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 총파업 총력투쟁으로 적폐청산,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사회대개혁 이뤄야

지난 8월 22일, 민주노총 중앙위원회는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와 ‘적폐청산·노조 할 권리·사회대개혁’을 슬로건으로 하는 11월 초 총파업·총력투쟁을 결의했다. 투쟁과 교섭을 병행하면서 △노동·사법 적폐청산과 피해노동자 원상회복 △비정규직 철폐 △노동기본권 보장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보장성 강화 △안전사회 구축 △재벌개혁 △최저임금법 원상회복을 쟁취하는 것이 목표다. 노사정대표자회의 복귀의 이유가 무엇인지, 하반기 총파업·총력투쟁으로 우리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생각을 물었다.

요즘 고민은 무엇인가요.
위원장 한 사람의 개인기가 아니라 조직적 논의를 통해 우리 민주노총의 힘이 발휘되게 하는 것. 이것이 고민입니다. 이게 안 되면 네 바퀴 중 하나만 굴러가는 꼴입니다. 고장나거나 제자리를 맴돌겠지요. 주장이 옳다고 해서, 시대적 과제가 있다고 해서 지도력과 집행력이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라 봅니다. 80만 조합원의 민주노총 위상에 걸맞는 통합적 집행력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위원장으로서의 고민입니다.

 

철도노조 위원장 때와 비교한다면요.
단위노조는 규모가 어떻든 임단협이라는 한 번의 농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업장과 관련된 산업정책이 있지요. 그 두 가지를 주요 과제로 삼고 투쟁과 교섭으로 배치합니다. 단위사업장에 비해 민주노총은 규모도 위상도 다릅니다. 우리 사회의 역동적 변화를 사업에 반영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노동자들의 삶과 권리를 파탄으로 몰아간 양승태의 사법농단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있습니다.

또 우리 사회의 쟁점에 대해 끊임없이 입장을 내고 연대를 모색해야 하는 것도 차이인 것 같습니다. 언제나 정책적으로 조직적으로 준비되어 있어야 하지요. 일터 안팎에서 성차별과 성폭력으로 고통받아온 여성들이 미투운동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을인 중소상인과 어떻게 상생할 것인지 연대사업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합니다.

 

그간 여러 현장을 찾아 조합원들을 만났습니다. 기억에 남는 곳은요.
울산의 현대중공업입니다. 선거 때도 가고, 당선 이후에도 여러 번 현장을 들어갔어요. 정권과 결탁해 성장해온 현대 재벌이 지역 정치권력과 고위공무원, 언론까지 쥐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 공장 안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불법파견, 구조조정 등 뒤틀린 고용구조가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현중지부 조합원들이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에요. 
단위노조 힘만으로는 버텨내기 어려워 보입니다. 지금도 사측의 구조조정 시도에 맞서 분투하고 있어요. 일방적 양보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분노, 어려운 국면을 어떻게든 넘겨야 한다는 절박함, 투쟁을 여론화·사회화 해 본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겁니다. 산별노조가 산업적 정책요구를 만들고 민주노총이 그것을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려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현중지부만의 문제로 두어선 안 됩니다.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법 개악 중단 결의대회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최저임금 개악논의 중단!'이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상반기 핵심 쟁점은 최저임금이었습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결정이 국회로 넘어간 상황에서 개악을 막기 어려운 구조가 있었죠. 하지만 국민적 여론과 민주노총의 조직된 힘으로 최대한 싸워보려고 했습니다. 총파업까지 하면서 개악반대라는 완강한 입장을 냈습니다. 시민들과 최저임금 당사자들에게 준 메시지는 있었다고 봅니다.
투쟁은 시작하기는 쉽고, 그 과정은 풍성할지라도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마무리가 성과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지요. 최저임금 투쟁 과정에서 그것을 놓친 듯 해서 아쉽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대응과 관련해서는 위원장으로서 참여에 대한 의지는 있었지만 조직의 전체적 판단 속에서 시기와 조건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법이 개악되었다고 포기하지 말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저들은 최저임금 죄인론을 내세우며 최저임금 노동자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싸움, 을과 을의 싸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여기에 맞설 최저임금에 관한 새로운 의제와 내용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또한 최근 사용자들의 요구로 최저임금 제도개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적극 개입해야 할 시기라 생각합니다.

 

최저임금법 개악을 비롯해 소득주도성장 후퇴, 규제완화 시도, 전교조 법외노조 지속 등 문재인 정부의 우경화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정부가 촛불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노동자와 시민들의 기대를 100% 충족할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믿었던 건 오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진정성과 의지가 아니었을까요? 그런 모습을 보였다면 당장 결과가 더뎌도 신뢰를 가지고 기다릴 수 있겠지요. 그런데 전교조 법외노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 재벌개혁, 최저임금 등 주요 영역에서 이 정부는 퇴행하고 있습니다. 적폐청산도 지연되고 있지요. 위험 신호, 빨간불이 들어온 것입니다.

