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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팩스 한 장 ‘법외노조 통보’ 전모의 시작

기사승인 2018.06.28  2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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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 사법부의 ‘사법 농단’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촉구가 시민단체와 노동·종교·학계 단체들로 확대되고 있다. 대법원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최고 기관으로서, 최종심판권을 갖고 있어 충격과 피해도 ‘최상급’이다. 사건에 대해 파기 환송은 물론 상고법원 설립을 위한 ‘판결 흥정’까지 대두되고 있다. <노동과세계>는 전교조를 시작으로 해당 피해 조직의 인터뷰를 통해 ‘사법농단’의 과정을 시리즈로 취재 소개한다.]

변성호 전교조 전 위원장. ⓒ 노동과세계 변백선

2013년 10월 24일 한 장의 팩스가 전교조 사무실로 날아왔다. ‘법외노조 통보’였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내년이 30년이 되는 전교조엔 ‘플랜B’라는 게 있다. 가시밭길 고난 행군이 예측될 때 발동하는 지침 같은 것이다. 어려운 시절 조직을 최소화 해 운영해온 10년의 경험을 매뉴얼로 만든 것이다.

전교조는 1989년 군사독재정권하에서 탄생했다. 당시 결성 사건으로 1527명의 교사들이 파면, 해임됐다. 이후 10년이라는 고통의 시기를 겪은 후에야 1999년 합법화했다. 당시 전임자들은 복귀명령을 받았고, 사무실을 빼라는 치졸한 명령도 내려졌다. 조직의 모든 계좌들은 압류 조치됐고 단체협약이 해지됐다. 활동가들은 고소고발과 징계의 위협을 감내해야 하는 등 ‘가시밭길’의 10년 그것이었다.

박근혜 정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 후 ‘플랜B’가 가동됐다. 특히 조합비가 문제였다. 체크오프 시스템이 불가능하게 됐다. 체크오프는 조합원 명단에 따라서 교육청이 조합비를 걷어주는 시스템이었다. 결국 조합원으로부터 CMS 동의서를 받아 조합비를 걷게 됐다. 문제는 수수료다. 일 년에 1억5천~2억 원이 수수료로 나간다. 법외노조 장기화에 대비해 일 년에 걸쳐서 CMS체계를 ‘울며 겨자 먹기’로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재정적인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노조사무실 임대료도 조합비에서 지출하게 됐다. 사용자가 노조사무실을 제공하는 것이 안됐기 때문이다. 결국 현장에서 발로 뛰는 활동이 제약을 받았다. 인적, 재정적 조건 제약으로 인해 하고 싶었던 사업이 협소화됐다. 노조 근간인 조합교육 시스템 갖추기에는 법외노조의 제약조건이 너무나 컸다.

변성호 전교조 전 위원장. ⓒ 노동과세계 변백선

법외노조 공방이 벌어지면서 전임자 활동도 축소됐다. 전임자를 신청하면 교육부가 허가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해야 할 일이 축소됐고 집약됐다. 사실 이미 타임오프까지 전임자 수가 줄었다. 전교조는 조합원이 5만여 명인데 전임자 수는 고작 60~70명 정도로 전국조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던 중 지난 5월말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이 드러났다. 전교조 활동가들은 ‘이게 나라가 아니었구나’ 하는 허탈함과 참담한 분노에 마음을 가누질 못했다. “전교조를 탄압하고 법외로 내모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예 전교조를 말살하려는 것”이라는 당시 조직의 예측이 맞아떨어졌다. 그럼에도 국정원, 고용노동부, 청와대도 부족해 사법부까지 결탁했다는 것이 전교조로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은 자그마치 일곱 번의 법리상황을 벌였다. 2013년 11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효력정지 결정이 내려져 ‘법내노조’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2014년 6월 통보취소 취소의 소(이하 ‘본안’)에 대해 기각 판결이 내려져 ‘법외노조’화 된다. 이후 9월 서울고등법원 효력정지 결정(법내노조), 2015년 6월 대법원 파기환송(법외노조), 11월 서울고등법원 효력정지결정(법내노조)이 내려졌지만, 2016년 1월 서울고등법원 본안2심에서 기각(법외노조)되면서 대법으로 이송돼 계류 중이다.

법외노조 통보 문제는 전교조에 ‘약’이 되기도 했다. 법외노조 공방은 사회 정의와도 통했다. 전교조는 2014년 세월호 사태에 앞장서기도 했다. 동료교사들이 시국선언도 하고 집회도 참여했다. 국정교과서 문제도 터져 나왔다. 교과서 사건은 교육문제가 학교만의 것이 아닌 사회적 이슈로 확대됐다. 역시 전교조가 함께 싸웠다. 변성호 전교조 전 위원장은 당시를 회고하며 “전교조가 농성을 몇 차례 했는데, 시민사회가 함께 농성에 결합해줬다”면서 “교사들의 경우 노조가입과 후원금 문의가 쇄도했는데, 후원금 보다는 노조에 함께 해달라는 주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교조에게 ‘법외노조’라는 이름은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법내노조로 계속됐다면 전교조는 학내 문제로 활동을 더욱 넓혔을 것이라는 얘기다. 변 전 위원장은 “학교 현장 교육을 바꾸어내기 위해 교육 당사자와 머리를 맞대고 학부모와 학교 종사 노동자들과 협력 소통하면서 행복의 교육공동체 활동에 더 경주했을 것”이라면서 “그 시간을 잃어버린 것이다. 행복한 교육 활동 기회를 뺏겨버린 것이다. 결국 투쟁으로 소모한 셈이 됐다.”고 전했다.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는 달랑 고용노동부의 팩스 한 장으로 시작됐다. 전교조는 '촛불'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에게 당연히 기대를 걸고 있다. 행정부의 ‘직권 취소’ 조치가 그것이다. 변 전 위원장은 “법률학자들이 밝혔듯이 행정청에서 노조에 통보한 것이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한다면 직권 취소하면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청와대 대변인의 공식적인 답변은 ‘불가하다’고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인 것인지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 잘못된 것은 원위치에 돌려놓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는 지난 18일부터 중앙집행위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하고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다음달 6일에는 지회장과 조합원 연가 및 조퇴투쟁을 앞두고 있다. 변 전 위원장은 “당연히 기대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가 높다”면서 “청와대가 빠른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동과세계 강상철 kctu@hanmail.net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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