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모두 정규직이 된다면,
눈치 보지 않고 일할 수 있다면,
해고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헌법이라는 그릇에 노동자의 상상을 담아봅시다.

 

 
■ 노동자 이름찾기
헌법 전문에 ‘노동존중’ 명시, 헌법의 ‘근로’를 ‘노동’으로노동자를 노동자라 부르지 못하는 사회에서 ‘노동존중’은 실현될 수 없습니다. ‘근로’는 노동이라는 행위에‘열심히 일한다’는 가치를 덧씌운 용어로, 법률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노동기준법,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노동절! 시민이 노동자라는 상식을 헌법에 담읍시다.
 
■ 온전한 정규직 전환
“노동자를 고용할 때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기간의 정함이 없이 직접고용 하여야 한다”
문재인대통령은 당선 직후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습니다. 학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는 명자씨는 내심 기대했습니다. 대통령이 우리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니, 지긋지긋한 고용불안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하고요. 교육청이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정규직 전환율은 11%에 불과했습니다. 비정규직 천만 시대, 명자씨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서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 헌법이 담을 가치는 이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 차별철폐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자동차공장에서 일하는 성욱씨는 비정규직입니다. 같은 라인에서 같은 차체의 오른쪽 바퀴는 성욱씨가, 왼쪽 바퀴는 정규직 노동자 현수씨가 끼며 일합니다. 성욱씨 월급은 현수씨의 절반입니다. 성욱씨에게 차별은 작업복 색, 안전화 재질, 명찰에 찍힌 회사 이름 등 일상의 모든 것입니다. 정규직 앞에 ‘비’자 하나 붙었다고 모든 차별을 참으라 합니다.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건 욕심이 아니라 상식입니다. 성욱씨는 그 상식을 헌법에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 해고노동자의 일자리
"노동자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쌍용차 해고자 김득중씨는 2009년 2,600여 명의 동료들과 공장에서 쫓겨났습니다. 회사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들며 해고가 불가피하다 했지만, 신차를 내고 공장이 팽팽 돌아가는 지금도 함께 살자는 해고자들의 외침은 제자리걸음입니다. 올 3월 네 번째 단식으로 꼬박 한 달을 굶은 김득중에게, 노동헌법은 ‘정리해고법’을 넘어 노동자의 삶을 지킬 수 있는 작은 희망입니다.

 

■ 최저임금 1만원
"모든 국민은 적절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소득보장과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가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저임금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저임금 문제 해결 없이 양극화 해소, 헬조선 타파는 불가능합니다. 최저임금 노동자 500만 시대, 국민임금이 된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모든 노동자의 적정소득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코앞에 다가온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헌법에 담읍시다.

 

■ 파업할 권리
"노동자는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및 노동조건의 유지 개선을 위하여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의 자유와 권리를 가진다.”
철도기관사 철이씨는 2013년 민영화 저지 파업에 함께했습니다. 철도가 민영화 되면 국민의 안전뿐만 아니라, 기관사 철이씨의 노동조건도 나빠집니다. 법원은 철도민영화가 ‘경영상 판단 문제’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파업은 불법이라고 합니다. 절차도 까다롭습니다. 조합원 총투표하고, 중앙노동위 판정 기다리고… 파업까지 가는 길이 산 넘어 산입니다. 현재 법에서 노조 파업은 ‘미션 임파서블’처럼 되어버렸습니다. 내 삶을 지키고 싶어 파업하는 철이씨, 헌법이 ‘파업하는 이유’를 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 교사와 공무원의 노동3권
"노동자는 자주적으로 단결할 자유를 가진다”
경기도 과천의 공무원노조 조합원 은환씨는 14년 전 공무원 총파업에 함께했다 해직 당했습니다. ‘공무원은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현행 헌법에 맞섰다는 이유입니다. 은환씨처럼 노동3권을 요구하다 해직된 공무원만 136명입니다. 공무원노조는 올해 4월 설립신고필증을 받았지만, 단체행동권·정치활동 금지, 단체교섭권 제약은 여전합니다. 전교조는 아직도 법외노조 상태입니다. 현행 헌법 제33조 2항(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노동3권을 갖는다)을 삭제하고, 공무원의 온전한 노동3권을 헌법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 노동자 경영참여권
"모든 노동자는 자신의 대표를 통하여 노동조건의 집단적 결정과 기업의 경영에 참가할 권리를 가진다”
한국GM, 벌써 세 명의 노동자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희망퇴직이 승인됐다’는 사측의 통보를 받은 뒤였습니다. 노동자가 경영 전반에 참여하고 목소리 낼 수 있었다면 글로벌GM이 한국GM을 이 정도로 수탈해갈 수 있었을까요. 하루아침에 회사가 문 닫고, 외국자본에 팔리는 걸 언제까지 바라보고 있어야 할까요. 나의 삶을 결정하는 일에 내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의 경영참가권이 헌법에 담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 공공부문 노동자의 자부심
"철도, 도로, 공항, 항만 등 기반 시설 공공서비스의 시설과 설비는 국민의 공공 자산으로 그 소유와 운영에 있어 공공성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시민들에게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동은 빛이고 온기입니다. 청결함입니다. 편리한 발입니다. 이것이 공공부문 노동자의 자부심입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공공부문은 효율과 민영화라는 명목으로 쪼개어져 시장에 팔렸습니다. 시민의 권리와 노동자의 일자리만 위기에 놓였습니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마음대로 팔아먹을 수 없도록, 새 헌법에는 기반시설과 공공서비스의 공공성 원칙이 명시되어야 합니다.

