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네팔 카트만두에서 국제교원단체총연맹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회(Education International Asia Pacific Conference)가 개최되었다. 한국에서는 전교조와 한국교총 모두 이 단체에 가입되어 있다. 총회는 4년마다 열리며 활동보고서 채택, 주제별 지역별 토론과 결의문 채택, 집행위원과 대표 선출 등이 진행된다. 이 번 총회의 총 주제는 'Education Unions Driving Education 2030 Agenda' 이다.

▲ 지난 10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EIAP 총회가 열렸다.

전교조는 총회를 앞둔 8월 초 △법외노조 즉각 철회·34명 해고자 복직·ILO 권고 이행 위한 관련법 개정 △입시제도 개혁·특권학교 폐지를 통한 경쟁교육 중단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총회진행 중 우리의 두 번째 결의안이 한국교총의 방해 때문에 철회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 해에도 200여 명의 학생들이 극심한 경쟁교육 때문에 죽어가는 한국의 교육현실을 볼 때 새 정부에 경쟁교육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문 채택은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한국의 수많은 현장교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교총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결의문도 제출 안 한 한국교총과 협의

결의문은 결의문 위원회에서 검토한 후 총회에 상정된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결의문도 제출하지 않은 한국교총과 전교조가 결의문 내용을 조정하러 오라는 사회자의 안내가 있었다. 결의문 위원회 위원장은 두 단체가 대립된 입장을 가지고 있으니 협의해 달라고 했다. 법외노조 철회 관련 한국교총이 전교조와 상반되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두 개의 제출안 중 법외노조 관련 결의안 본문에 '법외노조 관련하여 1, 2심 패소했고 대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으니 정부에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절대로 동의할 수 없는 매우 불쾌한 주장이었다. 촛불 적폐청산 10대 과제 중 두 번째 과제였고 한국에서는 국정원의 전교조 탈퇴 공작 관련 문서가 뉴스로 회자되는 시점이니 더더욱 그랬다. 

경쟁교육 중단 결의안에 딴지

결의문 위원장에게 한국교총의 의견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말했다. 법외노조 관련 결의안의 내용은 이미 2013년 7차 EIAP 총회, 2015년 7차 EI 세계 총회에서 통과되었던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정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셋째 날 아침 갑자가 결의문 위원장이 한국교총이 입시폐지 관련 결의안을 제출했는데 상반되는 두 안을 총회에 올릴 수 없다며 전교조에 안건 철회를 제안했다. 한국교총에도 같은 제안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교총의 제출안을 보니 황당함을 넘어 창피했다. 

'전교조 결의안에 대한 한국교총의 입장'이라는 제목에 '대학 서열은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안고 있는 문제이다. 만약 정부가 강제로 서열을 폐지하려고 할 경우 매우 심각한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라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전교조의 "대학입시제도 개혁 특권학교 즉각 폐지로 모든 학생들에게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할 것"과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경쟁교육 중단 촉구 결의안 발표 무산

결의문 위원회 위원장에게 '전교조의 안을 철회할 수 없다. 두 개의 안을 올려서 토론을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평등한 교육과 동등한 기회 제공'이라는 총회의 총 기조와 정면 배치되는 것은 물론 결의문 형식에도 맞지 않는 한국교총 안이 결의문으로 제출된 것에 강력히 항의했다. 

우리는 긴급하게 반대토론자를 조직했다. 그런데 결의문을 다루기 직전에 수잔홉굿 EI 회장이 상반되는 두 안을 올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철회를 정중히 요청해왔다. 굉장히 화가 나는 일이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국제회의에 참석하면서까지 전교조의 안을 흠집내거나 철회시키는 데에 골몰한 한국교총에게 그 자리에서 다시 강력히 항의하는 선에서 마무리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을 함께 고민해야 할 한국교총의 이런 행위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어 보고서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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