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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파괴 뿌리 뽑고 희망의 공장 만들겠습니다”

기사승인 2017.07.11  17: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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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현장] 1년 만에 현장에 돌아온 갑을오토텍지회

“현장복귀요? 투쟁 거점이 바뀌었지요.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조합원들은 단호했다. “갑을오토텍이 물량을 투입하지 않아 A/S 물량만 간간이 하고 대부분 작업대기 상태입니다.”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들은 331만에 현장으로 돌아왔지만 아직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1년 동안 멈춘 공장을 정상화하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측의 정상화 의지가 보이지 않아요. 무슨 꼼수가 있는지 의구심만 듭니다.” 아무 잘못 없이 현장에서 쫓겨나 공장 마당에서 1년을 보낸 조합원들은 사측이 또 뒤통수를 치고 도발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기만 생긴다.

현장 분임조장을 맡고 있는 김현조 조합원은 갑을오토텍을 전혀 믿을 수 없다.

“직장폐쇄 풀고 난 뒤 관리직 행동이 전하고는 아주 달라요. 업무에 대한 정보를 아예 끊으려고 합니다. 인원이 남는다는 말을 하며 불안감을 조장합니다. 사측이 3차전을 준비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위성희 조합원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갑을오토텍은 2014년 12월 2노조를 만들 목적으로 경찰출신 12명, 특전사 출신 19명 포함 60명을 뽑았다. 노조파괴 Q-P시나리오대로 2015년 2노조를 결성했고 경비업무 외주화로 파업을 유도했다. 지회가 2016년 7월 26일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벌이자 직장폐쇄를 했다. 노조파괴로 박효상 대표가 법정구속 됐고 사측은 지난 6월 24일 직장폐쇄를 해제했다. 사용자가 법정 구속됐지만 법원과 검찰, 경찰은 여전히 갑을오토텍의 불법행위를 눈감고 늦장 대응하고 있다.

▲ “1년 동안 멈춘 공장을 정상화 하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사측의 정상화 의지가 보이지 않아요. 무슨 꼼수가 있는지 의구심만 듭니다.” 현장 분임조장을 맡고 있는 김현조 조합원은 갑을오토텍을 전혀 믿을 수 없다. 신동준

지회가 멀고 고통스러운 길을 돌아왔지만 아직 해결된 것은 없다. 노조파괴로 희생된 동료의 영정을 마주하는 출근길만 바뀌었다. 노조파괴로 중단한 2015년, 2016년 임금교섭을 마무리해야 하고 김종중 열사의 장례식도 치러야 한다.

“우린 꺾이지 않았다. 더 단단해졌다”

“싸우는 동안 조합원들은 갑을오토텍의 존폐를 두려워했습니다. 결국 고용에 대한 불안이죠.” 박종국 부지회장은 투쟁이 길어지면서 불안해하는 조합원들을 어떻게든 이끌고 가야 하는 집행부의 고뇌를 털어놨다.

박종국 부지회장은 “자본주의에서 자본가가 공장 문 닫는 쇼를 할지언정 먹을거리 놔두고 문 닫지 않는다. 먹을거리가 있으니 노조를 파괴한다. 현대차에서 진짜 물량 끊을 것 같으면 사측은 무엇이 이득인지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다독였다. 조합원들은 이 싸움에서 지면, 지금 손들고 물러서면 다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집행부를 따랐다.

투쟁과정에서 여성조합원들은 최선을 다했다. 식당 조합원들은 공장 마당에 천막을 치고 한여름 40도 더위에 뜨거운 불을 안고 살았다. 한겨울 찬물에 언 손 비벼가며 300여 조합원의 세끼 밥을 했다. 하루에 쌀 120kg씩 썼다.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조합원들은 남성조합원들과 똑같이 정문 경비를 섰다. “내 생존권은 내가 지켜야지 누가 대신해줄 수 없잖아요” 위성희 조합원은 당차게 말한다. 현장 여성조합원 네 명이 번갈아가며 정문 경비를 섰다. 현장에서 혼자 상자를 깔고 잘 때는 무서움에 거의 뜬눈으로 날밤을 새웠다. 초등, 중학교 자녀를 둔 엄마가 몇 달째 집에 가지 못했다. 애들끼리 밥 챙겨 먹고 학교 가야 하는 상황이 걱정됐지만 현장을 지켜야 했다.

