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비정규직 고(故) 김용균 시민대책위, 국회 산안법 개정에 대한 입장 밝혀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다음날인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가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내가 김용균이다" "내가 김용균 어머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대책위는 “28년 만에 산안법이 개정되었다. 국민적 관심과 유가족의 절박한 심정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러나 여전히 김용균은 하청노동자다.”라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도급 금지의 범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본질적 한계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책위는 △산재·직업병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정부와 법원의 엄격한 법 적용 △시민대책위의 특별근로감독 참여 △태안화력 1~8호기 작업중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이를 위해 국민들에게 29일 오후 5시에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2차 범국민 추모제에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 김용균 씨의 유가족을 비롯해 시민대책위에서 활동하는 공공운수노조 최준식 위원장, 이태의 부위원장과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등 노동·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활동가들이 자리를 같이했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가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분향소 앞에서 열린 '국회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대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고 김용균 님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기자회견에서 “힘을 합쳐주시고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어제 국회에서 산안법이 통과되는 것을 보며 용균이를 볼 면목이 생겼다고 말씀드렸다. 태안 장례식장에 내려와서 용균이 사진 앞에서 마음을 다잡았다. 한 가지를 해결하는 데에도 온 힘을 다 바쳐야 한다. 하나하나씩 이룰 거라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노동자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발전소에서 하청에게 일 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라고 법안 통과 과정에서의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용기 내어 나아갈 것이다. 내 아들 용균이의 죽음을 밝히고, 우리 아들의 동료들이 위험에서 벗어나고, 아들 딸들이 정규직화 되는 것은 이제 시작”이라며 “태안화력발전소 1~8호기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처벌해야 한다. 스물 네 살, 우리 아들 용균이가 이 사회에 남기고 간 숙제를 다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내일 범국민대회에 우리 용균이와 함께해주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시민대책위원회 최준식 공동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분향소 앞에서 열린 '국회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대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시민대책위 공동대표인 최준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어머님의 절절한 호소로 첫걸음을 내딛었으나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산안법 개정과 함께 요구했던 것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공공부문 생명·안전업무 비정규직 직접고용이었지만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2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저질러진 사건들을 기억한다. 민영화, 선진화, 효율화라는 이름 아래 인력을 감소하고 안전비용을 감축시킨 모든 일들이 노동자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 시민대책위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가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분향소 앞에서 '국회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대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후 분향소의 아들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27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어 28년 만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는 법의 보호대상 확대(특수고용노동자와 배달 노동자 포함), 대표이사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 수립 의무 신설, 도급인의 책임 강화, 도금 등 유해·위험작업의 도급금지, 사업주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산업안전보건법이 통과되자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는 성명을 내어 “이번 산안법 개정은 30년 전 15살 노동자 문송면의 수은중독, 원진레이온 915명 직업병판정과 231명 사망을 계기로 전면 개정된 이후 낡은 법이 따라가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 노동자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결정”이라 평했다.

이어 유해·위험업무 도급금지 적용범위의 제한, 기업처벌 강화 가중처벌 하한형 미도입으로 인한 실효성 확보 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파행 등을 언급하며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서는 상시지속 업무, 생명안전 업무 가릴 것 없이 다단계 하청으로 떠넘긴 고용 구조가 해결되어야 한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그리고 “법이 개정되었지만 고 김용균 님 죽음의 진상이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며, 책임자가 처벌받는 것도 아니다. 유가족은 여전히 고인이 근무했던 태안화력발전소 9, 10호기 뿐 아니라 유사 공정인 1~8호기도 전면 작업을 중지해 동료들을 구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특별근로감독에 유족과 시민대책위의 참여를 요구했다.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시민대책위는 오는 29일 오후 5시 광화문 광장에서 2차 범국민추모제를 연다. 집회를 마친 뒤에는 청와대로 행진하며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할 계획이다. 또한 31일 밤 11시에 광화문 광장에서 송구영신 촛불추모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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