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재벌 에스티유니타스 ‘밥먹듯’ 근로기준법 위반, 노동부 진정 조사도 없어

정의당 이정미의원실의 주최로 5일 오후 1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인 장민순 씨의 언니 장향미 씨는 “근로기준법만 지켰어도, 내 동생은 살아있었을 것”이라며 “‘웹디자이너의 죽음’ 에스티유니타스를 고발한다”고 밝혔다.(사진=정의당)

IT업계 학원재벌로 불리는 인터넷강의업체 ‘에스티유니타스’의 웹디자이너가 장시간 노동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사건이 친언니의 고발로 세상에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의원실의 주최로 5일 오후 1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인 장민순 씨의 언니 장향미 씨는 “근로기준법만 지켰어도, 내 동생은 살아있었을 것”이라며 “‘웹디자이너의 죽음’ 에스티유니타스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3일 자살한 고인 장 씨는 2015년 5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2년 8개월 동안 주 12시간(근무일 기준) 이상 연장근로한 주가 46주(35.7%)나 될 정도로 열악하였다. 특히 죽기 2개월 전인 2017년 11월에는 밤8시 이후 퇴근하는 날이 70%에 이를 정도로 살인적인 장시간 야근에 우울증을 악화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에스티유니타스 직장 상사들은 장시간 야근을 시키면서도, “컨펌 대기, 컨펌 까기”를 반복했으며, “주말에는 책을 읽어오라,” (채식주의자인 고인에게) “육식을 하라”, “‘부끄러운 하루’라는 표현으로 가득찬 자기 비판적 성격의 업무일지”를 작성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진에 이른 동생을 보며, 걱정이 앞선 고인의 언니인 장 씨는 2017년 12월 2일, 강남지청에 근로감독 청원을 요구하였지만 근로감독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역시 IT업계 게임회사 넷마블에서 일하고 있는 언니 장 씨는 ”IT회사의 야근은 일상과도 같은 관행이라지만, 에스티유니타스의 야근은 IT관행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한마디로 상상초월이었다”면서 “‘똑똑하고 어린 신입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던 동생의 마지막 말이 곧 동생의 유언이라고 생각한다. 동생의 유지를 이어나가기 위해 회사에 야근 문화 근절을 요구하는 것은 유족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은 “자칫 묻힐 뻔 했던 이번 과로사 자살 사건이 언니의 용기로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면서 “유족이 고인 생전에 노동부에 진정을 했음에도 조사가 없었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은 특별근로감독을 해서라도 장시간 노동의 문제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스티유니타스는 2010년 주식회사 에스티 앤 컴퍼니로 설립되어 영단기를 시작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사세를 급격히 확장, 현재는 지원하는 시험 수만 수십 개에 달하는 학원 재벌이 되었다. 공격적인 경영이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를 연상시킨다하여 학원계의 아마존이라 불리며, 같은 업종인 메가스터디와 비슷한 규모의 자회사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2016년이 되면서 엄청난 인수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온라인 서점 리브로, 아동 전문 온라인 서점 세원북을 인수한 데 이어, MBC아카데미뷰티스쿨과 뷰티르샤, 스누티브러쉬를 인수하며 미용 학원 사업에도 진출했다. 그 외에도 모라비안유니타스, 웨더디자인이라는 업체, 대구 소재 대형 고시학원인 대구한국공무원학원까지 전부 인수, 합병했다.

