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퇴출제, 비정규직, 백남기 농민, 사드, 세월호 등 사회 곳곳 비춘 촛불

21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마친 후 총리공관을 향해 행진하고, 황교안 권한대행 퇴진과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사진 '퇴진행동'

촛불집회를 이끈 퇴진행동에 1억 원의 적자가 생기자 시민들이 단 5일 만에 12억을 후원했다. 21차 촛불집회에서 퇴진행동은 그 감동적인 힘으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히며, 10만 명 시민들과 함께 “박근혜 구속”과 “적폐 청산”을 외쳤다. 퇴진행동과 시민들은 4월 15일에도 거대한 민주주의가 결집할 것을 다짐했다. 그날은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날이다.

 

- 아직 촛불과제 남았다 ... ‘여당 방해, 무능 야당’ 비판

촛불시민들은 박근혜 탄핵으로 승리했지만, 아직 촛불의 과제는 끝나지 않았다고 외쳤다. 헌법에 의해 파면까지 당하고도 민심에 반하는 박근혜를 구속시키고 박근혜 체제를 대행하는 황교안도 퇴진시키자고 했다. 촛불개혁 요구도 높았다. 시민들은 집회 무대 발언자들과 호응하며 개혁입법을 추진하지 않는 국회의 무능도 질타했다.

 

집회 기조발언에 나선 퇴진행동 권영국 변호사는 “탄핵이 되면 봄이 오리라 믿고, 탄핵되면 적폐가 청산되고 새로운 사회가 오리라 기대했지만 ... 여당의 방해와 야당의 무능력이 합작하여 개혁입법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며 국회와 제도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적폐청산과 개혁입법, 새로운 사회 건설로 “시민혁명을 완수하자”고 외쳤다.

 

집회 현장에서 한 동안 주춤했던 경찰의 탄압도 다시 지탄받았다. 퇴진행동은 사드배치 규탄 취지로 미국 대사관 벽면에 빛 글씨를 쓰려고 했지만, 경찰의 기자재 강제 탈취로 실행하지 못했다고 알렸다. 박병우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은 “세계가 경탄한 평화 촛불집회에 대해 경찰이 소환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며 규탄했다.

 

- “가난해서 이것밖에 못 보낸다” ... 그렇게 순식간에 모인 12억

최근 촛불집회를 둘러싼 큰 화제는 후원금이다. 탄핵이 임박한 즈음 퇴진행동은 3일 연속 집회를 개최했고, 그 과정에서 모금을 받지 않아 1억 원이 넘는 빚을 졌다. 그러자 소식들 들은 시민들은 단 5일 만에 12억의 후원금을 보내왔다. 이에 대해 박진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이 시민들에게 보고했다. 그는 “가난해서 이것밖에 못 보낸다는 시민의 메시지를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시민들의 마음이 모인 12억은 “저들의 120억, 12조가 부럽지 않은 위대한 12억”이라며 그는 감동과 감사의 뜻을 전했다.

 

21차 촛불집회에서는 사회개혁 의제에 대한 발언도 주목받았다. 연단에 오른 공무원노조 김주업 위원장은 “객관적인 측정 기준도 없는 성과퇴출제”를 도입해 “국민을 위한 공무원이 아닌 정권의 하수인인 공무원을 만들려 한다”며 정부를 규탄했다. 비정규직노조인 희망연대노조 윤진영 조직국장은 비정규직의 아픔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그는 “비오는 날 전신주에 올랐다 떨어져 죽은 노동자, 실적 압박을 못 이겨 자살한 노동자들 모두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었다며, “비정규직문제를 덮어버리고 청와대 주인만 바뀐다고 문제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성과퇴출제, 비정규직, 백남기 농민, 사드, 세월호 등 사회 곳곳 비춘 촛불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대통령 치하에서 죽어나간 이들의 이야기도 광장의 주제였다.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는 박근혜 탄핵과 세월호 인양 등을 언급하며 “하나하나 제자리를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다음 주면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500일이 되는데 “강신명 등 살인책임자들은 아직도 기소되지 않았다”며 처벌을 호소했다. 이어 세월호 유가족 남서현씨는 박근혜가 내려오자 세월호가 올라왔다며 촛불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해 시민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그녀는 “수학여행 가방에 가장 아끼던 물건을 밤늦도록 챙겨 넣던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동생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했다. “비난과 유언비어로 유가족을 모욕하던 사람들이 최근 말을 바꾸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미수습자 9명을 기다려주지 않는 어른들을 많이 봤다”고 했다. 인양과정에서 가족들을 배제한 해수부를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인양과정에서 저들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며 “선체조사위원회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여러분의 관심”이라고 했다. 4월 16일 안산에서는 기억식 행사가 열린다.

