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18 전국민중대회

살아남은 자유한국당은 다시 기세를 올리며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을 가로막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역시 공약을 하나 둘 폐기하며 개혁 후퇴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이재용은 석방됐고 최저임금과 주52시간 상한제는 무력화되고 있으며,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자회사로 귀결됐다. 농민들은 밥 한 공기 300원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고, 노량진 수산시장 폭력철거 등 빈민 탄압도 계속된다. 과거 정권이 추진했던 규제프리존법 등 각종 규제완화 조치들이 등장했다.

12월의 첫날, 전국에서 1만 5천여 명의 노동자, 농민, 빈민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2018 전국민중대회’를 연 이유다. 노동자·농민·빈민의 연대체인 민중공동행동은 이날 “문재인 정부가 촛불 민중들의 염원이 담긴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재벌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에 △개혁역주행 저지 △적폐청산 △개혁입법을 촉구했다. 대규모 민중대회가 열린 것은 2015년 광화문 민중총궐기 이후 2년 만이다.

'2018 전국민중대회'에 참석한 노동자, 농민, 빈민 등이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고 국회에 대한 개혁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전태일과 백남기의 정신으로”

이날 집회에 참여한 노동자·농민·빈민 등은‘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멈춰, 개혁역주행’ 등의 손팻말을 들고 △탄력근로제 저지 △비정규직 철폐 △쌀 한 공기 300원 인상 △폭력적 강제철거 중단 등을 요구했다. 사회를 맡은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촛불을 들었던 노동자·농민·빈민의 손으로 다시 시작하자”며 “국정농단 세력, 부패한 정권 끌어내렸듯이 우리 손으로 적폐를 해결하고 개혁과제를 시작하자”고 외쳤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국회가 촛불 이전으로 세상을 되돌리려 한다. 재벌에게는 장시간 노동을 선물하고 노동자에게는 과로사와 저임금을 안겨주려 한다. 여당은 협치라는 미명 아래 적폐 잔당, 재벌과 손 맞잡고 개혁을 뒤집고 있다. 노동자들은 지난 11월전태일 열사의 정신으로 전국노동자대회와 총파업을 치러냈다. 전태일과 백남기의 정신을 받아안고 민중의 맨 앞자리에서 노동자, 농민, 빈민, 우리 서민들의 세상으로 투쟁으로 달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명환 위원장(가운데)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박행덕 의장, 빈민해방실천연대 최영찬 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민생발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박행덕 전농 의장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도 세상은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 대통령과 국회의장은 잘 들어야 한다. 당신들에게 정권을 준 사람이 노동자와 빈민, 농민, 서민들이다. 민주당은 농민들을 똥막대기 취급하고 있다. 그러다 그 막대기에 대가리가 터져 나갈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한 “민주당은 야당 때는 농민 생존권 챙긴다더니 여당이 되니 농민을 무시한다. 재벌 이익을 대변하는 문재인 정부, 권력투쟁에 몰두하며 민중 생존권을 외면하는 민주당의 역주행을 막아내자”고 외쳤다.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위원장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반인권적으로 상인들을 몰아내가며 수협은 배를 채우고 있다. 용역 강제철거가 매일같이 벌어진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수협 회장은 부동산을 개발하고 카지노를 짓기 위해 상인들을 모두 쫒아내려고 하고 있다. 죽을지언정 절대 물러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민중들의 의제를 모아 발언한 뒤 노동자, 농민, 빈민, 장애인, 여성, 청년·학생, 청소년, 이주민 대표자들이 만장을 들고 무대 위에 올라 ‘민중의 선언’을 낭독했다. 배재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의원은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등급제·장애인 수용시설 폐지, 장애인 복지예산 확충을 촉구하며 “장애인의 완전한 통합과 참여라는 국제적 원칙에 따라 장애와 가난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라고 외쳤다.

