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로 귀결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①] 노동부 산하기관 잡월드

노동부 산하기관 ‘잡월드’,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 87.8%, 기형적 고용구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대상 기관이었지만
당사자 의견 묵살한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으로 ‘간접고용 유지’ 자회사 강요
잡월드, ‘자회사 채용 응시하지 않으면 해고’ 노동자들은 투쟁 중

공공기관들이 직접고용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조차 무시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자회사로 몰고 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결정 인원 가운데 자회사 방식에 해당되는 비중은 55%로 3만2514명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또 용역회사로 들어가라는 것이냐'며 반대하고 있다. 실질적 권한은 원청이 행사하면서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는 간접고용의 근본적 문제는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자회사로 전환될 위기에 놓인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첫 번째로 만난 사람들은 노동부 산하기관 한국잡월드의 직업 체험강사들이다.
 

▲ 7일 오전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한국잡월드 직업체험강사들이 자회사 입사원서 대신 '한국잡월드 직접고용 지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관리실로 들어가고 있다. ⓒ 변백선

 

당사자 의견 묵살하고 '간접고용 유지' 강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정규직이 되어야 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량해고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노동부 산하기관 한국잡월드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공공기관의 이런 행태를 방치하는 정부의 무책임, 간접고용의 문제가 그대로 남는 자회사를 전환방식에 포함한 노동부의 부실한 가이드라인, '간접고용 중독'이라 할 만한 잡월드 사측의 태도가 사태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잡월드는 어린이·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직업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노동부 산하기관이다. 잡월드 노동자 385명(2018년 3/4분기 기준) 중 87.8%는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다. 이곳의 핵심업무인 직업체험교육을 하는 강사들 또한 용역업체 소속이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강사 직군 포함 33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되었지만 전환 방식 결정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각 기관별로 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노·사·전 협의체를 거쳐 진행되는데, 강사직군 노동자들은 협의체 회의가 세 차례 진행되도록 개최사실조차 통보받지 못해 참여할 수 없었다.

네 번째 회의에서야 참여할 수 있었지만 편파적인 협의체 위원 구성으로 인해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잡월드의 비정규직 338명 중 강사 직군은 275명으로 82%를 차지하지만 18명으로 구성된 협의체에는 고작 3명(17%)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 사측과 정규직 노동자, 용역업체 관리자들이 남은 자리를 채웠다. 강사 직군 대표자들이 자회사 방식을 반대하자 사측은 협의체 위원 전원합의로 전환방식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바꿨다. 위원들의 다수결로 자회사 방식을 결정했다. 비정규직 강사직군 노동자들의 94.4%가 직접고용을 선호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는 무시됐다.

자회사 방식의 부당함은 사측 편에서 자회사 결정을 유도한 컨설팅 업체 '갈렙앤컴퍼니'의 연구용역보고서에서도 드러나 있다. 여기에 따르면 현재 용역사업비 중 업체 이윤과 일반관리비로 소요되는 비용은 약 8억 원. 직접고용 방식을 택하면 이 비용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자회사로 전환할 경우 관리인력 인건비와 일반관리비로만 5억 원이 소요되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사용 가능한 예산은 3억 원만 남게 된다.
 

▲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대표자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0월 30일 오전 집단해고 사태로 가고 있는 한국잡월드의 자회사 강행을 중단하고 직접고용 재논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잡월드, '자회사 채용 응시하지 않으면 해고'

잡월드는 지난 10월부터 자회사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 "과정의 공정함도 기회의 평등함도 없었다, 결과라도 정의롭게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잡월드 강사직군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었다. 자회사 전환에 반대하며 노사전협의체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문제를 알리기 위해 애쓴 끝에 국정감사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자회사 전환방식의 문제점를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경란 잡월드 이사장은 "자회사 결정은 노·사·전문가협의회 결과에 따라 결정했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지난 5일에서 7일, 공공운수노조와 노동부, 잡월드 관계자들이 세 차례 만나 교섭을 했지만 사측은 자회사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7일에서 8일 밤샘 교섭을 벌였지만 사측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정규직 관리자가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2일부터 시작된 자회사 채용원서 접수는 8일인 오늘로 마감된다. 

