성 정책 수행해야 / 인권위, 감시하는 독립적 역할 담당해야

ⓒ 변백선 기자

40여개의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23일 광화문광장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 선포를 위한 각계각층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도 못 만드는 이게 나라냐”며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위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2017년 사회정의와 변화에 열망과 실천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 모욕스런 풍경이 반복되고 있다”며 최근 정치권에서 유력 대선 후보들이 ‘성소수자를 지지하지만 차별금지법은 안 된다’고 발언하는 것을 두고 “보수적 개신교 교리와 가치관, 사회질서 유지를 이유로 소수자들의 차이와 정체성을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것”이라며 “국민 편에 서겠다는 정치인들의 약속들 속에서, 역설적으로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성소수자의 92.6%, 여성의 87.1%, 장애인의 81%가 ‘증오범죄 피해를 당할까 걱정된다’고 대답했다”며,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사회적 소수자, 힘과 권력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 폭력을 묵인하고, 동조하는 세력에 정당한 명분과 권력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별금지법제정을 위해 싸워 온지 10년이 지났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차별을 많이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등이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10년의 과정은 한국 사회 인권증진 요구가 어떤 방식으로 후퇴해왔는지, 차별금지법 제정의 의미가 어떻게 오염되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며 “정치인들과 주요 정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정작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라고 물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평등권 실현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행해야 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감시하는 독립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모든 사회적 소수자들의 존엄한 삶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출신학교,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이루어지는 차별을 구체적으로 금지·예방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겪고 있는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구제를 포함하는 기본법이다.

더불어 장애여성, 성소수자 여성, 이주장애인 등 단일한 정체성으로 환원할 수 없는 복합적인 사회적 위치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을 경험하는 모든 이들의 평등권 실현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촛불광장에 모여 차별의 반대하는 목소리를 더욱 크게 함께 내자고 제안했다. “촛불광장의 싸움이 모든 차별받는 사람의 연대의 장이 되기를 염원하며 반차별을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낼 것”이라며 “나의 존엄과 인권, 새로운 세상을 정치인에게 위탁하지 않고, 우리의 목소리와 투쟁으로 박근혜를 탄핵시키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그 힘이 결국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으로 향해가도록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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