▲ “내 생존권은 내가 지켜야지 누가 대신해줄 수 없잖아요” 위성희 조합원은 당차게 말한다. 현장 여성조합원 네 명이 번갈아가며 정문 경비를 섰다. 현장에서 혼자 상자를 깔고 잘 때는 무서움에 거의 뜬눈으로 날밤을 새웠다. 신동준

김현조 분임조장은 ‘연대’의 힘을 강조했다. “1년 가까이 임금을 받지 못하니 정말 힘들었다. 그때 금속노조 장기투쟁기금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장투기금이 나오고 연대 오신 분들이 십시일반 도와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측의 무기를 빼앗아 우리의 무기로 만들다

“투쟁 기간 조합원들이 자신감을 잃으면 오래 버틸 수 없습니다. 사측은 정당한 투쟁이라도 꼬투리를 잡아 조합원들의 발목을 잡습니다. 우리 지회는 몇 해 전부터 하나씩 방어막을 만들었습니다. 이 합의들이 자신감의 밑천이 됐습니다.” 박종국 부지회장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중요하지만 미래를 내다보며 쟁취한 단체협약이 투쟁시기에 빛을 발했다고 한다.

“타임오프제를 인정하지 않고 조합원들 결의로 기존 상근자 수를 유지했습니다. 월급제에 합의했습니다. 노동조합과 합의 없이 식당, 경비 외주 용역화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사측이 우리를 흔들 수 있는 무기를 하나씩 차단했습니다. 우리가 꺾이지 않고 싸울 수 있는 뿌리가 됐습니다.” 박종국 부지회장은 월급제가 아니었다면 사측이 잔업 통제로 조합원 사이를 가르고 조합원들은 돈 때문에 흔들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측이 관리직을 현장에 투입했을 때 물증을 잡고 근로감독관을 불러 막았다. 사측이 고소를 해도 우리가 법으로 이긴다고 조합원들에게 자신감을 주니 조합원들이 집행부를 믿고 간부들도 두려움 없이 싸웠다.

▲ 박종국 부지회장은 노동조합 차원의 강력한 노조파괴 대응이 중요하지만 자본이 노조파괴를 하려고 판단하지 못하도록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준

박종국 부지회장은 “경찰에게 지회가 위법하고 있으면 연행해가라고 큰소리쳤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사측이 합의서를 어겼기 때문에 공권력이 치고 들어올 명분이 없었다. 공장 거점을 잃지 않고 투쟁할 수 있었다. 지회 스스로 전략 판단에 따른 현장 복귀를 결정할 수 있었다.

한 노동자의 양심고백…승리의 계기

“이재헌 지회장과 간부 몇 명을 식판으로 찍으라 했습니다. 식판을 세워서 찍으면 최소 6개월 입원이라고 문자로 지침을 받았어요. 시킨 대로 하면 성과급을 주고 부산에 있는 갑을병원에 과장급으로 취직도 시켜준다고 했습니다.” 이용섭 대의원의 말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이용섭 대의원은 특전사 출신이다. 갑을오토텍이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채용한 60명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용섭 대의원은 특전사 선배에게 박효상 대표이사 수행 업무를 한다고 들었다. 갑을은 채용자들을 모아 정신교육을 했다. 60명 중에 40명 정도는 아무것도 모르고 왔는데 정신교육을 받다 보니 한 명 한 명 물들기 시작했다.

“사측과 팀장들이 사람을 때려 다치게 하라는 폭력행위를 시켰다. 나 같은 특전사를 왜 채용했는지 깨달았다. 사람이 사람을 폭행하는 건 짐승이라고 생각했다.” 사측은 이용섭 대의원과 몇몇이 못 하겠다고 반발하니 돈으로 회유했다. 성공보수 5천만 원, 감방 들어가면 매달 6백만 원 씩 생활비를 주고 최고 변호사를 선임해 준다고 했다. 그 말에 열이면 열 모두 넘어갔다.

