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제일 필요해?” “이강래 사장 놈!”

큰 충돌이 없는 상태라서 겉보기엔 평온해 보이지만 물건 하나 떨어뜨려 소리가 나면 일순간 조합원과 경찰 모두 경직된다. 사실 언제든 격앙된 감정들이 분출해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긴장 상태다. 경찰과 도로공사의 통제로 농성장인 본관과 건물 밖으로 분리된 농성 대오. 밖에 있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답답하지만, 안에 있으면 또 바깥 대오가 안쓰럽다.

민주노총의 최전선인 도로공사 본관 농성장, 톨게이트 해고노동자의 농성장 하루를 재구성한다.

<톨게이트투쟁 후원계좌 농협 317 0012 3256 21(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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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온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았는데 갑갑함이 느껴진다. 머리도 탁하다. 방화막과 차단된 환기장치 때문이다. 감기 걸린 사람이 많은 이유를 알겠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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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일찍 일어난다. 세면을 하고 화장을 하는 사람, 복도 끝에서 끝으로 걷기 하는 사람, 본관 밖 동지들과 지난 일상을 나누기도 한다. “뭐가 제일 필요해?”, “이강래 사장 놈!” 한바탕 웃곤 서로의 건투를 빌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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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이 쉬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설사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침 식사는 전날 실외에서 보관하는데 별도의 냉장시설 없는 탓이다. 밥 한 끼 먹는 것도 투쟁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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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조사가 시작된 후 찾아온 김천보건소, 검진받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오후까지 이어지고 있다. 피부과 진료지만 감기, 혈압, 원인 모를 통증들을 호소한다. 혈압, 당뇨, 근골격계 질환은 진단도 처방도 어렵다. 한숨만 쉬고 돌아서는 사람도 있다. 인위적으로 차단한 환기만이라도 된다면 많이 호전될 것 같은데 말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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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와 목포 지역 조합원들이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 중이다. 빈자리에 앉아 한마디 보태본다. “뭐가 제일 하고 싶으세요?” 밤에 맥주 한 캔이 그리운 건 참을 수 있지만, 집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단다. 명절에도 갈 수 없었기에 늘 마음에 걸린다고 한다. 혼자 산다는 조합원은 열린 베란다 창 때문에 걱정이라고 하니 동료들이 핀잔을 주며 한 번 더 웃는다.

도로공사에게 건물 내 청소를 요구하자 돌아온 답은 쓰는 사람이 직접 하란다. 조합원들이 쓸고 걸레질을 하는 형편이지만 화장실 등 청소엔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화장실, 분리수거장과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이들에겐 냄새가 곤욕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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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서는 경찰들도 조합원들이 쓰는 화장실을 같이 사용한다. 청소를 않는 경찰이기에 슬쩍 물어본다. “경찰은 다른 층 화장실 써도 괜찮지 않아요?”, “그래도 그건 아니에요.” 그렇게 국가 폭력에 시달리고도 사람마저 미워하진 않는다. 더군다나 의경들에 대해선 아들뻘 나이이기 때문인지 애틋함마저 묻어난다. 어색하게 웃으며 봉지 커피 몇 개 얻으러 오는 경찰에게 스스럼없이 건네는 그런 조합원들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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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시계는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간다. 크게 하는 것이 없어 보여도 일정들이 끊이지 않는다. 식사는 오전 오후 한 번씩 두 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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