 

2018년 4월 3일 열린 제2차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발언하는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왼쪽).
민주노총은 지난 중앙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에 대해서는 조직적·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대한 판단은 대의원대회에서 해야 할 것입니다. 투쟁이 있으면 교섭도 필요합니다. 민주노총은 우리 사회의 개혁 의제들을 끊임없이 공론화하고 사회화해야 합니다. 지금은 노동법 개정과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중요한 과제가 있고, 이것을 논의하고 공론화하는 노사정대표자회의와 의제별 위원회가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여기에 개입해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지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노사정 대표자회의 개입, 노정협의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여러 논의틀 구성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교섭보다 투쟁이 필요하다는 민주노총 안팎의 이야기도 있는데요.
사회적 대화에 복귀한다고 해서 그저 협상 테이블에서만 이야기하고 정리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의 연합체이며 노동조합은 투쟁으로 교섭력을 높이는 조직입니다. 민주노총은 지난 중앙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 복귀와 더불어 하반기 총파업·총력투쟁 또한 결정했습니다. 정부가 협상과정에서 신뢰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투쟁으로 우리 요구를 관철시켜야 합니다. 투쟁이 병행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도 있지요. 민주노총의 가맹·산하조직과 협상과정을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단결을 이루고, 어떻게 사회적 대화와 총파업·총력투쟁을 유기적으로 배치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반기 민주노총의 기조 ‘투쟁과 교섭의 병행’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신다면
노정, 노사정, 대국회 등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양보를 전제로 한 협상은 할 수 없어요. 정세가 안 좋으면 힘을 길러도 우리 요구는 위축될 수밖에 없고요. 우리 힘이 부족해도 정세나 국면을 활용할 수 있을 때는 그 곳에서 무언가를 더 열 수도 있고요. 과거 정권에서는 그런 여지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반 보 정도 더 나아간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ILO핵심협약 비준 등 노동개혁입법도 절실한데, 하반기 국회구성을 보면 난망합니다.
촛불의 힘으로 바꿔내지 못한 곳이 국회입니다. 보수여당, 적폐정당을 일소하지 못한 것의 한계를 인지해야 합니다. 민주노총은 적폐정당과는 싸운다는 입장을 분명히 견지하면서, 개혁에는 소극적이고 지지율만 의식하는 여당 또한 적극적으로 비판해야 합니다. 개혁입법이 실현될 수 있도록 이번 정기국회를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여론을 모아내고 개혁의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대중투쟁이 필요합니다.

 

그 대중투쟁이 지난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한 ‘하반기 총파업·총력투쟁’인가요.
우리사회 고용불안, 저임금, 비정규직… 모두가 동의하고 바꿔야 한다고 하는 문제들입니다. 그런데 이건 세상이 바뀌지 않으면 온전히 해결될 수 없지요. 이제 우리는 모든 이야기의 초점을 세상을 바꾸는 것에 두어야 합니다. 민주노총은 세상을 바꾸는 조직이고 그 의지를 파업과 투쟁으로 표현합니다.

 

‘왜 총파업을 하느냐, 왜 지금이냐’라는 물음에 어떻게 답하겠습니까.
곧 촛불항쟁 2주년입니다. 방향을 잃어가는 정부와 여당에게 경각심을 주고 재벌과 보수야당, 관료 등 적폐세력들에게 경고할 때가 되었습니다. 내년 국제노동기구(ILO) 창립 100주년을 맞아 후진적 노동관계법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민주노총의 투쟁은 99% 노동자 시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입니다. 비정규직 철폐, 국민연금 지키기, 갑질 막고 노조 할 권리, 자영업자의 새로운 희망 만들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 정체성 찾기를 향한 싸움입니다. 모두가 동의하고 바꿔야 한다고 하는 문제들이며 민주노총 단위사업장의 이해와 요구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우리의 힘을 모아 세상을 바꿀까. 그걸 함께 고민했으면 합니다. 적폐세력, 재벌과 관료의 동맹에 파열구를 내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시 수세에 몰릴 수 있습니다. 기다리지 않고 지켜보지 말고 지금 대중투쟁을 통해 여론을 만들고자 합니다.

 

총파업 동력이 있느냐는 물음도 나옵니다.
단위사업장 임단투 일정 모으는 방식의 파업을 넘어서보려 합니다. 하반기 총파업 준비하겠다고 하니 “어디가 하냐”는 질문이 먼저 나와요. 더 들어가면 “현대차가 한답니까, 철도가 한답니까”라고 물어보는 곳도 있고요. 물론 현대차지부와 철도노조는 국민적 요구와 사회적 명분을 받아 자신의 역할을 해온 조직들이지요. 현대차지부가 조직적 부담을 안고도 5월 최저임금 개악 저지 파업을 했습니다. 철도노조도 비슷한 고민을 할 거라고 봅니다.
명분이 있고 완강한 요구가 있다면 동력은 만들어질 거라 봅니다. 꼭 파업이라는 형식은 아니어도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해서 노동자의 절실함을 표현할 수 있기도 하지요. 우리 투쟁에 명분이 있는가, 노동자들의 완강한 요구와 사회적 절박함이 있는가. 자문해보았습니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해보자는 힘이 모아졌을 때, 새로운 투쟁 양상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며, 그런 투쟁으로 우리의 단결력과 사회적 영향력도 높아질 것이라 봅니다. ‘되겠어?’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그런데 어떻게?’에서부터 이번 총파업, 총력투쟁을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조합원들에게 한마디를 하신다면
민주노총은 한국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는 최전선에 있습니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 차별을 극복하는 시대정신을 안고 가장 절박하게, 힘 있게 싸워온 조직이 민주노총입니다. 세상과 삶을 바꾸기 위해, 이제 시작되는 총파업·총력투쟁에 의지를 모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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