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4일, 청와대 앞에서 24일째 농성을 이어가던 이귀진 위원장 (사진 : 노동과세계 백승호)

안녕하십니까?

저는 충남에 사는 평범한 시민이고 노동자입니다. 보고 받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오늘로 청와대 앞에서 36일째 단식하고 있는 이귀진 위원장의 20년지기 친구이기도 합니다.

대통령께서도 세월호와 관련해서 유가족의 아픔을 그 누구보다 공감하셨기 때문에 10일 동안 단식을 하셨겠지요. 20년지기 친구인 위원장의 단식을 36일 동안 지켜보고 있는 제 마음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위원장이 36일째 단식하고 있는 원인을 따져 나가보면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입니다. 2018년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정규직화를 진행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국립생태원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정규직화를 진행하지 않고 고용관계만 직고용으로 바꾸고 기존 노동조건을 보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청와대와 관계부처인 환경부가 나서고 있지만 국립생태원은 사태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취임 일성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시대를 열겠다던 그 말씀을 이제는 대통령께서 직접 챙기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이 방치하게 되면 제2, 제3의 이귀진이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진행하게 될 테니까요.

오늘 대통령께 두가지 부탁을 하려고 합니다.

첫째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중단해 주십시오.

그동안 제가 속한 노동조합에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으로 발생한 문제점만 보더라도 전환 전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단절로 인한 해고, 직무급제에 따른 임금 감소 사례, 자회사 전환 과정에서 원청 정규직 직원의 60대 미화 노동자에 대한 겁박과 강요, 자회사 전환 과정과 그 이후에 노노갈등 유도와 갑질 등이 있었고 현재도 발생하고 있으며 해결하기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십명이 고용이 단절되어 거리로 내몰리고, 수백명이 임금이 저하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어떻게든 해고를 막아내고 임금저하를 막아냈지만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이런 사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데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이나 직원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거나 자신의 임금이 깎이는 감봉도 당한 적이 없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도 시행을 해보고 부작용이 우려 되서 속도조절에 나섰지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도 중단하시고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서 다시 추진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미 고속도로 요금 수납원 수 천명이 해고 위기에 있습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한다고 임금이 깍이고, 노동조건이 후퇴되고, 해고되고, 급기야 사람까지 잡게 생겼는데 이런 정책은 중단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두 번째는 노동존중 사회라는 말을 쓰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 노동조합은 2001년 5월 9일 창립을 하면서 노동조합 핵심구호를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 일과 삶의 공동체”로 결정하였습니다. 이후 조합의 초대 위원장께서 역대 민주노총 위원장들과 대화하면서 사회적으로 공감이 되는 구호가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정치권에서도 노동존중 사회라는 말은 하고 있더군요.

국립생태원 조합원 한 분이 위원장 단식 30일이 조금 안되서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위원장님 단식 좀 말려 주세요. 높은 분들에게 이야기해서 빨리 해결해 주세요. 우리 다시 용역으로 돌아가도 좋습니다. 적어도 용역시절에는 최저임금과 시중노임단가라도 보면서 임금이 오를 거라는 기대를 하고 살았는데 정규직이 용역보다 못하네요”

노동조합이 생각하는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는 용역보다 못한 정규직이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위원장 단식을 말려달라는 나이 지긋한 여성 노동자가 있어도 안되고, 무엇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위원장이 36일이나 단식하는 상황이 있어서도 안됩니다.

대통령께서 생각하는 “노동존중 사회”는 무엇입니까? 임금 깍인 비정규직 노동자가 청와대 앞에서 단식하고 절규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창립 이후 18년 동안 사용한 우리 노동조합의 핵심구호를 왜곡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이 정부가 실패하게 되면 다시 수구세력이 집권하는 더 암흑기가 찾아올 것이니까요.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 기대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공공부문에서는 대통령께서 비정규직이 피눈물 흘리지 않도록 해 주시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리 어려울까요.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2018. 6. 26.

사진 : 노동과세계 백승호
사진 : 노동과세계 백승호
사진 : 노동과세계 백승호
사진 : 노동과세계 백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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