이용섭 대의원은 양심을 선택했다. 집행부에 노조파괴 사실을 제보했고 집행부는 은밀하게 채용자들을 조사했다. 집행부는 증거를 확보한 뒤 ‘급한 놈이 우물판다. 급한 놈이 먼저 때리게 돼 있다’라고 판단하며 때를 기다렸다. 얼마 후 현장에서 폭력이 벌어졌다. 조합원들이 현장에 건 현수막과 선전물을 쇠갈고리와 칼로 뜯어냈다. 말리는 조합원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이들은 갑을이 감싸 줘 복수노조를 만들고 사측은 정문 경비실 2층에 사무실을 내줬다.

▲ “사측과 팀장들이 사람을 때려 다치게 하라는 폭력행위를 시켰다. 나 같은 특전사를 왜 채용했는지 깨달았다. 사람이 사람을 폭행하는 건 짐승이라고 생각했다.” 사측은 이용섭 대의원과 몇몇이 못 하겠다고 반발하니 돈으로 회유했다. 신동준

지회는 신입사원 채용, 파업유도, 직장폐쇄, 2노조 설립과 1노조 와해 등 노조파괴 전략이 담긴 Q-P 전략 시나리오를 공개하고 노동부에 고발했다. 노조파괴가 인정돼 박효상은 법정 구속됐다. 노조파괴를 컨설팅해준 노무법인 예지는 설립인가가 취소됐다. 용병들은 쫓겨났고 조합원들은 다시 공장을 되찾았다. 한 사람의 양심고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 처벌 강화 법제도 마련해야

박종국 부지회장은 “갑을오토텍 노조파괴 시도 이후에 벌어지는 노조파괴는 훨씬 더 업그레이드한 버전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Q-P 전략 시나리오는 파업유도, 직장폐쇄, 경비용역 투입, 조합원이 복귀의사를 밝힐 경우 1차 선별복귀, 1차 선별복귀자와 관리직 대체근무, 2차 선별복귀, 대량징계와 2노조 설립, 1노조 와해와 2노조 과반수 획득, 단체협약 개악 체결 등으로 짜여 있다. 그동안 많이 시도한 노조파괴 수순이다. 갑을은 한술 더 떠 신규채용 방식으로 특전사 전직경찰 등 노조 파괴 용병을 직접 뽑았다.

노조파괴로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과 갑을오토텍 박효상 전 대표가 구속됐고 최근 발레오만도의 강기봉 대표이사가 실형을 받았다. 발레오만도 7년, 유성기업 6년, 갑을 1년이라는 긴 시간 속에 두 명의 열사가 나왔다. 노조파괴로 조합원들이 흘린 고통의 눈물과 마음의 상처는 깊은 후유증으로 남아 쉽사리 치유하기 어려운 상태다.

박종국 부지회장은 노동조합 차원의 강력한 노조파괴 대응이 중요하지만 자본이 노조파괴를 하려고 판단하지 못하도록 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큰 싸움을 견딘 노동조합도 조직력이 무너지기는 한순간입니다. 투쟁을 겪은 조합원들이 퇴직하고 새로 입사한 조합원에게 맞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지만 노조파괴의 근원을 막을 법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본은 이윤이 뭐라고 용역깡패를 사 청부폭력을 시키고 노조를 파괴하고 인간을 파괴하고 가정을 파탄 냈다. 법원과 경찰, 검찰은 자본이 불법을 저질러도 감싸 준다. 자본은 변호사 노무사를 사서 변호 받고 다시 노조파괴 컨설팅을 받는다. 자본은 새로운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있을지 모른다.

금속노조는 노조파괴 사업주와 노무법인에 대한 처벌 강화, 부당노동행위 처벌 강화,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파괴를 뿌리 뽑고 노동 3권을 완전히 보장 받고 안전한 일자리를 위해 이들 법 제도를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이어진 노조파괴로 금속노조 사업장 조합원들이 죽고, 죽음 같은 고통을 받았다. 대가는 충분히 치렀다. 더는 안 된다. 
 

노동과세계 조영미, 사진=신동준(금속노조) labor@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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