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앞 유가족·교사·노동시민사회단체 등 기자회견···값싼 노동력 이용한 ‘도제학교법’ 폐지 촉구

전교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 등이 참여하고 있는 현장실습대응회의와 현장실습피해가족들은 17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일·학습병행제 지원법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직업계고 학생들을 값싼 노동으로 부리지 말고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라”면서 일·학습병행 지원 법률안 폐기를 촉구했다. (사진=교육희망)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19일 본회의 통과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현장실습 유가족, 교사, 시민사회단체가 ‘값싼 노동력 부리는 도제교육’이라며 한 목소리로 법안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교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 등이 참여하고 있는 현장실습대응회의와 현장실습피해가족들은 17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일·학습병행제 지원법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직업계고 학생들을 값싼 노동으로 부리지 말고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라”면서 일·학습병행 지원 법률안 폐기를 촉구했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은 “제주에 현장실습 갔다가 산재로 사망한 이민호 군에 대해 정치권이 문제있다고 고치겠다고 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고치기는커녕 오히려 도제학교로 탈바꿈돼 법안까지 나왔다”면서 “꽃다운 학생들이 현장실습으로 나가 억울하게 죽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가장 값싼 노동력을 기업에 제공하는 법안 상정을 당장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최은실 노무사(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는 “이번 법안은 목적과 대상이 불분명하고 산업수요에 맞춰져 있어 교육인지 채용인지 구분이 안 될 뿐만 아니라 권리보장에 대한 내용이 없어 잡일을 시키는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면서 “이런 문제들이 수정된다고 해서 고3 때 2년 동안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게 돼 있는 도제학교법은 근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장실습을 4년간 맡았던 이주연 교사는 “도제학교를 포함한 일학습병행제법률안이 통과되면 600개 직업계고학교와 교사들을 여전히 문제가 많은 도제학교의 운영에 매달리게 하는 또 다른 올가미가 될 것이고, 취업률과 성과주의로 과포장되며 도제학교운영을 통해 학생들을 노동자의 권리조차 교육이란 이름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내몰게 될 것“이라면서 ”정부는 학생들을 여전히 위험한 일터로 내몰아 신비정규직을 양성하는 법 제정에 몰두할 게 아니라 직업계고 교육과정 정상화 대책을 근본적으로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과로사로 사망한 故 이한빛pd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 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2013년 박근혜가 스위스에 갔다 와서 독일의 도제식을 본떠 도입한 이 제도는 인구 800만 밖에 안 되는 스위스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대공장 중심의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 제도”라면서 “학생들에 대해 교육 관련법이 아니라 어떻게 환노위 노동관련법으로 만들려고 하는지, 학교 교육제도를 고용노동부가 만들려는 출발부터가 잘못된 것이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법안”이라고 성토했다.

전교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 등이 참여하고 있는 현장실습대응회의와 현장실습피해가족들은 17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일·학습병행제 지원법 반대 기자회견’을 갖고 “직업계고 학생들을 값싼 노동으로 부리지 말고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라”면서 일·학습병행 지원 법률안 폐기를 촉구했다. (사진=교육희망)

현장실습에 나갔다 자식들을 잃은 유가족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제주 제이크리에이션 현장실습생 故 이민호 아버지 이상영 씨는 “학생의 교육을 노동부가 왜 나서서고2학년인 학생에게 노동자 굴레를 씌워 안전을 책임지지 않고 돈만 밝히는 기업체에 맡기는지, 왜 국회는 기업체의 편에 서있는지, 누구를 위한 제도이고 법이냐”면서 “가진 것 없는 자식들이 대를 이어 노동자로 살아야 하고, 학생들에게 사탕발림으로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하게 하고 죽음으로 내모는 법은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CJ 제일제당 현장실습생 故 김동준 어머니 강석경 씨는 “실습현장에 교육은 없이 연장근무와 아이들 구타와 따돌림만 있고 아무런 관리도 없이 짓밟히고 처참하게 지내다 우리 아이가 세상을 등졌다”면서 “술 담배도 마트에서 사지 못하는 아이들을 왜 현장에 못 밀어 넣어 안달이고, 사회초년생들인 아이들이 괴롭힘 당할 때 무엇을 얼마나 말할 수 있는지, 왜 기업에 맡기는지, 눈먼 학교행정으로부터 우리의 아이들을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군포 토다이 현장실습생 故 김동균 아버지 김용만 씨는 “특성화고에 컴퓨터를 공부한 아이가 왜 엉뚱한 식당에 현장실습을 나가 40kg나 되는 고기를 만지고 혹독하게 괴롭힘을 당하다 견디지 못하고 죽어야 하는지, 나중에 확인해 보니까 90% 이상이 전혀 자기가 공부한 것과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면서 “아이들이 졸업하고 일을 해도 늦지 않은데, 어린 아이들에게 값싼 노동력으로 기업과 결탁해서 쓰게 만드는 게 국회의원이고 대통령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7월 10일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경북기계금속고를 방문해 로봇 용접 시연을 보고 나서 전국 직업계고 전담 노무사 지정, 취업지원관 확대 배치 등을 언급했다”면서 “더 이상 교육이란 거짓 이름으로 활용되고 있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와 그 근거법으로 활용될 법률안의 통과를 두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전교조가 2018년 전남지역 16개교 도제교육 참가학생 644명중 75%에 해당하는 42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에서 주로 하는 일이 청소가 20.4%, 허드렛일이 12.1%, 기타 상자 옮기기와 창고정리가 43.9% 등등 도제훈련 분야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일을 주로 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것과 회사에서 일과 관련성에서 177명(38.3%)이 전혀 관련 없다고 답변했고 192명(41.6%)은 조금 관련 있다고 응답해 대부분 단순노동, 심부름 수준의 일을 하고 있었다.

특히 일하다 다칠 수도 있겠다는 응답이 65.2%, 일하다 다친 경험이 33.7%로 이중 산재보상을 받은 경우는 25.5%로 안전에 대해 취약한 것으로 나왔다.

도제담당 교사들의 경우 75%가 "기업체 주도의 도제반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고, 43.8%가 “도제반 운영에 전면적인 개편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2018년 국정감사 기간에도 도제학교의 부실 운영결과를 확인됐는데, 중도 포기율 30%, 끝까지 마친 훈련생의 고용유지율 64%, 훈련 도중 폐업·도산 기업 408곳 등 운영 전반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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