<고인 언니 장 씨의 입장문 전문>

제 동생의 이름은 장민순입니다. 동생은 웹디자이너였습니다. 디자인이 너무 좋아 웹디자이너가 되었고, 최종 꿈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며 자기방에 큼직하게 글자를 써 붙여둘 만큼 디자인을 사랑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더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항상 열심히였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하는 웹디자인일은 늘 야근이 많고 고됐습니다. IT회사의 야근은 일상과도 같은 관행이라지만, 에스티유니타스의 야근은 IT관행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한마디로 상상초월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동생의 회사 동료들은 모두 제 동생이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부모님과 저는 모두 입사직후부터 동생에게 회사를 그만두라며 수없이 말렸습니다. 그때마다 동생은 기왕 입사했으니 1년만 참고 다니겠다 했고, 1년 뒤에는 조금만 더 해서 팀장으로 승진한 다음 이직하겠다며 퇴사를 미뤘습니다. 당시 동생은 팀장대행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동생의 건강은 점점 악화되었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동생은 부모님과 제가 걱정할까봐 죽을 만큼 힘들면서도 좀처럼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작년12월2일 처음으로 동생이 제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며 업무의 과중함과 상사의 문제를 토로했을 때, 너무 화가 나서 그날 바로 강남노동지청에 동생의 회사를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뒤에 담당자로부터 받은 답변은 “2017년 근로감독 나가는 물량이 이미 끝났고, 이 업체만 단독으로 근로감독을 나가면 이상하게 여길 테니, 2018년 2월 이후에 다른 신고업체와 묶어서 근로감독을 나가겠다.”였습니다. 그때 바로 근로감독을 나갔더라면, 제 동생은 살 수 있었습니다. 강남노동지청은 근로감독 업무태만으로 제 동생의 죽음을 방관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저는 현재 게임회사 넷마블에 재직 중입니다. 넷마블은 “구로의 등대”라는 별명처럼 한때 야근의 대명사로 불렸지만, 2016년 과로사 문제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았고, 이 때를 전후해 넷마블은 고질적인 관행처럼 이어지던 야근 근절을 약속했습니다. 넷마블 전체를 대표하여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 제가 근무하고 있는 조직에서는 더 이상 야근을 하지 않습니다. 야근 없앨 수 있습니다! IT 기업의 특성상 불가피한 야근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에스티유니타스에 대해 고용노동부에서 즉각적인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생전에 제 동생은 신입들을 위해 야근을 강요하는 지금의 불합리한 회사의 업무관행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똑똑하고 어린 신입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나서서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다고 말을 했고 그로 인한 불이익으로 자신은 회사를 떠나는 것도 각오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열흘 뒤 동생이 유서없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죽기 전날에도 자신의 근무시간을 추정할 수 있는 출퇴근 교통카드사용기록을 뽑아서 저에게 전달했습니다. 저는 동생의 마지막 말이 곧 동생의 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동생의 유지를 이어나가기 위해 회사에 야근 문화 근절을 요구하는 것은 유족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

제 동생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동생의 사망원인이 회사의 부당한 업무지시나 과중한 업무부담, 업무 스트레스에 있다는 유족의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동생의 우울증이 원인이라는 공식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우울증은 잘 치료받고 관리하면 완치 가능한 질병입니다. 제 동생은 회사입사초기였던 2015년 6월 우울증이 완치에 가까울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었다는 담당 전문의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회사에서 근무하는 2년8개월 동안, 비인간적인 근무환경 속에서 계속되는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동생의 우울증은 악화되고 오히려 과도한 업무로 인해 정기적인 병원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면서 우울증 악화는 더 심해졌습니다.

결정적으로 제가 만나본 동생의 회사 동료들 중에서 평소 우울증이 없던 건강하셨던 분들도 이 회사를 다니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이곳 말고 다른 회사에 갈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웠다.” “잠이 들 때 마다 이대로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같이, 동생과 비슷한 우울증상을 겪었다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힘들면 퇴사를 하지 그랬냐라고 하시는 분들이 분명히 있으실 겁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을 보면서 제가 깨달은 사실은 사람이 장기간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그 상황에서 도망치려는 노력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무력감에 빠지게 되고, 도망간다 혹은 직장을 그만둔다는 선택지를 보지 못하게 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가정폭력사건에서 매맞는 아내가 스스로 남편의 가혹한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따라서 동생의 죽음은 명백한 회사의 책임입니다.

잘못된 시스템에서 비롯된 모순과 불합리한 문제가 있고, 그 안에 속한 개개인의 그릇된 욕망과 악한 마음이 만나서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불행히도 제 동생이 그 속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였지만, 저는 이것이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 동생이 아닌 누구라도 그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소중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더 이상 없도록, 저처럼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고통 속에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잘못된 시스템의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서 해결해야 합니다. 제 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무언가 바꿀 수 있는 시발점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제동생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며 제가 바라는 모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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