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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는 거리 말고 열차에서 만납시다."

기사승인 2018.01.12  10: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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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X 해고 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결의대회

KTX 해고 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결의대회. 사진=민주노총 부산본부

KTX 해고 승무원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지역 결의대회가 1월 11일(목) 오후 7시 30분 서면 쥬디스 태화 앞에서 열렸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주최하고 KTX 해고 승무원 문제 해결을 위한 부산지역대책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결의대회는 노동, 시민사회, 정당, 종교계가 함께 정부와 철도공사를 향해 KTX해고 승무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결의대회 참석을 위해 서울에서 온 김승하 KTX 열차승무 지부장은 "KTX를 타고 오며 이 자리에 계신 고마운 분들께 어떤 말로 감사의 인사를 드릴까 고민했다"며 인사를 전했다.

김승하 KTX 열차승무 지부장은 "세 살짜리 딸을 두고, 무거운 짐을 안고 먼저 떠난 친구의 딸이 올해 여섯 살이 됐다. 그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우리가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왜 12년 동안 버틸 수 밖에 없었는지를 밝히는 것이 친구를 위하는 최선의 길이라 생각하며 이 자리에서 다짐한다"고 결의를 밝혔다.

천주교 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이영훈 신부는 "해고는 커다란 위협이며 때로 살인이다. 그 사람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에게도 커다란 위험이 된다"고 말한 뒤 "정부와 코레일에게 부탁한다. 해고 승무원들의 눈물을 기억해 달라. 또한 그들 뒤에 있는 가족들의 눈물도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강성규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장은 "16일 환수금 관련한 법원 조정이 있다. 법원이 똑바로 판결할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어서 "승무업무는 생명과 안전에 관한 업무"라며 "그러므로 승무원들은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외친 뒤 "겨울이 가기 전에 승리해서 올 봄에는 승무원 동지들을 열차에서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2004년 KTX가 개통된 후 '지상의 스튜어디스', '철도의 꽃' 등 화려한 수식어에 '준공무원 대우'를 해주겠다던 철도청(현 철도공사)에 입사한 KTX 승무원들은 2006년 5월 19일 해고 됐다.

2008년 11월, 해고된 KTX 승무원들은 철도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1심 2심에서 승소했다. KTX 승무원과 코레일의 묵시적 계약 관계를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2015년 2월 26일, KTX 승무원을 코레일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기까지 4년간 KTX 승무원들은 코레일에서 임금을 받았다. 원심을 파기한 대법 판결 후 코레일은 KTX 해고 승무원들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환수 소송을 제기했다. KTX 해고 승무원들은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올랐다.

그동안 받은 임금 1인당 8640만원과 매월 늘어나는 지연손해금을 합치면 승무원 1인당 1억이 넘는 빚을 떠 안게 된 것이다.

KTX 해고 승무원들에게 1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의 투쟁을 통해 잃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했다. 그들은 '젊음, 시간, 나의 가장 아름다운 20대, 자존감, 첫 꿈, 한 명의 친구...' 등을 답했다.

올 겨울 들어 제일 추운 날씨였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 전상규

 

김도완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조직국장(왼쪽부터), 박배일 공공운수노조 수석부위원장,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사진=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의 편지를 들으며 눈물을 훔치는 KTX 해고 승무원들. 사진=민주노총 부산본부

 

문화공연 공공운수노조 부산광역시립예술단지부. 사진=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승하 KTX 열차승무 지부장(왼쪽부터), 이영훈 천주교 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강성규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장. 사진=민주노총 부산본부

 

문화공연 부경몸짓패, 울산 현대중공업 몸짓패 차오름 . 사진=민주노총 부산본부

 

참가자들이 어깨를 걸고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부산본부

 

결의대회 후 KTX 해고 승무원들이 무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부산본부

"이 편지는 KTX 승무원들이 대법원에서 패소한 후 세 살짜리 아이를 두고 목숨을 끊은 ○○씨에게 보냅니다."

 

사람들 사이어서도 우린 외롭고 쓸쓸한데 아이마저 두고 홀로 떠난 ○씨는 얼마나 춥고 외로울까.

때때로 웃기도 하는 우리가 아프고 힘든데 상처들을 고스란히 안고 울며 떠난 씨는 얼마나 힘겨울까.

씨가 떠난지도 3년. 

그곳에서도 궁금해서 애가 탈텐데, 미안해 씨. 우린 아직 그러고 있어.

12년. 

정규직화의 약속만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던 우리는 영문도 모른채 해고되고 그렇게 버려졌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싸움이 12년이 됐고, 우리들의 가장 빛나던 시절은 눈물과 한숨으로 되돌아보기도 아픈 상처가 됐다. 이번엔 끝날거야 했던 엄마와의 약속은 늘 거짓말이 됐고, 올해 안엔 복직할거야 했던 다짐은 해가 열두번이 바뀌도록 지켜지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를 배반하기만 했던 희망들. 그게 제일 힘들었다.

나도 나를 믿을 수 없어 막막하기만 하던 희망은 늘 멀었고 절망은 순식간에 나를 바람부는 들판에 홀로 세워두곤 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우리가 잘못한 게 없기 때문이었다.

너희가 잘못한 게 아니라며 곁에 서있어 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정규직 시켜준다 약속해놓고 300명을 다 해고한 코레일이 잘못한 거고, 12년을 외쳐도 단 한 마디도 들어주지 않은 정부들이 틀린 거니까. 거짓말한 건 철도공사였고 우릴 내치고 짓밟았던 건 권력이었다.

떼를 써서 정규직이 되려 한다는 말들. 

애를 맡길 데가 없어 데리고 피켓팅을 하니 애를 앞에서 감상팔이 한다는 모진 말들.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아이한테 미안한 일인지 모르는 이들의 날선 말에도 상처받던 수많은 날들.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들에게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반대했던 인천공항 정규직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무임승차가 아니라 15년을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열심히 일해왔던 노동자들이었다.

인천공항을 채우는 85.7% 비정규직들이 아니었으면 공항운영이 가능하지도 않았을거야.

그럼에도 정규직의 좁은 문은 노동자들끼리 적을 만들었고 비정규직들 조차도 서로 등을 돌리게 만들어 왔다.

씨. 그 많은 말들을 안고 홀로 떠난 씨.

새파란 20대 청춘의 우릴 버린 세상을 향해 원망의 말 한마디 남기지 않고 가버린 씨.

12년 전으로 돌아간다 해도 우린 여기 있을거야. 

죄없이 쫒겨나고 엄마가 보는 앞에서 경찰들에게 무자비하게 끌려갔던 자리. 그 자리에 있을거야.

씨가 마지막 카톡에 남겼던 자리. "이번 주에 부산역으로 갈게."

오고 싶었으나 끝내 오지 못했던 자리. 그 자리에서 지혜씨를 기다릴게.

우리랑 같이 돌아가자.

꿈에라도, 영혼만이라도 돌아고 싶었던 곳

KTX로 우리 함께 돌아가자.

 

노동과세계 이윤경 (민주노총 부산본부) webmaster@worknworld.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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