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는 문송면-원진, 함께걷는 황유미] ‘위험의 외주화’‘영업비밀’ 타령 그만둬야

30년 전 15살 문송면 노동자의 '수은',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이황화탄소' 중독 사망 사건은 대한민국 산재사망의 ‘이정표’가 됐다. 30년이 지난 오늘이지만 여전히 한 해에 2천4백명의 노동자가 죽고 있다. 정규직에서 비정규직, 하청, 파견 노동자로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재벌 대기업의 '탐욕적인 이윤추구' 때문이라는 ‘원성’이 자자하다. <노동과세계>는 문송면․원진 산재사망 30주기를 맞아 민주노총 내 업종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산업노동안전의 현실을 알리는 기고를 연재로 싣는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

30년 전인 1988년 15살 문송면 노동자의 수은중독은 16일간의 장례투쟁이 있었다. 원진레이온은 1997년까지 10년의 투쟁, 1991년 김봉환 노동자 사망에는 137일 장례투쟁이 전개되었다. 당시 노동자, 시민, 안전보건 전문가들이 공동투쟁을 완강하게 전개하여 1992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 직업환경의학의사 제도, 원진 녹색병원과 연구소의 출발로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120개 단체와 공동으로 30주기 추모 사업을 진행한다. 30년전의 수은중독은 국제사회에서는 사라진지 오래고, 한국정부는 국제 협약까지 가입했다. 그러나, 2015년 4단계 하청이 진행된 광주 남영전구에서 20명의 노동자가 수은에 중독되었다. 30년 전 문송면은 몇 개의 병원을 전전하다 서울대병원에 가서야 ‘하는 일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처음으로 받았다. 지난 2015년 청년노동자 7명을 실명위기로 몰고 간 메탄올 중독사고도 마찬가지다. 보호구도 교육도 없이 메탄올에 중독된 노동자들은 30년 전의 송면이 처럼 몇 개의 병원을 전전해서야 메탄올 중독을 알게 되었다.

원진레이온은 30년 전 정기적인 작업환경 측정과 특수건강검진을 했었다. 그러나, 노동자 건강이 위험하다는 측정과 검진결과는 없었다. 두통과 팔다리 감각 이상, 통증 이상을 호소하던 원진 레이온 노동자들은 회사로부터 매독에 걸린 거 아니냐는 조롱을 당하기까지 했다. 절박한 노동자들이 1988년 올림픽 성화 봉송을 막겠다는 고강도 투쟁이 예고되고 나서야 회사 측은 직업병 판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 구성 이후에도 엉터리 측정과 검진 결과를 놓고 ‘부서가 다르다, 퇴직했다’ ‘직업병이 인정되려면 명백한 과학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산재인정을 가로 막았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기업과 보수 전문가들의 똑 같은 주장이 직업병 노동자들에게 쏟아진다.

30년이 지난 오늘도 하청, 파견 노동자의 산재사망으로 일터의 죽음이 지속되는 핵심적 원인은 재벌 대기업의 탐욕적인 이윤추구에 있다. 재벌 대기업은 월등히 위험을 외주화 하면서도 산재예방, 보상 책임과 처벌에서 빠져 나가고 있다. 

십 수년 동안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지목되는 건설업, 조선업은 현대, SK, 대우, 포스코 등 줄줄이 재벌기업의 하청 노동자다. 삼성에서는 2013년 울산 물탱크 폭발사고로, 화성 불산 누출로 2017년에는 크레인 사고로 하청 노동자가 줄줄이 사망했다. 영업 비밀을 내세워 유해화학물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것도 재벌 대기업이며, 그 대표적인 기업이 삼성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삼성전자 직업병 인정 투쟁이 10년이 넘게 지속되고, 반올림 농성이 1,000일을 맞고 있다. 320명의 직업병 피해자와 118명의 사망이 발생한 삼성은 2015년 조정위원회 권고안을 무시한 채, ‘자체 보상위원회’를 가동하더니 그 해 10월 7일 대화마저 반올림 농성 1,000일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노동자 제공이 규정화 되어 있는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를 산재신청 노동자 제공을 거부했다. 동종업계조차 다 공개하는 자료를 영업비밀로 주장하더니, 이제는 ‘국가핵심기술’이라는 논리를 들어 막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친 삼성언론과 함께 경제부처 등 정부기관까지 나서고 있다.

1988년 이전에도, 1988년 이후에도 30년 동안 반복되는 일터의 죽음, 골병, 직업병의 현실을 이제는 정말로 끊어내야 한다. 그 핵심에는 재벌 대기업 삼성에 대한 강력한 연대와 공동 투쟁이 30년 전처럼 온 사회의 연대투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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