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제주시청서 4․3항쟁 69주년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열려

ⓒ 최성용 (제주본부)

국민적 동의 없는 사드 배치 강행으로 한반도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69주년 4․3항쟁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따뜻한 봄날 열렸다. 대회 참가자들은 ‘친일․분단 체제 청산!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 사드배치 전면폐기! 제주 군사기지화 저지!’를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대회 시작 전 기자회견에서는 ‘사드 배치 전면폐기! 제주 군사기지화 중단!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민주노총 대표자 평화선언 기자회견을 했다.

2천 5백여 명이 참석한 전국노동자대회는 2일 11시경 제주시청 민원실 앞에서 시작했다. 개회선언에 이어 4․3항쟁 희생자와 세월호 침몰 희생자를 추모하는 깃발이 참가 조직 깃발과 함께 입장했다. 이어진 노동의례는 1,081일 만에 인양된 세월호, 70주년을 앞둔 4․3항쟁이라는 상황에서 엄숙하게 진행됐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대회사를 통해 “노동자, 국민의 힘으로 박근혜가 파면되고, 구속되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에 이르기까지 두껍게 쌓인 적폐와 인적청산의 과제는 여전히 시급한 과제입니다.”며 “일제 식민 지배를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친일파가 지금까지 권력을 틀어쥐고 노동자 민중 위에 군림하도록 했습니다.”라고 70년간 청산하지 못한 역사에 분노했다.

이어 “박근혜 이후 새로운 체제,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분담을 넘어 평화와 통일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69년 전 이곳 제주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해 목숨을 건 투쟁은 지금도 가장 중요한 투쟁과제다.”고 강조했다. 또 최종진 직무대행은 “불법적 사드 배치 저지 투쟁과 4․3 희생자 배상과 보상 진정한 명예회복 미국 책임을 포함한 진상 규명 투쟁 민주노총이 선봉에 설 것을 결의하자.”고 호소하며 대회사를 갈음했다.

최종진 직무대행 대회사에 이어서는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함께 모은 투쟁기금을 강정마을회 강동균 강정마을 前 회장에게 전달했다. 투쟁기금을 전달받은 강동균 前 회장은 “촛불을 통해 우리는 승리를 경험했습니다만, 아직 해결되지 못한 일들이 너무도 많다.”며 “쌍용 자동차 해고노동자, 밀양, 용산 참사, 세월호 등 해결하지 못한 일들 우리 힘으로 해결합시다.”고 소리 높였다.

이어 “해군이 전 세계 유례없는 구상권 청구로 강정 주민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며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나라가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개탄했다. 끝으로 “평화의 섬 제주를 군사 기지화하려는 음모를 기필코 함께 해결하자”고 호소했다.

연대사에 이어 제주작가회의 김경훈 시인이 4․3항쟁 정신을 계승하고 진실규명 염원을 담은 시를 낭독했다. 참가자들은 낭독된 시 한 단어 한 단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참가자들을 감동하게 한 시 낭독에 이어 민주노총 제주본부 김영근 본부장 투쟁사가 있었다. 김영근 본부장은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4․3항쟁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모였다. 그 정신은 바로 자주적 통일 국가 건설이었다.”며 “그 정신은 미 군정에 의해 유린당하고 오히려 역사 왜곡과 적폐가 70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고 분노했다. 김영근 본부장은 연대하고 투쟁해 그 적폐를 기필코 청산하자고 소리 높이며 투쟁사를 끝냈다.

투쟁사를 받아 김영태 민중 가수 공연히 엄숙하면서도 강하게 이어졌다. 공연 후 단상에 오른 제주 4․3희생자유족회 양윤경 회장은 “70년 전 이곳 제주에서는 당시 30만 인구 중 3만이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되었다.”며 “노동자 서민은 조금만 잘못해도 죗값을 치르는데, 국가는 책임지고 사죄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죗값도 치르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양윤경 회장은 “이 같은 현실에서 4․3항쟁 70주년을 맞는 2018년에는 진정한 4․3항쟁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여러분이 함께 노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유족회장 발언 하나하나를 유심히 듣고 진실규명을 위해 나서겠다는 결의로 화답했다. 이어진 촛불과 4․3항쟁을 기억하는 영상이 상영됐다. 이어서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투쟁사가 계속됐다. 유지현 위원장은 “촛불 투쟁은 세상을 바꾸는 마중물이 되었지만, 청산할 적폐는 산적해 있다. 공공의료가 10%도 되지 않는 나라, 성과 연봉제와 평가제가 강요되는 나라, 진주의료원이 강제 폐업되는 나라, 의료 영리화가 강행되고 있는 나라를 청산해야 한다.”며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 영리병원 없는 세상, 공공의료가 확대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 나서자”고 호소했다.

대회가 막바지로 가면서 마지막 공연이 진행됐다. 청주 민예총 고니프로젝트는 69년 전 제주에 울렸던 노래를 불렀다. 당시 노래는 대회 당일이 69년 전 그날 같은 느낌으로 참가자들에게 전해지는 듯했다. 공연의 여운이 가시기 전 마지막 순서인 결의문 낭독이 이어졌다. 결의문에는 대회 시작하며 참가자들이 한목소리로 냈던 “친일․분단 체제 청산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자!” “사드 배치 폐기하라!” “분단체제 청산하자!” “제주 군사기지화 저지하자!” 등에 대해 투쟁 결의가 담겼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읽고 외치며 참가자들도 결의를 높였다.

대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관덕정까지 행진했다. 관덕정에서는 민주노총제주본부 송시우 4․3통일위원장이 4․3항쟁이 시작된 이 자리와 그 역사를 기억해달라며 마무리 발언을 했다.

민주노총 참가자들은 대회가 있기 하루 전 1일 4․3평화공원에서 민주노총 위령제를 지냈다. 이어 섯알오름 알뜨르 비행장 송악산 진지동굴 강정마을 기행을 진행했다. 저녁 시간에는 4개의 부문 강의도 진행했다. 4.3항쟁은 해방 후 분단과 미 군정 하에서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발생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국가 차원의 사과와 부분적인 명예가 회복되었다고 하나 아직 완전한 진상규명은 하지 못했다. 4․3항쟁을 왜곡하는 국정교과서도 강행되고 있다. 남겨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4월 8일 오후 2시 서울시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한다.

ⓒ 최성용 (제주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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