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전국노동자대회 앞둔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 인터뷰

 

전국에 ‘NO 아베’의 구호가 넘친다. 일본산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대중들의 불매운동을 넘어 기업들은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일본 정부와의 경제적 갈등에서 말미암은 것으로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는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법적 배상 판결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의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사회적 의제로 만든 것은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후배 노동자들, 민주노총이었다. 

8.15 전국노동자대회를 이틀 앞둔 13일 오후,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이번 전국노동자대회의 의미와 노동자운동 진영이 앞으로 주도할 통일운동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금 일고 있는 대중적 공감과 투쟁은 단지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만을 넘어 역사를 바로세우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를 한국과 일본의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의지를 모아 노동자들과 전체 시민사회의 힘으로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를 지키는 연대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민주노총의 역할이자 이번 전국노동자대회의 의의”라고 지적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 노동과세계 정종배

 

반 아베 투쟁의 시작은 강제징용 노동자를 기억하는 민주노총의 투쟁 

 

김명환 위원장은 현재 불고 있는 반 아베 투쟁의 시작에 민주노총의 투쟁이 있다고 짚었다.  “지난 시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강제동원 노동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요구를 사회의 의제로 부각시킨 노력이 2018년 대법원의 판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2017년 7월 서울 용산역 앞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국 7곳에 강제징용 노동자 상을 설립했다. 정부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설립이 한일간 외교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설치에 난색을 표하며 동상 설치를 가로막거나, 이미 설치된 동상에 ‘불법 시설물’이라며 변상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들과 시민사회는 정부나 보수단체와의 마찰이 끊이지 않았던 동상설립 과정에도 강제징용 문제를 전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았다. 

김명환 위원장은 강제징용 노동자의 문제는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착취와 폭력 뿐 아니라 당시 식민지배 당하고 있던 조선의 경제력이 파괴되는 중요한 요소”였다고 지적했다. “400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전쟁을 위해 강제로 동원되면서 한반도의 생산 활동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경제적 문제는 동원당한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에서 나아가 조선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삶, 일본에 거주하는 조선인들의 삶에까지 악영향을 비치는 연쇄작용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현재의 노동자들은 과거의 문제들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평화체제, 노동자의 자주성이라는 가치를 지켜내는 운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강제징용 노동자의 문제를 기억해야 하는 현재적 의의를 설명했다. 

 

한국사회의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회    

 

대중들로부터 시작된 ‘반 아베’ 구호와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의 열기가 커지면서 정부는 이에 호응하고 있다. 정부 인사들은 연일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며 불매운동과 반 아베 투쟁을 독려한다. 일각에선 정부가 ‘애국주의’ 마케팅을 벌이며 대중들의 뒤에 숨는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김명환 위원장은 이같은 정부의 태도에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 계기를 통해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대기업 중심의 체제를 공고히 하거나 재벌에 면죄부를 주려하는 시도를 정확하게 비판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항하기 위함이라며 탄력근로제 등 유연근로제 확대 논의를 진행하거나 주 52시간 노동시간의 도입시기를 늦추겠다는 법안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마저 밝히고 있다. 핵심쟁점인 한일군사협정이나 일본의 군국주의적 개헌 시도에 대해 정부는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이같은 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비판하며 “지금의 정세는 대기업들에게 특혜를 주고 재벌에 면죄부를 주는 기회가 아니라,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막고 소재중심 개발을 막아왔던 한국경제의 근본문제들에 대안을 마련하고 대기업의 원청 갑질, 부족한 기술개발 투자의 문제에 구조적인 대책을 만들어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투쟁이 단지 정부의 정치적 의도나 단순한 반일투쟁, 애국주의적 이벤트가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삶을 위한 투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이를 위해 “한국의 시민사회, 민중진영의 연대는 물론 일본의 노동자들과 민중진영과도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8.15 전국노동자대회에는 일본 전국노동조합총연합회(젠노렌)의 오다가와 요시카즈 의장이 방문해 연대사를 예정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통일운동은 노동자의 삶을 지키는 운동

 

민주노총의 통일운동이 받아온 숱한 지적은 “왜 노동조합이 통일운동에 나서냐”는 것이다. 언뜻 노동운동과 통일운동은 그 궤를 달리할 수밖에 없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김명환 위원장은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 노동자의 삶을 지키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가 아니라 일상”이라며 “전쟁의 상태, 평화롭지 못한 상황에선 노동자들의 일상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노동자를 통해서 알 수 있듯 노동자는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의 노동자들은 분단이라는 전쟁상태를 극복하고 통일이라는 평화로운 상태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자로서의 삶을 지키는 수단으로서 가장 절실하고 핵심적인 것이 평화와 통일이라는 것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끝으로 노동자의 통일운동을 선두에서 수행하는 20기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에게 격려의 인사를 전했다. 

 

 

“20년이면 이제 어느덧 성년이 된 셈입니다. 20년의 역사를 만들기까지 많은 어려움도 있었고 그를 이겨내기 위한 선배들의 노력과 투쟁도 있었습니다. 20기 민주노총 중앙통선대는 그 노력의 결정체입니다. 그리고 20기 퉁앙통일선봉대의 투쟁은 다시 민주노총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 언제나 민주노총의 자주통일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에 최선봉에서 실천적으로 함께 하는 통선대 동지들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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