 

오늘 촛불집회는 1부와 2부, 행진, 광화문 마무리 집회 순으로 진행됐다. 17시에 시작된 1부는 시민발언대로 운영됐으며, 18시 2부 본 대회는 20시경 마쳤다. 이후 시민들은 황교안 퇴진 등을 외치며 총리공관과 종로와 퇴계로 등을 거치는 도심행진에 나섰다. 이밖에도 오늘 광화문광장에서는 성과퇴출제 중단을 요구하는 2만여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의 사전집회와 비정규직 투쟁을 선포한 희망연대노조의 결의대회, 민주노총 부스이벤트 등 다양한 사전행사도 있었다.

 

촛불감동 에피소드 ... "12조보다 위대한 12억"

 

촛불집회가 1억 원의 빚을 지자 너도나도 시민들이 나서 불과 5일 만에 12억 원을 모아냈다. 이에 대해 퇴진행동 박진 공동상황실장은 “12억, 왜 그러셨어요?”라고 반문하며 12배의 감동에 대해 전했다. 

그는 모금과정의 여러 에피소드를 밝혔다. 20만원을 보내려다 200만원을 송금한 사연(물론 나머지는 반환됐다.), 20번의 촛불집회 중 10번만 나갔다며 10만원을 보냈다는 시민, “가난해서 이것밖에 못 보냈다”며 미안해하는 시민 등의 사연을 전했다. 이에 대해 박진 상황실장은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우리사회를 포기하지 않을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민주주의 광장에서 얻은 마음으로 새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됐다”며 감사를 표했다. 

퇴진행동은 촛불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촛불배지’ 8만개를 제작했다. 그러나 주문 폭주로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며 인력부족으로 추가 제작과 배포관리가 난감한 상황이라고 한다. 

한편 첫 촛불집회가 열린 2016년 10월 29일부터 2017년 3월 20일까지 퇴진행동에는 총 39억7천여만 원의 시민후원금이 모였다.(서울만 집계) 그 중 8천5백여만 원은 퇴진행동 구성단체들의 후원금과 배지수익금이다. 가장 큰 후원금 출처는 집회현장에서 진행된 모금이었으나 워낙 많은 사람들이 들어찬 날에는 모금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였으며, 단 1~2시간 만에 2억 가량을 모금한 날도 있었다. 

1억 빚을 갚고도 남을 초과후원으로 퇴진행동은 21차 촛불집회부터는 현장모금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남은 후원금은 추후 집회비용과 기록 및 기념사업 등 촛불승리 후속활동에 쓰일 예정이다.

한 청소년이 최저임금 1만원을 촉구하며 소리를 외쳐 데시벨을 올리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최저임금 1만원"이라고 외치고 있는 21차 범국민행동의 날 참가자. ⓒ 변백선 기자

 

민주노총 행사 부스인 '최저임금 1만원' 데시벨 올리기에서 최고 기록을 세운 한 청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장미대선에 맞선 청년들의 장미혁명. ⓒ 변백선 기자

 

'장미혁명, 최저임금 1만원'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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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차 범국민행동을 날 촛불집회.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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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등퍼포먼스를 마친 후 세월호 인양을 상징하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현수막이 하늘로 오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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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대회를 마친 후 총리공관으로 행진하고 있는 참가자들. ⓒ 변백선 기자
나팔을 불며 박근헤 전 대통령 구속과 황교안 권한대행의 퇴진을 촉구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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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공관 앞. 경찰 차벽으로 막혀있다. ⓒ 변백선 기자

 

사드배치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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