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6일 김용균 재단 출범...김용균 투쟁 이어간다

“김용균이 죽은 암흑 속에서 한줄기 빛이 살아나서 깜박거린다. 그 빛은 이윤과 제도가 인간의 생명을 압살하는 세상을 거부하는 노동의 빛이다. 김용균의 빛은 아직은 여리고 희미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그 암흑 속의 빛을 알아보고, 두렵고 귀하게 여겨서 빛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번져가고 있다.”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부쳐, <빛과 소금> - 김훈

 

<김용균이라는 빛> 중


소설가 김훈은 북콘서트에서 “김용균이라는 빛을 공유함으로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걸음이라도 나아가면 언젠간 열걸음, 백걸음을 나아갈 수 있겠지만 그 한발을 딛지 못하면 결국 아무데도 가지 못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용균이라는 빛이 우리에게 남겨준 그 한걸음을 열걸음, 또 백걸음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남은 자들의 몫이다.

 

김용균이라는 빛 – 그가 만나게 해준 것들

너른 연대와 넓은 품은 산재-시민안전 등 지난 사회적 참사 유가족과의 지속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활동 등 전체 유가족 공동활동의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김용균이라는 빛> p.155 –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 백서발간팀  

 

<김용균이라는 빛> 중

김용균이 목숨을 잃고 300일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김용균의 죽음을 슬퍼했고, 그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싸웠고, 작지만 소중한 성과와 과제를 만들었다. 그 중 가장 소중한 것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은 황유미의 아버지 황상기를 만났다. 태안화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조선소와 제철소와 자동차 공장의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을 만났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이 낯설었던 시민들은 ‘우리가 모두 김용균’이란 구호를 만났다. 죽지않고 일할 권리. 김용균이 만들어낸 이 만남들은 28년이나 묶인 산업안전법을 통과시켰다.

안재범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김용균 이후 인근 지역의 발전 노동자들을 비롯해 위험한 업무에 노출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관심을 갖고 가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균의 태안화력 동료인 강영훈 씨는 “노조가 꼭 있어야 하나 생각했는데 지금은 노조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용균이를 보내주는 투쟁을 하고 돌아와서는 노조를 통해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

 

김용균이라는 빛 – 김미숙이라는 빛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잘 몰라요. 하지만 이 일 겪으면서 제가 몰랐던 저 자신을 알게 됐어요. 어떤 사람들은 큰일을 당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괴로움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데, 저는 오히려 정신이 더 또렷해져요. 어떻게 해야지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지를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김용균이라는 빛> - p.169

<김용균이라는 빛> 중

김용균 사망사고의 진상을 밝히는 투쟁의 맨 앞에는 그의 어머니 김미숙을 비롯한 유가족들이 있다. 시민대책위에서 김미숙 씨와 함께 활동한 활동가들은 하나같이 “이 투쟁의 9할은 유가족들이 만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김미숙 씨는 사고 직후 전국을 누비며 김용균 사망사고의 진상규명과 산업안전법 제정,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할 비정규직 철폐의 목소리를 냈다. 그녀가 60여일 간의 투쟁 기간 동안 이동한 거리는 11,000km가 넘는다.

‘금쪽같은 새끼를 잃은 엄마’. 김미숙 씨와 60여일의 투쟁을 함께 한 백승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선전국장은 김미숙 씨를 그저 ‘엄마’라고 말했다. 백승호 국장은 “처음 장례식장에서 김미숙 어머님을 만났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과 억울한 죽음에 두려움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서는 진상을 밝힐 수 없다는 것, 함께 싸워야 한다는 확신을 세워가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건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아들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엄마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아들의 장례식장에서 “노조하는 사람들, 활동하는 사람들, 티비에서 맨날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는, 시끄러운 사람들, 이로울지 해로울지 모르는 사람들”을 처음 봤던 김미숙 씨는 이제 그들과 함께 활동하며 “또 다른 용균이가 없는 세상”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이 됐다.

노동과세계 백승호 (세종충남본부)

김미숙 씨는 삼성백혈병 피해가족들, 고교현장실습생 유가족들, 드라마제작현장의 노동착취 현실을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한빛 PD의 가족들이 모여 ‘산업재해 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다음 일을 준비하고 있다. 사단법인 ‘김용균 재단’.
 

김용균이라는 빛 – 다음과 그 다음

24일 오후, 서울 동교동의 한 공연장에서 김용균 투쟁백서 <김용균이라는 빛>의 북콘서트가 열렸다. 콘서트에는 소설가 김훈을 비롯해 세월호 유가족 합창단인 416 합창단, '다시는'의 산재피해 유가족들이 참석했다. 김용균의 동료들과 대책위 활동가들도 무대에 올랐다.

<김용균이라는 빛>은 김용균 투쟁을 기억하기 위한 기록이면서 동시에 김용균 투쟁이 남긴 과제를 다짐하는 기록이다.

노동과세계 백승호 (세종충남본부)

북콘서트에 참석한 김용균의 동료들은 여전히 태안화력이 안전대책에 미흡함을 지적했다. 또한 김용균 특조위가 제시한 권고사항의 제일 첫번째인 직접고용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지시한 일부 설비 개선이 이뤄지고 인력도 일부 충원됐지만 정작 안전을 위한 노동 현장의 요구와 제안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조위원으로 참여했던 조성애 시민대책위 진상규명팀장은 “정부의 생색내기”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가 지시한 것들은 금세 이뤄진 것은 결국 그동안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 었음이 드러난 셈”이며 “정부와 고용노동부가 생색을 내기 위해 변죽만 울리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노동과세계 백승호 (세종충남본부)

유흥희 비정규직 이제그만 집행위원장은 김용균 투쟁이 시작된 지난 해 12월 11일의 기자회견을 언급하며 모든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안전 실태가 여전히 심각함을 지적했다. 유흥희 집행위원장은 “젊은 노동자가 몸이 분리돼 죽었다는 얘기를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이야기 하는데 그 옆에서 전기를 고치는 노동자가 ‘우리 회사도 그렇다’고 말했고 이어서 그 자리에서만 몇 명이나  더 똑같은 상황을 말했다.”고 기억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이같은 상황을 더이상 정부에 읍소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직접 불법 파견 종식하고 자회사 폐기하는 투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사단법인 ‘김용균 재단’의 출범을 알리며 김용균의 죽음으로 시작된 투쟁이 일터에서의 건강을 지키고 비정규직을 없애는 투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미숙 김용균재단(준) 대표는 “많은 힘과 마음이 모인다면 태풍에 바다가 뒤집히듯 큰 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자가 죽지 않는 세상, 웃을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균 재단은 오는 26일 공실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재단은 현재 ‘주춧돌 회원’과 CMS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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