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노조, 급식실 안전 5대 과제 선정 발표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는 3월 26일 오전 10시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식실 안전 5대 과제 쟁취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선포했다. © 학비노조 경기지부 제공

경기도의 한 학교 급식조리실무사인 A씨는 최근 바퀴달린 조리대를 발판 삼아 높은 곳을 청소하다가 낙상하는 사고를 당했다. 안전발판만 있었어도 나지 않을 사고였다. 급식실에는 작업효율화를 위해 적극 활용을 권장하고 있는 야채절단기나 오븐기도 없다. 장화나 앞치마 같이 작업에 필요한 필수용품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A씨는 퇴근하면 병원에 들러 물리치료를 받고 뼈주사를 맞고, 아침에 일어나면 어깨, 허리, 손가락에 파스를 붙이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급식실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마찬가지다보니 근육통에 좋다는 각종 시술은 줄줄이 꿰차고 있다.

펄펄 끓는 물과 기름 옆에서 일하다 화상을 입고, 온 몸의 근육을 이용해 몇 백인분의 볶음 요리를 하다가 근육이 찢어질 듯 아파도, 바삐 움직이다 기름기 밴 바닥에 미끄러져 허리를 다쳐도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산업재해 처리 절차 또한 제대로 안내받아본 적 없다.

학교급식실 노동자들은 조리실무사로 2년만 일해도 누구나 겪게 되는 현실이라고 입모아 말한다. 학교급식 노동자는 1인당 평균 120명~150명의 식사를 책임져야 한다. 공공기관 급식실 조리원이 1인당 53명인 것에 비하면 2배가 넘는다.

이와 같은 학교급식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안전한 급식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경기지부가 지난 3월 4일부터 15일까지 급식실에 일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급식실 안전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급식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다루어야 할 가장 우선적인 문제로 △ 배치기준을 통한 노동강도 절감(1547명) △ 후드 청소 등 위험한 작업 금지(1056명) △ 사고와 부상에 대한 산재처리지원(840명) △ 독성이 강한 세척제의 사용금지(551명) 등을 꼽았다.

학비노조 경기지부는 이 설문과 학교 방문을 통해 급식실 안전을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5가지 과제를 선정했다. △ 배치기준 조정을 통한 노동강도 절감 △ 후드 청소 등 위험한 작업 시 활용 가능한 안정용품 의무구비 △ 산업재해처리 절차 매뉴얼 교육 △ 야채절단기, 애벌세척기, 자동캔따기 등 능률적 급식기구 확대 △ 장화, 앞치마 등 필수 작업용품 통일 및 적정지급이 그것이다.

학비노조 경기지부는 26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교육청은 예산이 없다. 인력이 없다는 핑계로 만 2년이 넘도록 산업안전위반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라며 “안전하게 일할 권리 쟁취를 위해 가장 시급한 5대 과제를 선정하고 끝까지 투쟁할 것”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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