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여성들이 탈의한 모습 보니 좋냐 물으니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내려갔다” 증언 나와

9월 10일, 한국도로공사 내 모습.

경찰이 시위진압 과정에서 성희롱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 10일, 한국도로공사 점거농성을 강제 진입하는 과정에서 상의를 탈의한 조합원들의 사진을 촬영하거나 비웃었다. 이 과정에 한국도로공사의 정규직 직원들로 구성된 이른바 구사대도 동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점거농성 중인 조합원들은 경찰과 구사대가 물리력을 동원한 강제해산을 시도하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상의를 탈의하고 있었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여기(도로공사 본사)서 직접고용 약속 받지 않으면 못 나간다. 경찰과 구사대가 강제로 끌어내려고는데, 우리는 힘이 없으니 그렇게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A씨는 “낮에 여성들이 탈의한 모습 보니 좋냐 물으니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내려갔다”며, “30대로 보이는 구사대가 우리를 보며 실실 웃었다. 우리는 그들을 향해 악을 쓰며 내려가라고 소리 질렀지만 그들은 이죽거리기만 했다”고 말했다.

B씨는 “대치하고 서있는 경찰에게 왜 보고 있냐, 돌아서라고 강력하게 항의했으나 끝까지 나를 처다보고 서있었다”고 증언했다. 또다른 노동자 C씨는 “선택에 여지가 없던 순간, 언니, 동생들과 나도 모르게 함께 옷을 벗어던졌다”며, “치욕감과 부끄러움이 한번에 몰려 들었다. 구사대들이 비웃듯 입꼬리가 올라가는게 느껴져 소리소리 지르며 쳐다보지말라고 외쳤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며 “내 인생을 다 사는 날까지 꼭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김수경 여성국장은 "상의 탈의는 공권력의 침탈에 맞서 저항할 도구가 없는 여성들이 선택한 방법인데, 구사대는 절박한 여성들의 저항하는 몸을 조롱하고 벗은 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성적 유희의 도구로 삼은 것. 이를 통해 여성들에게  모욕을 주고 투쟁을 무력화 시키려 한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민주일반연맹 주훈 기획실장은 "여성의 상의탈의 저항을 문재인 정부에서 보게될 줄 꿈에도 몰랐다"며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담아 우리와 우리를 모르는 모든 이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직접고용 하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자회사 방침을 고수한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에게 항의하며 9일 김천 본사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자회사 방침 철회와 대법원 판결이행을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9월 10일 김천 도로공사 본사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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