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1월 10일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 개최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서부발전 본사 입구에 리본을 걸고 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이 죽은 지 한 달이다. 그는 작년 12월 10일 야간작업에 투입됐다 11일 새벽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추모 여론이 들끓자, 대통령은 12월 17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게 하겠다”며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21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원내대표가 빈소를 찾았다. 이어 27일에는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와 국회는 이를 ‘김용균법’이라 이름 붙였다.

기해년 새해가 밝았다. 살아있었다면 스물 다섯 살이 되었을 김용균은 아직도 냉동고에 있다. 그의 어머니는 매일 전국을 다니며 “더 이상 용균이 같은 죽음이 없게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 달이 지났지만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특별근로감독에 노동자 참여는 배제되고 있다. 원·하청 사업주와 관리자 중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산안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김용균의 동료들은 비정규직으로 위험 속에 일하고 있다. 새해에도 김용균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이유다.

서부발전 본사 전광판에 김용균을 추모한다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1월 10일 오후 3시, 민주노총은 태안화력의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김용균 유가족과 민주노총 조합원 7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서부발전의 사고현장 훼손과 작업재개 시도를 규탄하고, 정부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발언에 나선 민주노총 양동규 부위원장은 같은 날 오전에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용균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대통령이 약속한 진상규명이다. 그 약속을 지키는 게 정치”라며, “김용균의 죽음과 관련된 모든 정부 부처가 아무 대책도 내지 않고 있으니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19일 전국노동자대회에 함께 모여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양동규 부위원장이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조종현 본부장은 “구의역 김군이 죽었을 때, 우리는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며, “우리가 더 제대로 싸웠다면 슬픈 이름, 아픈 이름 김용균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하루빨리 일이 해결되어 장례를 치러주고 싶은데, 참 힘들다”며 어렵게 말을 뗐다. 그녀는 "산안법이 통과됐으니 해결된 거 아니냐고 한다.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실제 노동부는 특별감독에 대한 중간 브리핑도 한 차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뿐만 아니라 같은 위험에서 일하는 용균 씨의 동료들을 살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사회는 하루 3명 이상이 산업재해로 죽는다. 우리가 막아야 한다. 이 싸움에 동참해 달라”고 부탁했다.

집회에 참석한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발언하고 있다.

김용균의 동료이기도 한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화력지회 이준석 지회장은 "용균이 떠난 지금, 이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그간 정부, 여‧야가 한 일은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에 한참 못 미친 산안법 개정안을 야당과 합의해 통과시킨 게 전부라고 했다. 그는 자회사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정부에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 후 추모리본을 본사 근처에 걸고, 태안 터미널까지 행진했다.

한편, 시민대책위는 11일 문재인정부에 공식 요구를 전달할 예정이다. 12일에는 전국 10여 곳에서 김용균 추모제가 동시에 개최된다. 같은 날 오후 2시, 김용균의 동료들은 청와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연다. 이어 19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와 전국 집중 5차 범국민추모제가 열린다.

민주노총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시작에 앞서 묵념하고 있다.
참석자들이 집회 후 행진하고 있다.
참석자들이 집회 후 행진하고 있다.
집회장에 추모의 마음을 담은 꽃들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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