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연맹 홈플러스일반노조 이종성 위원장

지난 2월 1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홈플러스일반노조는 사용자인 홈플러스스토어즈와 올해 7월 무기계약직 57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 2008년 510일 파업투쟁을 거쳐 지도부의 복직포기 조건으로 계약직 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 10년만의 일이다. 인터뷰에 응하는 홈플러스일반노조 이종성 위원장의 모습 ⓒ 노동과세계 변백선

지난 2월 1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홈플러스일반노조는 사용자인 홈플러스스토어즈와 무기계약직 57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 2008년 510일 파업투쟁을 거쳐 지도부의 복직포기 조건으로 계약직 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 10년만이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조차 ‘말잔치’로 끝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민간부문에서 차별 없는 완전한 정규직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안은 의미가 크다. 홈플러스일반노조 이종성 위원장을 만났다.

민간부문인 홈플러스일반노조에서 대거 정규직 전환을 이뤘다. 조합원들의 반응은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570명 중에는 우리 조합원들이 270여명이 포함돼 있다. 그 절반은 2007~2008년 510일 파업 대오에 속했던 분들이다. 그 이후 10년 동안 비정규직 철폐를 외쳐 왔지만 실현하지 못했다. 긴 세월 이루지 못하던 꿈이 살아난 것이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에 정규직 전환된 비조합원들도 너무 고맙다며 노조 가입원서를 내고 있다.

물론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다. 이번에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된 분들은 12년 이상 근속한 사람들이다. 11년, 10년 근속한 분들은 전환되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이 크다. 이번 합의안이 결과가 아니라 시작이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꾸준하게 정규직 전환을 통해서 5년 내에 홈플러스에 비정규직을 없애는 것이 목표다.

어떻게 가능했나

정권이 바뀌고 비정규직 제로화가 이슈가 됐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비정규직 철폐의 한 꼭지를 따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거기에 사측이 응한 것이다. 또 무엇보다 10년 간 우리 홈플러스일반노조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기울여 온 노력의 결실이라고 본다. 10년간 임단협 테이블에 비정규직 철폐를 꾸준히 안건으로 들고 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우리 사업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10년 전 평균 25%였다. 지금은 평균 10%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 정규직 조합원들의 많은 배려가 있었다. 노동조합이 비정규직만 대변하는 것 아니냐며 아쉬움을 갖는 정규직 조합원도 있다. 정규직의 양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올해 7월에 정규직 전환이 시행되면 전환 대상자인 22년차 무기계약직과 12년차 무기계약직이 정규직 ‘선임’ 직급으로 동일한 처우를 받게 된다. 오래 일한 무기계약직 조합원들 입장에선 사실 아쉬울 수 있다. 처지가 다르고 생각이 다른 분들이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지 않았으면 이번 결과를 얻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조합 내부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녹록치 않았을 것 같다

저와 사무국장은 현장 경험이 17년, 18년 된 사람들이다. 안 거친 부서가 없다. 누구보다 현장 상황과 조합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규직 조합원들은 부당노동행위, 부당인사발령, 비인간적 대우를 노동조합이 해결해주길 바란다.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조합원은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이 우선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각각 요구하는 바를 해결해가면서 하나로 묶어가고자 했다.

그리고 우리는 민주노조 아닌가. 그렇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묶어나가는 과정에서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 의사결정을 만들어내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저와 사무국장은 타결을 앞두고 12일 동안 전국 27개 지부를 돌면서 조합원들을 만나 우리의 방향을 이야기했다. 이견이있는 조합원은 일대일로 면담하면서 양해를 구했다. 2011년부터 교섭을 해왔는데, 그동안 임단협에서 찬성율이 70%를 넘은 적이 없었지만 이번 합의안은 90% 이상의 찬성율을 보였다.

어떻게 설득했는지도 궁금하다

한 매장 안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있지만 어차피 협상해야 할 대상은 하나다. 그리고 그 협상 과정에서 비정규직들을 앞에서 끌어줘야 할 사람들이 정규직이다. 우리 홈플러스일반노조는 태생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해왔다. 홈에버 투쟁을 할 때도 정규직이 선봉에 섰고 해고를 당했다. 함께 한다는 대명제 속에서 21년을 왔다.

무기계약직 조합원들은 정규직과 10년, 20년동안 함께 해온 사람들이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으로 계속 구분되어 있다면 우리 내부에서 양극화가 벌어지게 된다.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단순한 양보가 아니라 함께 사는 길’이라고 이야기했다. 저도 정규직이지만 웬만한 마트 사업장의 정규직은 사실 시기를 잘 만난 것이다. 입사 시기의 차이 때문에 누구는 정규직이고 누구는 20년을 일해도 무기계약직이다. 그런 격차를 노동자가, 노동조합이 인정할 수 없지 않나.

앞으로의 방향은

오는 7월에 정규직 전환을 시행하면 우리 홈플러스일반노조의 정규직, 비정규직 비율은 3:7에서 4:6이 된다. 어떻게 투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으로 정규직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홈플러스가 마트 3사 중에서 정규직 처우가 가장 낮다. 비정규직도 결과적으로 정규직 전환이 될 것이기에 정규직 처우 개선에 힘을 더 쏟을 계획이다. 그리고 작년에도 20% 조직확대를 이루었지만 올해도 15% 이상 조직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민주노총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 사회적으로 홈플러스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홈플러스일반노조에 큰 힘이 된다. 동지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민주노총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금 논의중인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의 실상을 보면 완전한 전환이 아니라 자회사 고용, 무기계약직 전환 등의 형태가 많은 듯 하다. 정규직 전환을 한다고 하지만 무기계약직만 양산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걸 민주노총이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무기계약직에 머무는 가짜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민주노총이 노력해주길 기대한다.

 

이종성 홈플러스일반노조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완전한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일반노조 이종성 위원장과 류근림 사무국장이 정규직 쟁취 알리는 현수막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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