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자료사진.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들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 광장에 선 시민들은 주어진 권리들을 가장 급진적으로 전개하며 국가를 끌어당겼다. 그 힘 중 하나가 ‘노동’이었다.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저임금-장시간 노동, 간접고용, 특수고용 …. 우리는 “이렇게 20년, 30년 살라 하면 못 살겠다”1)는 스물넷 전기노동자의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했다. 시민들은 적폐를 청산하길 원했고, 새로운 세상을 바랐다.

올해 임금투쟁은 유난히 뜨거웠다. 민주노총은 몇 년 전 만든 ‘최저임금 만원’ 구호에 ‘지금 당장’을 붙였다. 2010년부터 이어진 청소노동자들의 집단교섭은 탄력을 받았다. 알바노조싸움에 더 많은 이목이 쏠렸다. 임금협약 요구안으로 ‘시급 1만원’을 내건 노동조합도 많았다. 우리 사회에는 적어도 최저임금 만원에 대한 ‘입장의 동일함’이 생겼고, 이는 ‘우리 사회를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바꿔내자’는 사회적 합의였다. 지금도 유효하고 간절하다.

물론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보수언론 등 자본의 대변자들은 극렬하게 저항했으나 ‘대폭 인상’을 막을 순 없었다. 7월 15일 최저임금위원회2)의 결정, 2018년도 법정 최저시급 7530원은 그렇게 정해졌다. 월급으로 치면 157만3770원(주 40시간·월 209시간 기준, 주휴수당 포함)이다. 최저임금 결정의 키를 쥔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우리 사회는 최저임금 만원에 맞게 바뀌어갈 것이다. 숨통이 조금은 트일 것 같다.

기자들이 주목해야 하는 것은 지금부터 시작될 두 번째 라운드다. 자본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혀 인상분을 무력화하는 작업을 벌써 시작했다. 상여금, 식대, 교통비 같은 것들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시켜 임금인상분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지금 자본의 전략이다. 이럴 경우,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임금 총액은 오르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겨레가 8월 7일치 14면 기사(<최저임금 범위 어디까지일까?>)3)로 보여준 것처럼 언론은 싸움이 일어나는 곳에 있어야 한다.

더구나 이 싸움은 ‘확전’ 가능성이 크다. 원청 자본이 담합해 최저임금 인상을 반영하지 않고 납품단가를 내려 하청에 덤터기를 씌울 수 있기 때문이다. 원청이 하청의 ‘정리해고’를 유도해 을과 을의 싸움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자본과 보수언론은 ‘비용’ 프레임을 짜고 ‘정권+노동계 책임론’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은 이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오히려 원청 사용자에게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목이다.

최저임금 2라운드를 맞아 언론에 당부한다. 자본이 가장 먼저 치고 들어갈 ‘노조 없는 현장’에서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보도해 달라. 현장에서 벌어지는 꼼수와 편법, 그리고 자본이 정치를 포섭하는 것을 잡아내야만 최저임금 인상과 사회의 재편이 이뤄진다.

최저임금 인상이 실질임금 상승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임금 노동자의 규모가 줄고 최저임금 미만율이 대폭 줄어들 수 있도록 자본과 정부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견인해 달라. 마지막으로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정책적, 운동적 대안들을 함께 고민해 달라. 당부와 부탁이 많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게 지금 시민들이 언론에 바라는 역할이다. 이렇게 20년, 30년 살라 하면 못 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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