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 이후 현장은 술렁였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청년조합원들은 시대적 대의보다는 개개인의 경험에 비추어 상대적인 박탈감을 얘기하기도 했다.

가스공사지부는 각 지회별로 조합원들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경기지회의 경우 지난 6월 입사 5년미만인 청년조합원들과 1박2일 수련회를 통해 비정규직 탄생의 역사와 비정규직 철폐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해 교육과 토론을 진행했다. 가스공사지부의 조합원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은 이렇게 꾸준히 진행되었다. 지난 8월 박희병 지부장은 전국을 순회하며 조합원들을 일일이 만나 대화를 진행했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라는 큰 대의에는 동의하지만...’이라며 7월 20일 발표된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가스공사지부는 그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했다.

그 즈음, 전국의 14개 가스공사 각 지회에서는 파견, 용역 노동자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뒤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노조가입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일제히 준비했다. 가스공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가 정규직 전환을 발표했으니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단다. 설명을 듣고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을 먹으며, 노조가입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1,1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900여명의 노동자들이 노조를 선택했다. 처음 시작하는 노조활동이 어색하고 어찌해야 할지 모를 때 가스공사지부 노조간부들이 곁에서 챙겨주고, 알려주며 마음에도 우러나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스공사비정규지부를 만들고, 지부와 각 지회의 간부들을 선출했다. 충청지회의 경우 지회장과 대의원을 선출하기 위해 모였는데, 투표용지와 투표함 등 준비도 엉성했지만 어떻게 진행할지 난감해 할 때 정규직지부의 충청지회장은 꼼꼼히 옆에서 챙겨주며 무난하게 비정규지부 충청지회 설립을 지원했다. 노조사무실 하나 쟁취하는게 쉬운 일이 아닌데, 정규직 지부의 간부들은 비정규지부의 사무실 확보를 위해 가스공사 사장 직무대행 면담도 진행했다.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반대 주장이 언론에 보도되며, 마치 모든 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장인 것처럼 호도되는 현실에 가스공사지부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규직 지부장과 비정규직지부장이 함께 기자회견도 하고, 팟케스트에 출연하기도 하며 아름다운 동행을 알렸다. 

그리고 지난 10월 가스공사지부 운영위원회는 통상임금소송 승소분 중 사회연대기금으로 갹출해 놓은 4억5천여만원을 공공운수노조 비정규연대기금으로 내는 것을 결정했다. 조합원 1인당 2만원은 기금으로 출연하고, 나머지 금액을 채권으로 구입하기로 했다. 11월말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12월 6일 입금했다. 가스공사지부의 아름다운 연대가 비정규직 조직확대의 밑거름이 됨은 물론 노동의 가치보다 경쟁의 가치를 우선시 하는 한국 사회의 철학적 빈곤을 채워주길 기대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