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노동조합 준비위’ 12일, 발족식 열고 본격적인 노동권 투쟁 예고 전태일 열사 기일인 11월 13일에 정식 출범 예정

장애인일반노동조합 준비위원회와 발족식 참가자들이 한데 모여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 비마이너 허현덕

“자본주의는 우리의 몸뚱어리를 거부합니다. 우리는 자본에 갇히지 않는 좋은 노동을 조직할 것입니다.”

장애인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일반노동조합 준비위원회(아래 일반노조 준비위)’가 1년 8개월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첫발을 내디뎠다. 이들은 전태일 열사의 기일인 오는 11월 13일 정식 출범할 계획이다.

이들은 12일 오후 3시, 서울 민주노총 금속노조 4층 회의실에서 ‘일반노조 준비위 발족식’을 열고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은 준비위가 발족하기까지의 과정을 알리고, 준비위원장 선출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장애·노동단체도 준비위의 출범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박준 장애인문화노동자도 함께해 자리를 빛냈다.

준비위는 지난 2017년 말부터 중증장애인 당사자가 모여 ‘노동’을 주제로 세미나, 초청 강의, 장애인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한 토론을 거듭한 끝에 함께 뜻을 모으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구상하는 장애인일반노조는 다른 장애인단체와는 달리 ‘장애인 노동권’에 집중해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12일 오후 3시, 서울 금속노조 4층 회의실에서 ‘장애인일반노동조합 준비위원회 발족식’에서 초대 준비위원장으로 선출된 정명호 인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준비위 출범 이유를 밝히고 있다.  ⓒ 비마이너 허현덕

초대 준비위원장으로 선출된 정명호 인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장애인 노동의 재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중증장애인들이 1842일간 광화문에서 농성을 할 때, 장애인들의 이런 활동은 노동으로서 인정받지 못했지만 광화문 역사에서 일하는 경비원은 온전히 노동으로 인정받았다”며 “우리 사회가 자본가의 논리에 맞춰 ‘이윤을 가져다주는 것’을 노동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활동가는 “장애인들이 느려서 노동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에서 바라는 속도에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노동시장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라며 “일반노조는 장애인의 몸에 맞는 노동을 새롭게 정의해 장애인의 노동 권리를 찾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동섭 일반노조 준비위원은 일반노조의 역할과 계획에 관해 설명했다. 일반노조가 지향하는 점은 궁극적으로 다른 노동조합처럼 ‘노동권 쟁취’다. 구체적으로 장애인 노동자의 불합리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정책을 수립하고, 나아가 장애인 노동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박 준비위원은 “노동 재정의를 통해 장애인의 노동이 ‘노동’으로 온전히 인정받고, 그에 걸맞은 임금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일반노조가 조직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반노조는 ‘단체교섭’을 통해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노동자에 대한 취업규정, 실업대책 마련 투쟁도 전개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등을 상대로 대정부 투쟁을 벌여 장애인 노동권 정당성 마련에도 힘쓸 예정이다. 장애인 고용 차별을 없애기 위해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는 공공기관과 기업에 의무고용률 이행을 촉구한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그 밖에 사업장 내에서의 장애인식 개선, 장애인 노동자 편의 제공 등 장애인 노동권 개선에 대한 전반적인 활동을 도모한다.

박 준비위원은 “모든 최중증장애인은 사실상 살아있는 것, 존재하는 것 자체가 노동이라는 사실을 만반에 알리고 싶다”며 “전태일 열사의 뜻을 이어받는 의미로 오는 11월 13일에 정식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12일 열린, ‘장애인일반노동조합 준비위원회 발족식’에서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 비마이너

준비위의 포부와 계획에 장애·노동단체에서 축하와 연대의 뜻을 나타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장애인이 노동 현장에서 얼마나 차별을 받고 있는지, 왜 일을 할 수 없는지 구체적인 실태조사를 통해서 민주노총에서 일반노조와 함께할 수 있는 영역을 고민하겠다”며 “준비위가 본 조직으로 출범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실업에 놓인 장애인들이 셀 수 없이 많은데 ‘실업 장애인’이라는 말은 장애인에게도 어색한 말”이라며 “중증장애인 사이에서조차 장애인 노동권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비로소 장애인 노동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며 “준비위 발족으로 우리의 삶 자체 하나하나가 노동이라는 사실을 심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고미숙 활동지원사노조 조직국장은 “활동지원사노조와 장애인노조는 반자본투쟁에 가장 걸맞은 파트너”라며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와 장애인 노동권 실현을 위해 동행하겠다”고 연대의 뜻을 나타냈다.

한편, 일반노조는 모든 장애인에게 열려 있다. 조직위는 “장애인 노동권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조직하여 함께 노동권을 쟁취하자”며 많은 장애인의 참여를 당부하며 출범식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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