자회사 전환에 반대하는 160명의 강사직군 노동자들은 변함 없는 사측의 태도에 맞서 청와대 앞 노숙 농성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점거농성을 진행 중이다. 8일 오전 9시 현재 경찰 버스 6대가 조합원들을 연행하기 위해 잡월드 앞에 대기하고 있고 잡월드 노동자들은 "이사장 나와라"고 외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7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잡월드 본관에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한국잡월드 직업체험강사들을 직업체험교육을 받으로 온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보고 있다. ⓒ 변백선

 

[인터뷰] "도둑놈 심보? 우리 이야기를 좀 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잡월드를 찾았다. 잡월드 직업체험강사 변광남, 임동수, 김유경씨를 만났다. 광남 씨는 경력단절 여성 노동자다. 동수 씨와 유경씨는 청년 노동자다. 정부가 고용정책의 초점으로 삼는 이들이다. 광남, 동수, 유경씨를 비롯해 자회사 전환을 반대하는 160명의 직업체험강사들은 해고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이들은 자회사 입사지원서를 작성하지 않고 ‘직접고용 요구서’를 썼다. 해고를 감수하고서라도 ‘이것은 잘못되었다’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다.


-인천공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그 모습, 기억하세요?
변 : "공공부문 비정규직 없애겠다고 했던, 네 그럼요. 그걸 보고 '우리도 되는건가?' 기대가 있었어요. 강사들끼리 검색해보면서 '우리도 포함될거다. 안 될거다.' 설왕설래 했던 기억이 나요."

임 : "기대가 있긴 했지만 사실 저는 그때 바로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어요. 취임해서 정말 인천공항도 가고 공약한 걸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 같아서 잘 뽑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게 진행되는 걸 보니..."
 
-왜 자회사가 아니라 직접고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임 : "단순한 것 같아요. 자회사로 간다고 해도 간접고용인 건 마찬가지에요. 비정규직이 문제여서 이 정책을 하는 것인데, 왜 직접고용을 하지 않고 다시 비정규직으로 가라는 것인지, 말이 안 맞죠."

변 : "직업체험강사들은 상시지속업무를 하고 있고, 우리가 없으면 잡월드는 운영될 수 없어요. 가이드라인에도 나와 있지만 직접고용이 원칙이잖아요. 자회사로 가게 되면 용역회사보다 처우도 나빠져요. 지금은 5대 국경일을 유급휴가로 두고 있는데 자회사로 갈 경우 노동절, 설날, 추석만 유급휴가로 두고, 탄력근무제도를 도입할 거라고 했어요. 용역회사에 있을 때처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도 같죠."
 
-다른 어려움은요.
김 : "바리스타 체험실이 있어요. 직업체험강사가 한 명 배정되어 있죠. 두 명은 있어야 하는데. 혼자 아이들을 맞이하기 바쁘고 쉬는 시간에도 설거지도 해야 해요. 그래서 식기세척기를 사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안 사줬죠. 그런데 우리가 파업 중이라 정규직이 대체인력과 함께 그 체험실에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당연히 힘들겠죠. 한번 해보더니 식기세척기를 바로 사더라구요. 그러면서 '그동안 왜 말 안했냐'라는 거예요"
 
-그런 경우가 또 있었나요?
변 : "충실하게 수업하고 그만큼 보람을 느끼고 싶은데, 정말 싫었던 것은... 인테리어 체험 실습을 하는데 교재로 사용할 소품들이 정말 지저분하고 너덜너덜한거에요. 손만 대면 망가질 정도로. 다섯 살짜리 아이들에게 그런 교재를 가지고 체험시킬 때 정말 낮뜨거워요. 교체해달라고 해도 듣지를 않아요. 엘리베이터 유리가 깨져서 한달 이상 방치되어 있는데 아이들이 다칠 수 있으니 계속 고쳐달라고 해도 고쳐주지를 않고 임시 조치만 해 놓고 있어요."

임 : "직접 체험자들을 만나는 우리의 건의사항이 잘 전달되고 반영되는 민주적인 기관으로 바뀌어야 체험자인 아이들에게도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 인터뷰에 응한 한국잡월드 노동자들. 이들은 "자회사로 간다고 해도 간접고용 비정규직인 것은 마찬가지. 비정규직이 문제여서 이 정책을 하는 것인데, 왜 다시 비정규직으로 가라는 것인가"라고 이야기했다.ⓒ 변백선

 
 
-'시험도 안 봤으면서 정규직이 되려는 건 무임승차 하는 게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요.
김 : "우리가 공무원 시켜달라고 하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지금 정규직들과 똑같은 임금을 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만큼 복지는 차별 없이 누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임 : "우리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달라고 하고 싶어요. 제가 만약 정규직 대리와 똑같은 월급을 달라고 했다면 그건 공정하지 않겠죠. 우리도 면접을 보고 들어왔지만 지금 정규직들은 조금 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쳤고 스펙도 더 있으니까. 그런데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거든요."
 
