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 기고 ⓶

충북 증평에서 9월 5일에서 6일까지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가 진행됐다. 이주노동자는 해를 지나며 그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노동권을 제약하는 제도들로 인해 사각지대에 놓이기도 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불법 단속으로 죽음에 이르는 일도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현장에선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 양상이 노동권과 인권 침해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상담소가 이주노동자 상담을 담당하고 있지만, 체계의 미비와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폭증하는 상담과 조직화에 한계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실은 2016년부터 매년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분야별 전문가를 초빙하여 정기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상담 전문 인력 양성과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꾀하고 있다. 노동과세계는 참여자와 강사들의 소중한 기고를 통해 그 열기를 전하고자 한다.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실이 충북 증평 삼색마을회관에서 '2019년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에서 정영섭 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이 강의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2016년부터 민주노총이 실시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에 매번 참여하고 있다. 이 학교 프로그램은 민주노총에서 이주노동자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새롭게 진행하고 있고 해마다 민주노총 소속 간부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활동가들도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어서 의미가 크다. 민주노총이라서 할 수 있는 이 사업이 새삼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갈수록 이주노동자가 늘어나고 있고 노동조합의 시야에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과 가맹 노동조합이 가야 할 길을 꾸준히 비춰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올해 진행하고 있는 ‘찾아가는 민주노총 이주노동 순회교육’ 역시 더디지만 유의미한 반응을 끌어내고 있어서 긍정적이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권역별로 공동강사단을 꾸리고 ‘이주노동자와 함께’라는 제목의 공동교안을 마련해서 산하 노조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기본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참가자들의 평가 내용도 전반적으로 좋다.

흔히 이주민 240만, 이주노동자 150만 명 시대라고 한다. 이주민 인구가 웬만한 광역시도 인구 수준이고 이주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대비 7~8%에 이른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충북 음성, 전남 영암 등에서는 이주민 인구가 10%가 넘는다. 이주노동자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곳도 많다. 이미 농어촌에서는 노동력의 절반 이상을 이주노동자가 채우고 있다. 또한, 이제는 동남아·서남아에서 오는 고용허가제(E-9 비자), 중국과 구소련지역에서 오는 방문취업제(H-2 비자) 노동자뿐만 아니라, 결혼이주민, 외국 국적 동포, 영주권자, 유학생, 난민이나 난민신청자, 미등록체류자 등 다양한 이주민들이 각지에서 주로 3D업종의 노동을 하며 이 사회와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그런데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30인 이하의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사실상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노동조합이 손을 뻗칠만한 거리 바깥에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노예노동’과 ‘강요된 죽음’의 소식들은 얼마나 노동조합이 절실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다.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실이 충북 증평 삼색마을회관에서 '2019년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에서 강의 후 참여자들의 질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그런데 많은 노조 활동가들이 지금까지는 내 사업장 문제가 중요해서, 우리 산별의 사업에 힘을 쏟아야 해서, 해야 하긴 한데 인력도 재정도 모자라서 늘 이주노동자는 뒤로 미뤄온 것 아닐까.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나 성서공단 노동조합(STU)이 있으니까, 이주민 지원단체들이 있으니까 하면서 떠넘겨 온 것은 아닐까. 그런데 지금은 당장 내 주위에 이주노동자들이 계속 보이고 노동조합에도 가입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농축산어업에서 공공부문에 이르기까지 없는 곳이 없고, 저출산·고령화와 노동인구의 감소로 인해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실에 눈을 뜨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강의하면서 필자는 위 업종의 산별 연맹에서 조직화를 위한 직접적 투자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였다. 이미 금속노조, 건설노조, 화학섬유 식품노조, 공공운수노조 등의 강령과 규약에서는 노동자 국제연대, 모든 차별 철폐와 노조 조직화를 규정해 놓고 있기도 하다. 규정을 들지 않더라도, 현실에서 △다양한 형태의 이주노동자가 지속해서 늘고 있다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고 노동조합 바깥에 있다 △취약한 처지는 다른 노동자의 노동조건 하향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동조합이 포괄해야 노동권을 개선할 수 있다 등의 상황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주노동자도 자신의 노동조건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고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여기 이곳에서 노조 활동에 이주노동자가 참여하는 것은 미래에 본국에 돌아가서 혹은 어디에서든 노동하며 살면서 노조나 사회활동을 하는 것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기도 하다. 내국인 노조 조직화도 어려운데 이주노동자는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래도 이미 여러 산별, 사업장에는 이주 조합원들이 있다. 눈을 뜨고 관심을 가지는 만큼 더 보이고 계획을 차근차근 세워나갈 수 있다.

글을 쓰면서, 경북 영덕 수산물가공업체에서 저장 탱크에 들어갔다가 유독가스 질식사를 당한 태국인 3명, 베트남인 1명이 내내 생각났다. 더는 죽지 않으려면, 최소한이라도 권리를 지키려면 이주노동자에게도 노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실이 충북 증평 삼색마을회관에서 '2019년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실이 충북 증평 삼색마을회관에서 '2019년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에서 한 참여자가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실이 충북 증평 삼색마을회관에서 '2019년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실이 충북 증평 삼색마을회관에서 '2019년 이주노동자 상담법률학교'에서 참여자들이 강의 시작 전 몸풀기 운동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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