'2018 전국민중대회'에 참석한 노동, 농민, 빈민, 장애, 여성, 청년학생, 이주민 등 대표자들이 무대에 올라 10대요구를 발표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최진미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미투운동으로 세상은 한 발짝 나아갔지만 여전히 사회엔 성차별과 성폭력이 만연하다.”며 성차별·성폭력 근절, 낙태죄 폐지, 차별금지법 제정, 불법촬영 범죄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오자 이주노조 사무국장은 “고용허가제 폐지와 노동허가제 도입, 살인단속과 강제추방 중단을 촉구하며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똑같은 노동자이며 민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 쌀포대를 든 농민, 앞치마를 두른 빈민 100여 명이 무대에 올라 민중의 노래를 제창하며 본대회를 마무리했다.

'2018 민중대회'를 마친 후 자유한국당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는 민주노총. ⓒ 노동과세계 변백선

 ​​​​​​​노동자들은 자유한국당사 앞으로, 농민과 빈민은 국회 앞 인간띠 잇기

민중공동행동은 대회를 마치고 국회 주변을 에워싸며 행진할 계획이었지만 경찰은 국회 좌우측길 행진을 제한한다고 통보했다. 민중공동행동은 이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국회의원들의 자유로운 출입과 원활한 업무수행’을 근거로 경찰의 손을 들었다.

민중공동행동은 이날 입장을 내 “민주주의 훼손 행위다. 국회의원들이 지난 1년 반 동안 한 일이 무엇인가. 그럼에도 자유로운 출입과 원활한 업무수행”을 이유로 경찰의 손을 들어준 법원에 어떤 국민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본대회를 마치고 노동자들은 영등포 자유한국당 당사 앞으로 행진했고, 농민과 빈민 대오는 서강대교 방면으로 행진해 국회 앞을 에워쌌다.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해체 촉구’ 집회에서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2년 전 박근혜 정권 몰아날 때 자유한국당 무리를 쓸어버리지 못한 게 한이 맺힌다. 그때 살아남았던 저 자들이 노동자들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또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악하고, 비정규직들을 다시 용역회사로 몰아넣는 문재인 정부에게는 분명한 경고를 한다. 적폐정당 자유한국당은 경고로 부족하다. 해체하는 것이 마땅하다.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모든 민중들과 함게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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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대회 앞서 노·농·빈 사전대회,
노동자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비정규직 철폐”
농민 “밥 한 공기 300원, 농정대개혁 쟁취”
빈민 “노점관리대책 멈춰, 폭력강제철거 안돼!”

한편 오후 3시에 있었던 본대회에 앞서 노동자, 농민, 빈민 각 단위의 사전 대회가 진행됐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비정규직 철폐! 결의대회를 열고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가톨릭농민회 등 농민들은 오후 1시 수출입은행 옆에서 ‘밥한공기 300원, 농정대개혁 쟁취!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백남기 정신 계승하여 밥한공기 300원 쟁취 △스마트 팜 밸리 사업 전면 폐기 △대북제재 철회, 남북 쌀 교류 실시 △농업예산 확대 등을 촉구했다.

'2018 전국민중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이 본대회에 앞서 풍물공연을 보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점상연합, 전국철거민연합이 함께하는 빈민해방실천연대는 1시 30분 산업은행 앞에서 ‘노점관리대책 멈춰! 폭력강제철거 안돼!’ 결의대회를 열었다. △공공임대주택 확충 △전월세상한제 도입 △강제퇴거 금지법 제정 △강제철거 중단 △노점 관리대책 폐지 △장애등급제, 장애인 수용시설 완전폐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및 복지예산 확대가 이날 빈민들의 요구사항이었다.

12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악을 멈추자! 적폐는 치우자! 개혁을 당기자! 모이자 12월 1일!'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2018 전국민중대회'가 열린 가운데 노동자, 농민, 빈민 등 대회 참가자들이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고 국회에 대한 개혁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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