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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에도 없는 '무기계약직' 차별확산, 시정돼야

기사승인 2018.02.19  15: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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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신인수 법률원장

무기계약직이란? 중규직!

무기계약직은 엄밀히 말해 법률용어는 아닙니다. 근로기준법과 기간제법 어디에도 ‘무기계약’이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정부를 포함한 사용자가 임의로 만든 조어(造語)입니다. 무기계약직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근무하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전환된 경우를 말합니다. 무기계약직은 고용이 안정되었다는 점에서는 ‘정규직’과, 임금과 복지는 ‘비정규직’과 유사합니다. 정규직 대비 임금수준은 평균 50~60%에 불과하고, 근속이 길어질수록 격차는 벌어집니다. 한마디로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에 끼여 있는 ‘중규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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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 확산과 차별의 심화

2007년 7월 1일 기간제법이 시행될 당시 노동시장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만 있었습니다. 이에 기간제법은 ①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고, 임금과 복지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정규직을 전제한 다음, ② 제8조 제1항에서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여 임금과 복지에서, ③ 제4조 제2항에서 2년을 초과하여 근무시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고용보장에서 평등을 구현하려 했습니다. 요컨대 기간제법에 규정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란 정년이 보장되고, 임금과 복지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리가 아는 ‘정규직’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용자는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을 잠탈하기 위하여 ‘무기계약직’이라는 직군을 신설합니다. 즉, ①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기존 정규직과 동일하게 정년은 보장하지만 ② 임금과 복지수준은 여전히 차별하는 ‘무기계약직’ 직군을 신설한 것입니다. 이러한 사용자의 행태는 직접 강행법규를 위반하지는 않으나, 강행법규가 금지하고 있는 것을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전형적인 탈법행위였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앞장서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을 양산하는 상황에서 사용자의 탈법행위 규제를 기대하기는 난망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사회에서 무기계약직은 확산되고 차별은 심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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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 차별시정 판결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가 성별,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균등처우 원칙은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금지원칙으로서 임금의 차별금지 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휴일, 휴가 등에서 차별금지를 포함합니다. ‘무기계약직’이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면 사용자는 무기계약직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할 수 없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이와 관련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16년 6월 10일 주식회사 문화방송에서 업무직(무기계약직)은 본인 의사나 능력 발휘로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고, 따라서 사용자는 업무직임을 이유로 주택수당, 식대 및 가족수당을 일반직(정규직)과 차별하는 것은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로서 사용자는 업무직에게 이들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피고가 항소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18년 1월 18일 1심 판결에서 지급을 명한 판결원금 전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강제조정 결정을 하여 확정되었습니다. 이처럼 동종업무를 수행함에도 무기계약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과 복리후생에서 차별을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이고, 사용자는 그 차액 상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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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과제

길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헌법상 평등원칙과 근로기준법의 균등처우원칙에 따라 동종·유사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무기계약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보장하고, 정부는 이를 위반한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으면 됩니다. 예컨대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거나 이와 유사한 형태로 가칭「무기계약직 처우 및 차별시정 가이드라인」을 새로 제정하기만 해도 현재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정부와 사용자가 취해야 할 법적 의무입니다. 굳이 정의와 형평의 이념을 꺼낼 필요도 없습니다.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정규직 전환의무를 잠탈하여 무기계약직 신설이라는 꼼수를 저지른 것은 탈법행위로서 무효입니다. 최근 들어 법원이 연이어 무기계약직 차별을 시정하라는 판결을 하는 것도 이러한 위법행위를 시정하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비정규직·무기계약직 확산은 열악한 근로조건과 차별을 양산하고, 노동3권을 현실적으로 제약하고 침해하며, 사회경제적으로는 나쁜 일자리 양산과 저임금 노동을 고착화시킵니다. 나쁜 일자리 양산은 결국 소비와 생산을 위축시키고, 종국에는 사회적 공멸을 초래할 뿐입니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정부가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 kctu@hanmail.net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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