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배수찬 넥슨 지회장 인터뷰···게임업계 ‘노동권’ 첫 출발점, 노조별칭도 ‘스타팅포인트’

넥슨지회 이름은 ‘넥슨 스타팅 포인트’다. 게임 캐릭터가 서 있는 곳, 게임의 시작점을 말하는 ‘스타팅포인트’는 노조 별칭이다. 게임업계는 그동안 ‘노동권’이 배제돼 왔다. 노동권을 넥슨이 처음 제기하고 세운다는 점(의미)에서 스타팅 포인트라고 이름 지었다. (사진=노동과세계)

온라인 게임이 ‘열풍’이다. 넥슨 관계사 네오플이 개발한 게임 던파(던전 앤 파이터)가 전 세계 6억 명(2018년 5월 기준) 이상의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중국 포털 회사 텐센트가 2016년부터 10년간 계약으로 퍼블리싱중이다. 2017년 네오플의 중국 매출액은 1조 1,500억, 영업이익율은 92%로 1조 636억 원이다. 중국 동시접속자 수만 500만 명 이상이다.

게임업체 넥슨에 작년 9월 노조가 만들어졌다. 올해 첫 단체교섭 협상에서 ‘포괄임금제’가 폐지돼 화제다. 4일, 5일 양일 진행한 단체협약 잠정합의안 투표 결과 투표율 96.9%, 찬성률 98.8%다. 조합원 800여명이 참여했다. 이로써 포괄임금제 폐지, 고용안정, 성과분배, 복지 향상 및 제도개선 등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79개 조항이 넥슨코리아 구성원 모두에게 적용된다.

포괄임금제는 연장·휴일·야간 근로 등 시간외 근로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 지급하는 제도다. 게임업계에서는 포괄임금제가 무보수 야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넥슨노조와 스마일게이트노조는 설립과 동시에 포괄임금제 폐지를 기치로 내걸었다.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세계>는 게임산업의 메카 판교벨리에 위치한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소속 넥슨지회를 15일 오전 방문했다. 젊고 훤칠한 배수찬(35) 지회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5천여 명이 근무하는 넥슨은 본사 빌딩만으로 인원을 수용할 수 없어 앞쪽의 타 빌딩건물을 임대해 빌려 쓰고 있었다.

노조 사무실 입구에는 낯선 홍보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넥슨 스타팅 포인트’다. 게임 캐릭터가 서 있는 곳, 게임의 시작점을 말하는 ‘스타팅포인트’는 노조 별칭이다. 게임업계는 그동안 ‘노동권’이 배제돼 왔다. 노동권을 넥슨이 처음 제기하고 세운다는 점(의미)에서 스타팅 포인트라는 것이다. 노조사무실 내에는 캐릭터 인형들이 배치돼 있다. 마치 동아리방 같았다.

넥슨지회 배수찬 지회장

9년차 프로그래머였던 배 지회장은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면서 기본급은 26.7%, 수당을 포함한 1년 급여 인상이 10% 효과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넥슨은 그동안 월 243시간 기준 65시간분의 시급이 고정수당으로 주어졌다. 연장근로 36시간, 야간근로 10시간, 주말 4시간분의 수당을 포함한 것으로, 이 이상의 노동에 대해서만 수당이 지급된다. 65시간 기준은 회사가 정한 것이다.

게임업계는 포괄임금제로 대부분 묶여있다. 그동안 포괄임금제로 추가수당을 안 주는 것이 관례였다. 회사는 근무시간 체크도 안했다.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야근수당을 안 주기 때문에 노동시간 자체가 중요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배 지회장은 “52시간제가 들어오고 나서 법적의무가 생겼고,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시간과 연장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소개했다.

게임업계는 하루 근무시간에 편차가 크다고 지적한다. 어떤 조합원은 ‘어마어마하게’ 일하는가 하면, 어떤 조합원은 연장근무가 없다. “지금은 연장근무가 없어도 급격한 근무량이 언제 올지 모르고, 언제든지 격무에 시달릴 수 있는 불안감이 있다”고 배 지회장은 전했다. 야근을 많이 하면 회사에는 좋은 평가를 받지만 결국 업무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임업계는 포괄임금제 못지않게 ‘고용안정’ 문제도 크다, 이곳에는 ‘프로젝트 폭발’이란 용어가 있다. 게임을 만들다가 ‘접히는’ 경우인데, 사업을 폐기하는 것을 말한다. 신규게임을 만들다보면 잘 안 될 확률이 높다. 2~3년에 한 번씩 찾아온다는 게 게임업계의 관행이다. 프로그래머로 일해 온 배 지회장은 “사업이 접혀 일이 없어지면 사내 채용공고를 이용해야 하고 실패할 경우 갈 데가 없다”면서 “회사가 권고사직 합의서를 제시하면 본인이 사인을 하고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단협에서는 ‘성과의 재분배’도 조합원의 관심사다. 회사의 영업이익을 전 사원에게 분배해 달라는 것이다. 회사가 알아서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몇 %를 정해놓고 분배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센티브 개념은 아니라고 말한다. 배 지회장은 “이번 합의에서는 비록 미미한 금액이지만 그동안 없었던 ‘성과급’을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크다”면서 “앞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분배하는 데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지회 노조사무실 내에는 캐릭터 인형들이 배치돼 있다. 마치 동아리방 같은 느낌을 주는 게 인상적이다. (사진=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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