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해고 승무원 복직에 합의하고 조인식 가져

ⓒ 노동과세계 변백선

“오늘이 투쟁 시작한지 4,526일째 되는 날입니다. 발언하고 있는 이 자리가, 항상 투쟁의 현장이었습니다. 왼쪽 광장에서는 항상 천막농성을 했고, 저 오른쪽에서는 철탑농성과 천막농성을 이어왔습니다. 드디어 이곳에서, 투쟁과 농성이 아닌,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감사인사를 드리게 된 것이 꿈만 같고 믿기지 않습니다. 13년이라는 세월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싸워봐야 안되는거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붙잡고 있는 너희가 멍청한거다, 그런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피해자였고 우리가 옳았기 때문에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믿음 하나로 버텼고, 그 믿음을 많은 분들이 지지하고 응원해주셨습니다. 때문에, 오늘 이런 자리가 마련될 수 있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이 21일 오후 서울역 역사에서 열린 ‘KTX 승무원 복직 합의 보고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이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해고승무원 20여 명을 비롯한 KTX 문제 해결 대책위에 함께 했던 종교계와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등이 참석했다.

이날 오전 8시경에 철도노조와 철도공사가 장정합의안이 나왔다. 노조와 공사는 7월 9일 1차 교섭을 시작으로 20일 간 5차례에 걸친 교섭 끝에 KTX 해고 승무원 복직에 합의하고 10시에 조인식을 가졌다. 복직대상은 정리해고 된 노동자 중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승무원들이고, 채용방식은 경력직 특별채용방식, 복직시한은 올해부터 2019년까지 채용을 완료하기로 했다. 다만, 복직 후 업무는 역무직으로 KTX 열차 승무직으로 원직복직은 추후 과제로 남았다.

노동조합은 KTX승무업무의 직접고용전환투쟁을 지속하고 이후 직접고용업무로 전환될 시 복직한 노동자들이 승무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정리해고와 사법농단으로 유명을 달리한 승무원에 대해 철도공사가 애도를 표하고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김승하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13년만에, 철도공사로 돌아가게 됐다. 공기업이 시행한 최초의 대량해고, 이 문제를 4,526일 만에 풀게 됐다. 이번 합의는 이렇게 오랫동안 사회적 문제로 남았던 것이 해결되었다는 의미를 지닌다”며 “우리가 진정으로 바랐던 KTX승무업무로 당장 돌아갈 수는 없지만, 노사전문가협의를 통해 그 논의가 진행 중이고 빠른 시일 내에 승무업무가 철도공사에 직접고용 될 것으로 믿는다. 그때 저희 모두 KTX로 돌아가 고객들의 안전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김승하 지부장은 사법농단으로 구설수에 오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김 지부장은 “양승태대법원장 사법농단으로 큰 고통을 당했고, 책임자 처벌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투쟁, 끝까지 이어나갈 것”이라며 “끝까지 모든 것을 바로잡고 책임자 처벌받는 날까지 힘 모아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기쁜 순간에도 이 자리에 함께 있을 수 없는 한 친구, 그 친구에게, 그래도 우리가 정당했고 옳았고, 끝까지 투쟁해서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그 친구와 딸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하늘에서나마 지금 이 모습을 보면서 웃고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겠지만, 힘 모아서 모든 것을 밝혀내고 사법농단 책임자 처벌하는 것이 그 친구를 위한 마지막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득중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저희는 정리해고 복직 투쟁을 시작한 지 10년 됐다. 콜트콜텍은 12년이다. 가장 앞에서 정리해고 문제를 뚫고 나간 승무원지부를 보면서 큰 힘이 됐다”며 “좋은 결과를 안겨주셔서, 어렵지만 꿋꿋이 싸움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KTX 문제해결 대책위’ 공동대표인 정수용 신부(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무위원회 위원장)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고용관계들, 그리고 이윤을 더 많이 내기 위해 정당한 고용관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안에 대해서 되돌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지난 13년간 승무원들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복직을 통해 확인된 것이기에 기쁘게 생각한다”며 “지난 시간동안 노동문제 있어서 많은 차별과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 콜트콜텍, 삼성본관에서 직업병 문제로 농성하고 계시는 반올림 등 10년이 넘어가는 투쟁이 우리 사회에 많다. 이 문제들도 빨리 해결되도록 많은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KTX열차승무지부 조합원들과 KTX 문제 해결 대책위 등은 복직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많은 관심을 가져다 줬던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세번의 인사를 건냈다. 이후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농성 해단식을 열고 천막을 철거했다. 지난 5월24일 정부에 복직을 촉구하며 무기한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59일 만이다.

KTX 해고승무원들의 문제는 노무현 정부에서 발생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쳐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해결되는 파란만장한 과정이었다. KTX 해고승무원들의 투쟁은 그 자체가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으로 간접고용 문제를 폭로하면서 철도공사 원청의 사용자성과 불법파견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했으며, 정리해고와 그로 인한 고통을 사회적 문제로 확산시켰고, 2심까지 승소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이 사법농단으로 대법원에서 뒤집혀지는 기가 막힌 상황과 그로 인한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죽음까지 온갖 난제가 중첩된 투쟁이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오늘 직접고용 정규직 복직합의는 온갖 난관이 있었음에도 지난 13년간 당당하고 정의롭게 투쟁해 온 KTX 해고승무원 노동자들의 승리다. 또한 13년간 곁을 함께 해온 노동자, 시민사회, 종교계 등 연대의 승리이기도 하다”며 “KTX 해고승무원의 승리가 정리해고와 정권과 자본의 탄압으로 해고된 모든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와 삶터로 온전히 돌아가는 모두의 승리로 확산될 수 있도록 80만 민주노총도 함께 할 것”이라고 전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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