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기

민주 노점상전국연합은 제32차 노점상대회를 이틀 앞당겨 6월 11일 광화문 광장에서 오후 1시에 개최한다. 그리고 주간선포를 통해 상생을 가장한 기만적인 노점관리정책, 서울시 노점 가이드라인의 즉각적인 철폐와 노점상 자율권 보장을 요구하게 된다.

주간 행사로 ‘노량진 수산시장 서울시민 공청회’를 준비했다. 서울시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상으로 중앙도매시장의 책임자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이미 법률적 판결이 내려졌다는 것과 시의 주요 정책이 아니라는 이유로 6021명의 서명을 받은 공청회 청구를 거부했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더라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 공영도매시장으로써의 기능을 서울시가 포기하면서 끝내 시민공청회 개최를 거부하고 있다.

다음으로 ‘청계천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사진 전시를 2019년 6월 11일부터 20일까지 충무로 사진 전시관 ‘브레송’에서 개최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공사’ 그리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최근 들어 전개되고 있는 청계천 을지로 주변 개발은 도시 빈민 수난사였던 공간이다. 이번 사진 전시를 통해 지역과 공간을 중심으로 변화되는 역사를 살펴보고 도시 빈민 투쟁이 갖는 실존적 의미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6월 10일 민주노련은 전국의 각 지역에서 진보적인 정당 및 사회단체 등과 사전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6월 11일 대회로 집결하게 된다. 지역에서 전개되는 노점단속을 막아내고 대회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알려내며 지역의 이슈와 쟁점에 결합하려는 노력이 전개될 것이다.

ⓒ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이 대회의 시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두환 노태우 군부독재 정권은 광주에서 학살로 얻은 피의 정권임을 무마하기 위해 대규모 국제행사를 자주 개최했다. 그럴 때마다 가난한 이들은 고달팠다. 거리는 외국인에게 보여 주기 위해 말끔히 정리돼야만 했고 ‘노점상들은 싹 쓸어버려야 할 존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군부독재 정권은 노점상에 대한 전면적인 단속을 시작했다. 6월 16일부터는 서울지역의 손수레 보관소 등의 폐쇄를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강력한 단속을 하겠다고 발표하자 노점상은 6월 13일 서울의 성균관대학교 금잔디광장에서 약 3천여 명이 모여 ‘노점상 생존권 수호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집회를 마치고 투쟁을 결의하며 시청으로 진출하였다. 5천여 명으로 늘어난 노점상의 함성이 거리에 울려 퍼졌다. 더 물러설 곳이 없었던 노점상의 분노가 아스팔트 위를 뜨겁게 달궜다. 행진을 가로막는 전투경찰의 만행으로 모두 1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투쟁은 6월 16일까지 멈추지 않고 밤을 새워 이어졌다.

88년은 모든 곳에서 정권을 상대로 대규모 집회가 전개됐다. 먼저 학생들이 투쟁의 선봉으로 떨쳐 일어났다. 노동자들은 87년 7월과 8월의 투쟁을 통해 계급적 실체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농민들도 전국에서 들불처럼 이어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시 빈민이 정권을 상대로 투쟁을 전개한 것이다.

노점상의 강력한 저항을 통해 군부독재 정권은 강경 노점단속을 유보하고, 마차 보관소 폐쇄 계획을 보류했다. 마침내 정권이 백기를 든 것이다. 노점상들은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저항을 통해 생애 최초로 승리를 쟁취했다. 이날을 최근까지 계승하며 32차 노점상 대회를 개최하기에 이른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된 지 2년이 지났다. 적폐 청산과 사회개혁은 유실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으로 내걸었던 최저임금 1만원은 아직 요원하고 최근에는 노동계 간부들을 구속하면서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있다. 농민들 역시 수십 년 전 수준에 불과한 쌀값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으며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미국의 눈치를 보며 자주적인 평화의 길은 멀어 보인다. 수많은 노점상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32년과 지금이 뭐가 달라졌는지 변한 게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80년대 군부독재에 맞서 싸웠듯이 2019년 6.13 노점상 대회를 통해 우리 사회 진보와 개혁을 앞당기는 노력을 전개할 것이다. 진보는 고여 있고 멈춰 있는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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