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 강요하는 ‘노동시간 특례 59조’ 폐기” 촉구
매년 과로사-교통사고 후 뒷북치는 정치권은 책임져야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근기법 개악 중단 및 노동시간 특례 즉각 폐기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사업주 마음대로 노동자에게 무제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할 수 있는 ‘노동시간 특례 59조’를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24개 단체로 구성된 ‘과로사 OUT 대책위’는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근기법 개악 중단 및 노동시간 특례 즉각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시간 특례는 아무런 규제 없이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는 전 세계의 유래 없는 악법으로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몰아넣고 있다”며 “어떠한 근거와 기준도 없이 확대되어온 대표적인 적폐제도”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지속적으로 ‘노동시간 특례 59조’ 폐기를 요구해왔으나 매년 과로사, 과로자살, 교통사고 등으로 노동자, 시민의 희생이 반복될 때마다 노동시간 특례를 없애겠다고 하던 정치권의 공약과 법안은 누더기가 되어 정치공방의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면서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노동자, 시민의 죽음을 방조한 책임을 져야 하다”고 전했다.

201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노동시간 특례 59조’ 적용 대상자가 820만 명에 달하고 있다. 2017년 한해에만 과로로 1,809명이 산재를 신청했고, 589명이 산재 인정을 받았다. 매년 300명이 넘는 노동자의 과로사망과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도 지속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0조는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하수·폐수 및 분뇨 처리업 △육상 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 △수상 운송업 △항공 운송업 △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 △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 △방송업 △전기 통신업 △보건업 △사회복지 서비스업 등의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이와 같은 규정이 있음에도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노동시간 특례 59조’에 적용되고 있는 사업장의 노조 대표자들이 참석해 현장발언이 이어졌다. 공공운수노조 영화산업노조 안병호 위원장, 서비스연맹 민주택시노조 김성한 사무처장,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새 서울의료원분회 김경희 분회장이 참석했다.

안병호 위원장은 “영화방송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따른 특례로 근로자대표와의 합의만 있으면 한주의 근무시간이 70시간이건 80시간이건 가능하다”며 “촬영시간이 줄어도 준비하는 시간은 줄지 않고, 기간은 줄어도 일거리는 줄지 않고, 사람을 늘리는 일은 인색하기에 한주 80시간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인다. 근로기준법 제59조로 인해 노동자들이 길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한 사무처장은 “택시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다. 10시간 이상 일하게 되면 연간 3천 시간을 일하는 등 그야말로 사고가 나지 않으면 다행이고, 사고 나서 죽지 않는 것이 다행인 것이 현재 택시노동자의 현실”이라며 “제59조가 계속 존재하는 한 택시노동자와 시민들의 죽음을 더욱 늘어날 것이고, 택시노동자들은 더 무제한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경희 분회장은 “연간 2,410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다. 서울시는 노동시간단축 계획을 내놓으면서 2017년 서울의료원에서는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모델 시범운영을 시작했지만 현장에서는 인력충원이나 임금현실화 계획 없이 강제되는 연차사용으로 빈자리를 메꾸려 연장근무가 불가피해졌고, 연차수당 삭감으로 임금 저하의 결과만 낳을 판”이라며 “인력충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기만이며,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서울의료원 사측과 제1노조인 기업노조의 ‘과로사법인 59조에 따른 연장근무’ 합의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6일 10시 환경노동위 산하 고용노동소위가 열리는데 노동시간 단축을 비롯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해 논의한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했지만 국회는 이해당사자인 노동자와의 소통 없이 진행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만약 국회에서 강행처리한다면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바 있듯이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전면 재논의 할 것이고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의 27살 간호사의 자살에도 일터 괴롭힘과 더불어 하루 16시간을 일하는 장시간 노동이 있었다. 항공운수, 병원, 집배노동자, 이한빛 PD 모두 특례적용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로 장시간 노동이 죽음으로 몰고 갔다.

대책위는 “사업주 맘대로 무제한 장시간 노동을 강요 할 수 있는 노동자가 절반인데, 그 어떠한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규제로 노동시간을 단축 한다는 것이 무슨 실효성이 있겠는가”라며 “1961년 제정 이후 오로지 사업주의 이익만 반영되어 최소한의 요건조차 폐지 된 체, 점차 대상 업종과 노동자 숫자만 확대된 노동시간 특례 59조는 즉각 폐기 되어야 한다”며 이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이 23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근기법 개악 중단 및 노동시간 특례 즉각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여는 말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노동시민사회단체가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근기법 개악 중단 및 노동시간 특례 즉각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매년 과로사-교통사고 후 뒷북치는 정치권은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근기법 개악 중단 및 노동시간 특례 즉각 폐기 촉구 기자회견’ ⓒ 노동과세계 변백선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사업주 마음대로 노동자에게 무제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할 수 있는 ‘노동시간 특례 59조’를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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