-공정한 것, 공정하지 않은 것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임 : "공정하지 않은 건 이런 거에요. 지금껏 회사에서 보낸 시간이 있고, 경험이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에서 더 필요한 사람이 되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고 거기서 경력이 인정되지 않아 1년차와 5년차의 임금이 같다면 이건 공정한가요? 내가 그동안 이곳에서 일한 만큼의 합당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죠."
 
- 파업에 노숙농성, 점거농성까지 이어오고 있지요. 쉽지 않은 일인데.
변 : "노조를 해본 건 처음이었어요. 농성하고 시위하고 파업하는 게 어떤 절차가 있구나. 처음부터 강하게 하는게 아니라 사측의 대응에 따라 삭발하고 단식하고 점거농성도 하면서 수위를 높여나가는 것이구나 싶었죠. 길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있어요.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임 : "노숙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어요. 노동가요, 구호, 투쟁, 파업, 처음 할 때마다 문화충격을 겪었어요. 처음엔 의문도 들고 어색했죠. 점심시간에 처음 모여 피켓을 드는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여기서 이런다고 누가 들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눈 떠보니 국정감사에서도 잡월드 이야기가 나왔고, 어제도 노동부에서 협상을 하겠다고 나왔잖아요. 어떤 결과가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당장 드러나는 건 없었지만 힘을 합쳐서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김 : "사측은 무시로 시작했죠. '너네 뭐 하겠어?' '얼마나 하겠어?' 이런 태도. 우리를 우습게 봤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이곳에서 오래 일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건 누가 봐도 잘못된 것이고 바로 잡고 싶었어요. 저는 만약 그만두더라도 남아 있는 사람들, 다시 일할 사람들이 최저임금 받으면서 이런 조건에서 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잘 안되서 해고되더라도 끝까지 갈 생각이에요."
 
-그 과정에서 느낀 게 있다면요.
임 : "비정규직 문제가 정말 심각하구나라는 것. 우리가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계속 이대로 문제가 남아 있겠죠. 하다 보니 우리가 뭉쳐야만 우리 목소리를 듣게 할 수 있겠구나, 투표하는 것 말고도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바꾸려고 하다 보면 사회가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우리는 각자의 이익을 위해 살고, 이렇게 투쟁하는 것도 우리 권리를 위한 것이라 시작했지만 어떤 사명감과 책임감도 느껴요. 잡월드는 노동부 산하기관이라 상징적이잖아요. 내가 힘들다고 무너지면, 우리가 무너지면 다른 공공기관들도 자회사로 더 밀어붙일 게 뻔한데... 실제로 정말 책임감을 느껴요. 이곳에서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어요. 제 이익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보니 이런 의식의 변화과정이...(웃음)."
 
-사측은 아직까지도 자회사를 강요하고 있죠.
임 : "다른 직군에 비해 강사직군 인원이 많은데, 직접고용 정규직이 되면 우리가 다수 노조가 되니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 같아요. 불순한 생각 같아요. 공정한 대우를 하면 문제가 생길 일이 있나요? 정부 정책에 맞게, 애초 계획했던 대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것이 과한 요구인가요? 지금도 그렇지만 직접고용이 된다 해도 우리는 무리하거나 과분한 걸 바라지도 않을 거예요"
 
-이 투쟁 잘 마무리짓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어떨 것 같아요.
임 : "체험관들이 나뉘어 있어요.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도 달라요. 서로 말할 일이 없었죠. 사내 동아리도, 하다못해 인터넷 카페도 없었어요. 여기서 같이 몇 년을 일했지만 서로 이름도 몰랐어요. 그런데 투쟁하면서 같이 노숙농성도 하다보니 서로 반가운 사이가 됐어요. 이대로 우리가 다 해고된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요. 다시 같이 일한다면 얼마나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싶어서요. 승리해서 즐겁게 일할 때를 위해, 지금 같이 하는 사람들하고 헤어지기 싫어서라도 잘 마무리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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