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이마트 故권미순님 추모 촛불문화제’ 열어
추모위해 계산대로 이동 중 관리자들과 충돌
이마트는 진심어린 사과해야

ⓒ 노동과세계 변백선

“권미순 님의 소식을 접했던 것은 토요일 저녁 12시 경이었다. 급히 병원으로 이동해 두 딸을 위로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 주위를 보니 회사사람들이 수십 명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 여기 구로점에도 회사사람들이 수십 명 있었을 텐데 그 누구 간부 하나가 권미순 님을 살릴 수 없었다는 것에 비통했다. 이런 상황 속에 이마트 사측은 사과 한마디 없다. 사과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사과가 아니다. 이 상황 쉽게 넘어갈 문제 아니다. 이마트는 유가족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구로지회 김경숙 지회장이 2일 오후 이마트 구로점 앞에서 열린 ‘살릴 수 있었다! 이마트가 책임져라! 이마트 故권미순님 추모 촛불문화제’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지난달 28일 이마트 다산점에서 하청업체 직원이 무빙워크를 수리하던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31일 이마트 구로점에서 계산대 업무를 보던 직원이 가슴통증으로 돌연 쓰러져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마트산업노조에 따르면 故권미순 조합원은 오후 10시 32분께 이마트 2층 24번 계산대에서 평소와 같이 캐셔 업무를 하는 도중 갑작스런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이 상황에서 안전관리책임자는 퇴근하고 없었고, 故권미순 조합원이 쓰러져 있는 동안 매장에는 많은 관리자와 보안요원이 있었지만 구급차가 오는 10여분 동안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받지 못했다.

노동조합과 유가족이 CCTV로 확인해 본 결과 이마트 관리자의 초동대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외주 용역업체 소속 보안 직원이 신체를 마사지하고 부채질을 해준 정도였다.

마트산업노조는 “대형마트는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으로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곳이지만, 그 큰 매장에 제세동기도 한 대뿐이었다. 대형마트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그곳을 이용하는 고객, 바로 우리의 문제”라며 “노동자와 고객의 생명을 위협하는 이마트의 안전불감증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분노했다.

마트산업노조 정민정 사무처장은 “4월은 노동자들에게 매우 가슴 아픈 달이다.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들을 기리는 달이 4월이다. 4월의 시작은 곁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를 추모하면서 시작을 하게 됐다”며 ‘이마트 故권미순 조합원 추모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은 “한해에 일터에서 산재를 통해 2천여 명이 사망하고 있다. 생명과 안전이 중시되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일터에서 변화된 것이 없다”면서 “이마트 구로점에 정용진 부회장이 현장 시찰로 방문했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면 이런 조치를 취했겠는가. 사람의 목숨 값이 회장과 계산원과의 다름이 있는가. 이 문제는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이런 억울한 죽음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트산업노조는 “故권미순 조합원이 쓰러진 것 자체를 이마트가 전부 잘못했다고 탓하는 것이 아니다. 10분의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 골든타임에 최선을 다했는지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다. 故권미순 조합원이 왜 사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상황과 과정이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라며 “이 과정 속에서 개선될 것이 있으면 개선되어야 하고, 이마트에서 이런 죽음이 다시는 나오지 않는 것이 우리의 간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민중당 상임대표 김종훈 의원은 “이마트 안에는 일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하루에 수천 명이 사용하는 곳이다. 그날 안전조치를 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그럼에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조차 없는 이 기업을 보면서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하지만 이러면 안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이마트에서 21살의 청년이 사망했다. 또 하청의 탓이라고 할 것인가라고 분노했다.

이미트지부 전수찬 위원장은 “故권미순 조합원이 오후 10시 32분에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이후 10분 동안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 보다 못한 시민이 나서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고, 그때서야 119가 도착했다. 그럼에도 이마트는 할 것 다했다고, 잘못한 것 없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라며 “이마트가 안전관리 매뉴얼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본 적이 없다. 매뉴얼대로 했다는 그 매뉴얼이 어디 있는가. 그 날 노동자, 시민 등 어떠한 분이 이마트 구로점 그 시간에 쓰러졌다라고 하면 그 분은 사망했던 것이다. 이마트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문화제를 마치고 추모의 글을 쓴 포스트잇을 故권미순 조합원이 일했던 24번 계산대에 남기기 위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마트 관리자들과 마찰이 발생했다. 이마트 관리자들은 “이곳은 사유지니 들어오지 말라”, “집회하던 곳으로 돌아가라”, “추모는 아까 다 하지 않았냐”면서 물리적으로 가로막았다. 추모를 가로막는 과정에서 발생된 충돌로 참가자 중 손톱이 빠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마트산업노조는 “아직 삼우제가 끝나지도 않았고, 유가족과 제대로 된 합의도 시작하지 못했다”며 “이마트가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추모마저 방해하고 가로막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고인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대책 수립 △고인의 산업재해 신청 협조 △매장 내에서의 동료들과 시민들의 추모 보장 △사고가 발생한 구로점 소속 직원에 대한 심리치료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마트노조는 4월 3일, 4월 4일 매일 저녁 7시 이마트 구로점 앞에서 추모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계획으로 촛불문화제 이후 故권미순 조합원이 사망한 24번 계산대 앞에 국화를 놓고 추모의 뜻을 담은 포스트잇을 게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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