 

■ 공공의료원 되찾기
"보건의료산업은 이윤보다 생명, 공공성 원칙을 준수하여 운영되어야 한다”
“적자가 발생했으니 없애 버리겠다” 자유한국당 홍준표는 2013년 5월 진주의료원을 폐업했습니다. 공공병원은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서비스, 메르스 같은 국가 재난 발생 시 대응 등 공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한국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은 7%로, OECD 국가 평균 70%와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치입니다. 헌법에 보건의료서비스의 공공성 원칙을 명시해, 진주의료원 폐업 같은 사태는 재발되지 않도록 하고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을 늘려야 합니다.

 

■ 성평등한 일터
"국가는 실질적 성평등을 실현하고 현존하는 차별을 제거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조치한다”
“성평등은 고용, 노동, 임금, 복지, 재정 등 모든 영역에서 보장되어야 한다”
면접 점수를 조작해 여성 지원자를 고의로 탈락시킨 하나은행 비리를 시작으로 ‘채용부터 남녀차별’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어렵게 취직해도 직장 내 성차별·성희롱·성폭력에 시달립니다. 임금까지 차별입니다.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100:64로 OECD 국가 중 최곱니다. #MeToo가 바꿀 세상을 헌법에 담아야 합니다. 추상적인 ‘성평등’이 아니라, 성평등을 위한 국가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끌어낼 수 있는 조항이 헌법에 담겨야 합니다.

 

■ 안전하게 일할 권리
"모든 사람은 국가와 기업에게 위험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안전과 건강을 위한 조치를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
3월 말, 신세계이마트에서 무빙워크를 수리하던 21살 청년노동자와 계산대에서 근무하던 여성 노동자가 죽었습니다. 적절한 예방조치가 있었다면 살 수 있었습니다. 건설현장에서만 10년 동안 6천여 명이 산업재해로 죽고, 삼성전자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죽은 노동자는 밝혀진 것만 100명이 넘습니다. 노동자들의 산재가 계속되는 나라, 바뀌어야 합니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헌법에 담아야 합니다.

 

■ 재벌 곳간열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노동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를 가진다”
재벌 갑질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박근혜는 24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이재용은 풀려나는 것이 한국사회의 단면입니다. 촛불 이후에도 살아있는 권력은 ‘재벌’입니다. 비정규직 천만 시대의 주범, 골목상권을 장악해 자영업자의 삶을 앗아간 주범, 이윤을 핑계로 일터에서 노동자를 죽게 한 주범이 다 재벌입니다. 재벌 곳간에 쌓인 800조는 모든 을들의 눈물입니다. 1948년 제헌헌법에 명시되어 있던 이익균점권을 다시 헌법에 담아야 합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