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모인 교사 2000 여명 ‘교육도 확 바꾸자’

 

“딸이 얼마 전에 우리나라가 왜 창피한 나라냐고 묻더라고요.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개학 준비 때문에 부담감도 있었지만 집에만 있을 수 없었어요. 특검이 연장되느냐 마느냐 기로에 선 중요한 시기잖아요.”

 

25일 이른 아침 전북지역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김 아무개 교사는 아홉살 딸의 손을 잡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국교사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박근혜 정부 교육적폐 청산’을 내걸고 열린 이날 집회는 전국에서 교사 2000여명이 모였다. 행사를 주최한 전교조의 예상치를 훌쩍 넘긴 규모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데다 교육부도 국정 역사교과서를 계속 밀어붙이자 '두고 볼 수 없다'는 여론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집회가 시작되는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강원, 전남, 경남, 제주 등지에서 출발한 교사들이 각 지부, 지회 깃발을 들고 속속 모여들었다. 경남 거제에서 아침 7시에 출발했다는 송 아무개 교사는 “TV만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뉴스를 보면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탄식이 나올 정도예요. 정작 이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귀를 닫고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할 뿐입니다. 촛불 민심을 받아들여 (박근혜 대통령이) 그만 물러났으면 좋겠어요.”

 

이날 집회에는 특히 가족 단위로 온 참석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전주에서 온 노 아무개 교사는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인 두 딸과 아내와 함께 ‘박근혜 구속 수사’, ‘교육도 확 바꾸자’라고 적힌 손 피켓을 나눠 들고 행진에 나섰다.

 

“지역에서 열리는 촛불집회는 가족과 함께 여러 차례 참여했는데 서울에서 열리는 집회에는 처음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이 임박한 시점에 열리는 교사대회와 촛불집회는 민심을 분명히 보여줘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했어요. 미래를 책임지는 아이들이 책임 의식을 배우는 민주주의 교육 차원에서요.”

 

둘째딸인 노 아무개 양은 참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처음엔 쑥스러워하더니 “어지러운 나라를 바로 세우려고 왔다”고 의젓한 답변을 내놨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자주는 아니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뉴스가) 화제에 오를 때면 잘못했다고 다들 이야기해요.”

 

충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김 아무개 교사는 착잡한 표정이었다. 교육부의 국정화 추진으로 역사교과서가 뜨거운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역사를 가르치기 전에 역사적인 현장에 있는 게 역사 교사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국정 역사교과서를 박물관에 보관해야 한다는 말도 우스갯소리로 하지만 내용을 보면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할 교과서예요. 교육부에서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도서관에라도 비치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단 한 권도 학교에 들일 계획이 없습니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오늘 우리의 한걸음 한걸음은 국정 역사교과서와 법외노조의 철회,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을 쟁취하는 포문이며 교원평가와 성과급 완전 폐지를 향한 솟구치는 열정” 이라면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법외노조 투쟁, 학교혁신과 새로운 교육체제를 위한 교육혁명의 대장정으로 새 역사를 펼쳐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참가자들은 종각에서 인사동,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거리를 행진하면서 “입시교육 철폐하고 교육혁명 쟁취하자”, “박근혜 정권 끝장내고 노동 3권 쟁취하자”, “교사도 국민이다. 정치기본권 보장하라”고 외쳤다. 교사들은 행진을 마친 뒤, 광화문에서 진행된 2.25민중총궐기와 박근혜 정권 퇴진 17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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