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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기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셨습니까?

기사승인 2018.03.13  16: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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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전 전기원 노동자 전자파로 인한 백혈병 산재 승인”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한다.

건설노조는 배전현장에서 25년 넘게 일하다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故 장상근 조합원을 대신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그로부터 2년 9개월여 만인 2018년 2월 27일, 질병판정위원회(업무상 질병에 대한 산재승인 여부를 심사하는 기관)는 “전자파와 백혈병 간에 의학적 연관성이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업무 환경등을 고려할 때 간접적인 연관성이 상당부분 인정된다”는 취지로 산재를 승인했다.

 

우리나라 전기 공급 체계는 발전 - 송전(154,000V/345,000V) - 배전(22,900V)의 과정을 거쳐 수용가(220V)에 전달된다. 배전 전기원 노동자들은 22,900V 전기가 흐르는 전깃줄에서 작업한다. 대부분 한전 협력회사에 2년 단위로 고용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작업 중인 배전 전기원 노동자의 모습 ⓒ 노동과세계

 

우리나라 전기 공급 체계는 발전 - 송전(154,000V/345,000V) - 배전(22,900V)의 과정을 거쳐 수용가(220V)에 전달된다. 배전 전기원 노동자들은 22,900V 전기가 흐르는 전깃줄에서 작업한다. 대부분 한전 협력회사에 2년 단위로 고용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작업시 필요한 구간의 전기를 차단하면 전기가 흐르지 않아 훨씬 안전한데도, 한전은 비용절감과 고품질 전기 서비스 공급이라는 명분으로 活線(활선-전기가 흐르는 상태)작업을 요구하고 있다. 22,900V의 살아 있는 전기와 16미터 높이의 전주에서 작업하니 스트레스가 매우 심하다. 또한 흐르는 전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몸에 직접 전달되다 보니 몸에 이로울 리 없다. “작업할 때 피부와 털끝이 뾰쪽하게 선다, 작업 후엔 손발이 붓고 몸이 피곤하다, 안개가 끼거나 날이 흐리면 몸에 전기가 직접 흐르는 것을 느낀다” 현장에서 작업하는 대부분의 배전 전기원 노동자가 호소하는 고통이다.

故 장상근 조합원의 산재재해보상보험 종합소견서에는 “스위스 철도 노동자들에 대한 코호트 연구에 의하면 초저주파 전자기장(ELF-들)과 골수성 백혈병과의 연관성을 설명하고 있으며 국제암연구소(IARC)에 있어서 초저주파 전자기장의 제한적인 발암가능성(Group 2B)을 기술하고 있음. 상기자의 직업력과 상기병증과의 관련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움”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배전 전기원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을 4년째 연구하고 있는 조선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이철갑 교수는 “의사상담, 서면조사, 사고력 조사, 건강관리 정보제공을 통해 확인된 자료에 의하면 배전전기원 노동자들의 직업성질환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사망의 원인이 전자파로 인한 작업과 연관성을 배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해 줄 객관적 자료는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이었다. 2001년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전자파를 2B 그룹, 발암추정물질로 분류한 것. 즉, 암을 일으킨다는 유의미한 통계는 없지만 심증적으로 의심되는 물질들이라는 것”, 송전탑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전자파가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자료나 연구가 부분적으로 있는 것을 제외하면 전자파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배전전기원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 자료는 전무한 상태였다.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노조는 먼저 전체 조합원 대상 혈액검사와 설문조사, 암환자 찾기 운동을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취합된 암환자 11명에 대해서는 집단산재도 신청했다. 또한 안전보건공단 투쟁을 통해 수차례 전자파 측정과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활선작업자 건강상태 및 관련 실태조사, 2018)에 배전 전기원 노동자들의 경우 전자파의 노출량이 용접작업자나 반동체 공장 작업자 보다 많게는 100~1,000배 이상 나온다는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했다. 이는 살아 있는 전기를 만지며 일상적으로 작업하는 배전 전기원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 전자파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건설노조는 배전현장에서 25년 넘게 일하다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故 장상근 조합원을 대신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그로부터 2년 9개월여 만인 2018년 2월 27일, 질병판정위원회는 “전자파와 백혈병 간에 의학적 연관성이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업무 환경등을 고려할 때 간접적인 연관성이 상당부분 인정된다”는 취지로 산재를 승인했다. ⓒ 노동과세계

故 장상근 조합원 산재승인은 전자파의 유해성을 국가기관이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매우 의미 있는 투쟁성과다. 하지만 안전보건연구원이 “역학적 증거와 실험연구가 부족해 전자기장 노출이 활선작업자들의 건강장해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증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끝맺고 있기에 이 투쟁은 끝이 아니다. 전자파와 작업환경에 대한 문제제기의 첫 출발일 뿐이다. 故 장상근 조합원 산재승인이 전기를 다루는 모든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투쟁이 필요하다. 

그 첫 출발은 배전 전기원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에 대한 전면적 역학조사 실시다. 이를 통해 의학적 역학성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전자파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모든 노동자들이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전자파를 유해인자로 지정하고, 특수건강검진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 셋째, 정부와 한전은 배전전기원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직접 활선 작업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

송성주(건설노동조합 광주전남지역본부 사무국장) kct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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