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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기법 59조 노동시간특례조항 ‘법’이냐 ‘폭력’이냐

기사승인 2018.03.03  08: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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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 지상조업 노동자들 하루15시간 근무, 피폐한 삶의 악순환

근로기준법 59조 노동시간특례조항이 도마에 올랐다.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설 연휴 기간 하루 평균 19만 명, 5일동안 100만여 명이나 다녀간 인천국제공항. 이들이 아무 일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지상조업’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상조업 근무란 비행기 유도, 견인, 수화물 상하기, 급유, 정비, 기내청소, 오물수거작업 같은 일들이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이동하기 위한 단 1시간 사이에 벌어지는 노동이다.

2월 28일 오전11시, 2014년에 지상조업 일을 시작한 샤프항공 소속 김진영씨(46세)를 만났다. 지상조업 업체인 샤프항공에는 500여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김 씨는 “비행기 주차 후 비행기 고임목을 고이고, 기체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문을 열고 수화물과 화물을 빼내 정리하고, 기내에서는 청소, 부직포 갈기, 오물 청소, 책자 정리하는 등 승객 탑승까지 1시간 이내에 해야 한다”면서 “적정 인원이 6~7명인데 현재 4~5명이 일하고 있어서 한 사람이 150시간 연장근무를 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회사의 작업 매뉴얼이 있지만 유명무실한지 오래라는 얘기다. 김 씨는 “퍼스크클래스 가방이 가장 먼저 출국장 도착 전에 나와 있어야 해서 수화물 처리시간이 대형기는 15분 이내, 소형기는 10분 이내로 매뉴얼이 돼 있다”면서 “대형기의 경우 안전체크와 장비 붙이는 데만 10분 소요되고 컨테이너 락을 풀고 조작하는 데도 15분이 걸려 실제로는 25분 이상 소요되는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대책은 인원 채용이 돼야 하는데, 노동특례 59조 조항 때문에 회사가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회사가 최저임금 위반업체로 소송까지 걸려있는 마당에, 장시간 노동으로 기피업종이 돼 있다”면서 “높은 이직률 때문에 생긴 것인데 2013년, 2014년에는 고용창출 우수기업 대통령상까지 받는 말도 안 되는 일도 벌어졌다”고 혀를 내둘렀다.

장시긴 노동에 시달리는 일명 '3박4일 스케줄' 샤프항공 근무표. 1인 4~5명이 1개조다. 표에 표기된 영문자는 근무형태로 O(13시~22시), R(휴무), G7(06시 출근/7시간 연장근무), E2(04시 출근/2시간 연장근무), W4(20시 출근/4시간 연장근무), V4(19시 출근/4시간 연장근무)를 뜻한다. (사진=노동과세계)

지상조업 노동자들에게는 일명 ‘3박4일 스케줄’이라는 근무표가 있다. 근무표에 따르면 37개조 중 12조의 경우 지난 2월 7일 수요일 (O근무) 노동자들은 오후1시에 출근해 밤10시에 퇴근한다. 다음날 목요일에는 (G7근무) 오전6시에 출근해서 7시간 연장근무까지 하게 되면 밤10시에 퇴근하게 된다. 다다음날인 금요일에도 (G7근무) 오전6시에 출근해서 7시간 연장근무하고 밤10시에 퇴근한다. 주말인 토요일은 (E2근무) 오전4시에 출근해 2시간 연장근무하고 오후3시에 퇴근하고서야 일요일 하루 휴식을 취하게 된다. 김 씨는 “3박4일 근무 기간 동안엔 사실상 퇴근 후 집에서 3~4시간밖에 수면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집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회사에서 쪽잠을 자게 된다”고 털어놨다.

아이 다섯을 둔 김 씨는 늘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애들이랑 놀러가고 싶을 때 피곤이 쌓여있어 휴일이라고 일어나면 오후2시가 돼버려 하루가 날아가 버리고 만다”면서 “돈이 목적이 아니라 행복한 가정을 누리기 위한 시대로 바뀌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어 아빠의 노릇, 남편의 노릇을 못해 늘 죄책감에 쌓여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직장 동료들에게도 미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김 씨는 “쉬는 날이 따로 있지 않아 꼭 필요한 날에 개인 연차를 내야 하는데 연차휴가를 내면 회사는 일단 반려를 했다가 다른 날짜에 쉬게 한다”면서 “장시간 노동이 겹쳐 어딘가 몸이 고장이 난다든지 해야 진단서 끊고 동료들에게 미안하지만 쉴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이게 악순환 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평균나이 40대 중반의 지상조업 노동자들에게 장시간 노동은 풀지 못하는 문제다. 퇴직해서야 배우자 부모의 승낙을 얻어 결혼하는 노동자도 있다고 했다. 김 씨는 “집이 가족의 안식처가 아니라 옷만 갈아입고 나오는 ‘하숙집’ 같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이 왔다가도 개선이 없는 것도 문제다. 김 씨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을지로위원회 여당 의원들이 왔다갔지만 ‘수박겉핥기 식’일뿐 그때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기본급보다 시간외수당이 더 많은 인천공항 지상조업 노동자들에게 노동특례 59조는 결국 ‘법’이 아닌 ‘폭력’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김 씨는 “근로기준법 59조라는 게 최저기준인데, 최저에서도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할 뿐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멍들어가고 있다”면서 “59조를 존치해서 단계적으로 가야한다고 하지만 결국 사용자들 편들어주는 얘기 아니냐”고 잘라 말했다. “똑같은 국민들인데, 왜 차등을 두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기본급보다 시간외수당이 더 많은 샤프항공 임금구조. 최저임금 위반으로 소송이 진행중이기도 하다. 하루 15시간 장시간 노동은 '근기법 59조 노동특례 조항'에 묶여 고착화되고 있다. (사진=노동과세계)

노동과세계 강상철 kctu@hanmail.net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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