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가 와서 고생했는데 투쟁이 다 날려버렸다

큰 충돌이 없는 상태라서 겉보기엔 평온해 보이지만 물건 하나 떨어뜨려 소리가 나면 일순간 조합원과 경찰 모두 경직된다. 사실 언제든 격앙된 감정들이 분출해도 이상하지 않은 그런 긴장 상태다. 경찰과 도로공사의 통제로 농성장인 본관과 건물 밖으로 분리된 농성 대오. 밖에 있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답답하지만, 안에 있으면 또 바깥 대오가 안쓰럽다. 민주노총의 최전선인 도로공사 본관 농성장, 톨게이트 해고노동자의 농성장 하루를 재구성한다.

<톨게이트투쟁 후원계좌 농협 317 0012 3256 21(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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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렇게 밥이랑 반찬 해서 올렸다며?” 최근 캐노피에서 내려온 조합원이 눈물범벅이 된다. 경찰통제선을 두고 서로 어쩔 줄을 모른다. 이 선을 넘고 한 발 더 전진하는 순간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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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생활 중엔 아픈 곳도 없이 적응도 잘 됐는데 본관에 들어와서 몸이 고생이다. 이 투쟁은 나의 싸움이고, 나의 싸움이 뭉치고 뭉쳐서 우리의 싸움이 된 거다. 모두 이런 마음이니깐 반드시 이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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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란 큰 버팀목이 있어서 영업소 사무장 멱살도 잡고 싸우기도 했다. 사실 갱년기가 와서 고생했는데 투쟁이 다 날려버렸다. 끝까지 가자!“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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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의사실천협의회가 농성장을 방문하여 진료를 보고 있다. 인의협 의사들 역시 경찰의 꼼꼼한 검색을 받는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농성장 한쪽엔 약국도 있다. 몸살, 두통, 멀미, 소화불량, 설사, 안약, 간지럼, 파스…. 약국 주인은 갈수록 질병이 늘어난다고 한다. 사실 상비약들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다들 알고 있다. 병원엔 갈 수 있지만 돌아올 수 없기에 최대한 견디고 있다. 개개인들은 약을 따로 구하기도 한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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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보지 못한 빨래들은 말라도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어쩌면 젖은 빨래들이 농성 대오와도 비슷할까 싶지만, 사람은 두 발로 광명을 찾아 한발 한발 나아가려고 한다. 가까운 시일 내에 빨래들도 빛을 보는 날이 오리라 희망한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3, 4층은 말 그대로 암흑이다. 핸드폰 랜턴에 의지해 오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다녀간 후 일부 전기가 복구되는 것 같더니 원상태가 됐다. 인권위 방문도 너무 늦은 감이 있는데 개선마저 느리다. 몸을 씻으러 들어간 컴컴한 화장실, 핸드폰 불빛이 있지만, 축축한 바닥에서 미끄러지고 만다. 조합원들이 웃으며 조심하란다. 신참이 된 기분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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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긴장감이 돈다. “집결”, “환자들은 머리띠를 팔에 하세요. “충돌을 대비한 지도부의 지침. 경찰은 인원을 늘리고 출입구 밖 쉬는 공간마저 출입을 금지한다. 대오가 출입구 쪽에만 집결하면 1층 로비 연결 에스컬레이트 쪽 경찰들이 슬금슬금 앞으로 나온다. 자연스럽게 조합원들이 이동하는 통로도 좁아지고 바로 옆에서 잠들어야 하는 사람들은 물론 농성 대오는 위협감을 느낀다. 이런 상황이면 꼭 뒤에서 도끼눈을 뜨고 비웃음을 날리는 직원 경찰이 있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마무리가 된다곤 하지만 다분히 의도적인 경찰의 패턴 중 하나다. 한 번 일어난 감정이 쉬이 잦아들지 않으면 밤이 길어진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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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복도 창가 홀로 앉은 조합원, 카메라를 들이대려는 찰나에 말을 건넨다. 홀로 창밖 풍경을 보며 넋 놓는 혼자만의 시간이 소중하다고 한다. ”이런 시간마저 없다면… “ 사람을 짓누르는 세상에서 자신을 동료를 토닥이는 한 가지 방법을 알려준 것 같다. 이제 카메라도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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