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20기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전반기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전반기 일정을 모두 마친 대원들은 각각의 현장으로 돌아가 일상과 투쟁을 이어간다. 전반기를 마무리하기 전 20기 중앙통일선봉대에 참여했던 대원들이 남긴 짧은 소감을 공개한다.

 
 
 

 

"나는 현장으로 돌아간다"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성수지회 김정현 

 

사실 지금에서야 얘기하자면, 나는 통일선봉대를 오지 못 할뻔 했다.

노동자 통일선봉대의 절도있는 행동과 우렁찬 목소리, 투쟁현장에서 보여주던 용맹함과 노련함은 학생시절부터 선망의 대상이었다. 때마침 선망하던 통선대에 참가할 좋은 기회가 생겨 그동안 아껴뒀던 휴가를 낸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통선대 시작 십여일 전 5개월 된 아이가 열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결국 입원을 하고말았다. 입원기간이 사나흘 이상 길어지면서 나와 아내는 초조해졌고, 나는 내심 통선대를 포기하고 있었다.

아이가 입원한지 일주일 되던 날, 아내는 불 꺼진 병실에서 내게 “그렇게나 가고싶어했으니 걱정말고 통선대를 다녀오라”고 이야기했다. 아내의 마음이 눈물나게 고마우면서도 힘든 가족의 곁을 지키지 못한다는 죄스러움으로 밤을 꼬박 새웠다. 우연이었을까? 긴 밤이 지나고 아이는 놀랍게도 회복해 퇴원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참가하게 된 20기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1중대에 배치받고 만난 중대원 동지들 면면부터가 민주노조 운동의 산증거이자 민주노총 그 자체였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가혹한 찜통더위 속에서도, 흥겹게 몸을 펄쩍펄쩍 움직여 율동을 하고, 힘차게 팔뚝질을 하며 굳센 투쟁을 하는 통일선봉대의 모습. 그것은 그 자체로도 감격이면서, 동시에 내가 그 가운데에 있다는 뿌듯함으로 다가왔다.

노동운동은 화려한 경력이나 유려한 이론의 글줄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결정적인 것들이 있다. 수년째 탐욕스런 자본가들에 맞서 싸우고 있는 장기투쟁 현장의 동지들을 보며 나는 그것을 보고 느꼈다. 통선대를 만나고 울산과학대의 나이든 노동자가 흘리던 닭똥같은 눈물, 뙤약볕이 꽂히고 돌풍이 몰아치는 옥상 상공에서 흔들던 영남대의료원 동지들의 손. 처음 민주노조의 손을 잡고 현장복장 투쟁을 벌여내던 효림원 요양보호사 동지들의 떨리는 목소리같은 것들. 어쩌면 나는 그간 이런 것들을 잊고, 잡히지도 않는 공허한 핑계를 찾아 현장에서 소극적으로 살지는 않았나 많은 반성을 했다.

통선대 전반기 일정을 마치고 나는 현장으로 돌아간다. 어렵게 함께한 통선대에서, 지난 인생 전부에서 얻은 만큼 많은 것들을 얻고 돌아간다. 이제 나는 소극성을 버리고, 현장의 조합원들과 동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삶에 매몰되어 적들의 기만에 놀아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하나로 뭉치고 싸워야 한다고. 그것이 20기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에 참가했던 통선대원으로써의 나의 각오이자 자랑스러운 임무라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나는 현장으로 돌아간다.

 

 

 

"통일선봉대 활동은 영광이자 자긍심"

전교조 강원지부 이희정

 

민주노총 20기 중앙통일선봉대 3중대 이희정 대원입니다.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통선대 일정에 걱정과 기대, 두려움과 설렘이 복잡하게 얽혔습니다. 힘들고 고단한 일정뿐 아니라 처음보는 사람들과 지내야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300명의 통일선봉대 대원들이 끈끈하게 서로를 격려해주고 힘을 불어넣어주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함께 투쟁하는 동지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 깨닫는 계기였습니다.

함께 한다는 감동을 비단 통선대 안에서만 느낀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산의 벡스코, 효림원, 울산의 대성레미콘, 과학대 그리고 성주 사드기지건설에 맞서 싸우는 주민들까지. 통선대의 연대투쟁에 눈물 짓고 더 열심히 싸우겠다던 다짐을 보며 우리의 활동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겐 하루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주민들에게는 그 하루가 모여 더 오랫동안 싸울 수 있는 힘이 됐을 것입니다.

우리의 연대는 투쟁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시민들에게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 아베정권의 경제침략에 맞서 시민들을 만나 관심을 호소하고 815대회에 대한 선전을 하는 와중에 더욱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우리가 드린 전단지를 보며 “참 좋은 일 한다!”, “더운데 고생한다”는 격려의 말씀을 건네주셨습니다. 버스터미널에서의 선전전에서는 우리를 지켜보던 버스기사노동자분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우리 통선대원들에게 시원한 음료수라도 마시라며 돈을 주시기도 하였습니다.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 민족의 번영된 앞길을 가로막는 토착왜구세력에 대한 분노는 이미 우리의 생각보다 더 크게 번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의 싸움이 시대적 사명에 부합하고, 민중들의 이익에 철저히 복무하는 투쟁임을 통일선봉대 활동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걱정과 두려움으로 시작된 통일선봉대활동은 이제 영광이자 자긍심으로 가슴 속에 새겨졌습니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현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을 이야기하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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