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기아차 화성 일부 공정만 직접고용 명령 준비…기아차비정규직지회 29일 단식농성 돌입

“노동부는 정몽구 호위무사 노릇 그만하십시오. 이제는 끝냅시다. 노동부 장관이 올 때까지 곡기를 끊고 이 자리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지회장 김수억)가 7월 29일 오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고용노동부는 정몽구 회장의 비서실인가’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는 기아자동차 모든 생산공정에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하라”라고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노동부는 ‘직접생산공정만 불법파견’이라는 검찰 기소 내용을 받아들여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기아차 화성공장의 모든 생산공정에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리려다 검찰 수사결과에 불과한 기소 기준을 따르려는 태도를 보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 금속노조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가 7월 29일 오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고용노동부는 정몽구 회장의 비서실인가’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회는 “노동부는 기아자동차 모든 생산공정에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하라”라고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임연철

수원지검은 최근 박한우 기아차 사장 등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출고와 물류 등 간접생산공정을 불법파견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번 기소는 직접, 간접생산부서 구분 없이 기아차 화성공장의 모든 생산공정에 관해 불법파견을 인정한 2017년 2월 서울고등법원 판결과 상반된다.

당시 서울고법은 이미 대법원이 불법파견으로 인정했던 현대자동차 직접생산공정(차체·도장·의장)은 물론이고, 소재제작(엔진·범퍼제작)과 생산관리·출고·포장업무 등 간접생산공정까지 불법파견으로 인정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자동차 모든 생산공정은 한 대의 자동차 생산을 위한 일련의 작업과정 또는 부분 공정”이라며 “사내협력업체 근로자가 분리된 공간에서 작업하긴 했지만, 기능적·기술적 관련성과 연동성을 무시하고 그들 담당업무의 본질을 판단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노동부가 판결·고용노동개혁위 권고 뭉개나”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노동부가 검찰이 기소한 일부 공정만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린다면 고법 판결과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권고사항을 뭉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지난해 “법원 판결 기준대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하라”라고 노동부에 주문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노동부는 고용노동행정개혁위의 권고를 이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신이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있다”라며 “노동부는 이제라도 기아차 불법파견에 대해 방향을 제대로 잡고 책임 있게 마무리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 송영섭 금속노조 법률원장 변호사가 7월 29일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수사 결과란 수사기관의 판단에 불과하고 법적 구속력이 없다. 노동부가 검찰 뒤에 숨어 비겁하게 굴고 있다. 최소한의 결정이자 가장 소극적인 해석인 법원 판결보다도 못한 노동부 행정 탓에 노동자 권리가 짓밟힐 상황”이라고 노동부를 강력하게 성토하고 있다. 임연철

송영섭 금속노조 법률원장 변호사는 기자회견 통해 “검찰의 수사 결과란 수사기관의 판단에 불과하고 법적 구속력이 없다. 노동부가 검찰 뒤에 숨어 비겁하게 굴고 있다”라며 “최소한의 결정이자 가장 소극적인 해석인 법원 판결보다도 못한 노동부 행정 탓에 노동자 권리가 짓밟힐 상황”이라고 노동부를 강력하게 성토했다.

송영섭 법률원장은 “법원 현장검증과 서울고법 판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자동차 생산은 모든 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어 기아차 원청이 어느 한 공정만 적법하게 도급을 주기가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송영섭 원장은 “직접생산공정과 간접생산공정을 달리 봐야 한다는 사용자 측과 노동부, 검찰의 주장은 한 마디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송 원장은 “유권해석 기관인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최소 기준으로 기아자동차 전체 생산공정에 대해 즉각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하라”라고 노동부에 촉구했다.

▲ 금속노조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가 7월 29일 오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아자동차 모든 생산공정에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하라고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임연철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단식농성에 들어간 김수억 노조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장은 “노동부가 2004년 현대차 불법파견을 판정한 때로부터 15년이 지났고, 2010년 7월 대법원이 현대차 울산공장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날로부터 9년이 지났다”라고 지적했다.

김수억 지회장은 “여전히 불법파견 비정규직을 쓰고 있는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과 그를 두둔하는 노동부가 정말 징글징글하다. 이번에 반드시 끝내고 싶다”라고 현재의 심정을 밝혔다.

김수억 지회장은 “노동부는 지난 15년 동안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외면하고 내버려 뒀다”라며 “검찰의 잘못된 기준에 따라 생산공정별로 판단하겠다는 노동부의 이번 행태를 보니 기아차에서 그 세월을 다시 반복하려는 시도는 아닌지 우려한다”라고 토로했다.

김수억 지회장은 “현대·기아차 불법파견에 관한 노동부의 견해를 듣고, 문제 해결을 반드시 약속받겠다”라며 노동부 장관 면담을 요구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