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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게이트 농성장, 경찰과의 이상한 동거

기사승인 2019.09.28  06: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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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에요

불안감에 시달리던 조합원들이 자구책으로 설치한 칸막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저벅저벅 저벅’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모두 잠든 밤에 소스라쳐 놀라서 깬다. 약 두 시간마다 교대를 반복하는 경찰들 구둣발 소리다. 구사대와 경찰이 한 몸이 되어 해고 노동자와 싸우던 점거 첫날의 그 시간이 조합원들에게 각인돼서다.

톨게이트 농성은 농성 조합원들과 경찰이 본사 건물 2층 로비에서 함께 숙식하는 특수성이 있다. 경찰은 구사대의 침탈을 막는다곤 하지만 조합원들에겐 감시의 눈이고 언제든 농성 첫날처럼 진압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다.

경계 근무를 서는 경찰 앞에서 식사를 하는 조합원들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이 불편한 동거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안감은 적지 않다. 처음엔 경찰력이 2백 명이 훨씬 넘었고 자리를 두고도 신경전이 많았다. 경찰은 조합원들과 마찬가지로 은박지를 깔았다가 최근에서야 인원을 조금 줄이고 깔개 대신 의자에 앉는 상태다. 조합원들은 밥을 먹는 시간에도 뻔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고 했다. 아무래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낮에 잠시 몸을 눕히려고 해도 조심스럽다.

밤이 되면 이 불편함은 증폭된다. 여성 조합원들은 “한 방에 외간남자와 같이 있는 느낌”이라고 한다. “초기엔 머리를 어디에 두고 잘 것인지도 고민이 됐다.”, “가릴 것이라곤 가방뿐이어서 얼굴에 수건을 덮고 자요.” 조합원들이 공포감을 느끼는 찰나는 자다가 눈이 떠졌는데 경찰과 눈이 마주치는 것이라고 한다. 질문을 던지자 여기저기서 불만을 쏟아냈다. 한두 명도 겪은 일이 아닐뿐더러 매일 반복되고 있었다. 경찰은 두 시간마다 교대 시간은 물론이고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농성장 가운데를 지나며 자는 조합원을 둘러본다고 한다. 현재는 조합원들이 상자 등 칸막이를 구해 막아도 높이도 낮은 터라 불안함이 가시진 않는단다.

경계근무를 서던 경찰이 의자를 가져와 자는 조합원 바로 옆에 앉아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한 조합원은 “항의해서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경찰들이 교대하면 다시 싸워야 해요.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거죠. 지겹고 불쾌한 반복이에요.”라며 호소했다. 실제로 최근엔 여성 조합원이 자는 중에 바로 옆에 의자를 놓고 앉은 경찰과 눈이 마주쳐 놀래서 일어난 적도 있었다. 당연히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조합원들의 지속적인 항의로 경찰은 가끔 밤이면 등을 돌려서 앉는 예도 있었다.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에요. 1층에서 올라오는 구사대 막는 거라고 하는데 그쪽 로비에서 막아도 되거든요”, “언제든 우릴 다시 연행하고 진압할 것 같아요. 그러려고 저러고 있는 거예요.” 농성장 출입은 도로공사와 경찰에 의해 엄격히 통제된 상태다. 병원 등 치료를 위해 외부로 나갈 수는 있지만, 다시 돌아올 수가 없다. 언론인 등 외부인의 출입도 매우 제한적이다. 점거 농성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반 감금이라는 압박감이 큰 게 사실이다. 이런 공간에서 남성 경찰과 여성조합원이 더군다나 큰 충돌을 겪은 이후 같은 공간에서 숙식을 함께 해결한다는 건 여권, 인권의 침해 소지가 클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이 경찰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작은 종이박스를 칸막이로 쓰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실제 이에 대해 인권전문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랑이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는 ”경비를 서는 인력 외의 대기 인력은 비노출의 다른 곳에 있어도 된다. 조합원과 같은 공간에 있을 필요가 없는데 배치한다는 건 조합원 감시의 목적이 큰 것일 수 있다. 아무리 감시용이라고 해도 조합원들이 불편과 부담감을 느끼고 시정을 요구해도 변화가 없다는 건 의도적인 괴롭힘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명숙 인권 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성별이 같더라도 낯선 이가 내 일상을 볼 수 있다는 건 불쾌하고 불편한 일이다. 그런데 성별이 다른 경찰들이 내 몸과 행동을 살펴보는 건 ‘시선 폭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현재 농성하고 있는 공간에 위험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가의 귀중품이 있는 것도 아닌데 경찰을 저렇게 배치할 필요가 있는지 의아하다.”라며 ”국가인권위원회나 고용노동부 점거 농성 때에도 건물 안에 경찰이 많이 상주하진 않았다. 더구나 외부인이 아닌 직원들이 농성하는데 경찰을 많이 배치하는 건 과잉대응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경찰은 교대나 화장실 이용 등을 위해 농성장 내에서 이동하고 있다.ⓒ 노동과세계 정종배

 

경찰은 교대나 화장실 이용 등을 위해 농성장 내에서 이동하고 있다.ⓒ 노동과세계 정종배

 

경찰 대기 인력은 키가 낮은 칸막이로 분리된 농성 대오 바로 옆에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경찰 대기 인력은 키가 낮은 칸막이로 분리된 농성 대오 바로 옆에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조합원들이 설치한 칸막이다. 칸막이 뒤로 경계 근무를 선 경찰들이 보인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조합원들이 자구책으로 설치한 칸막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경계 근무를 서는 경찰 앞에서 식사를 하는 조합원들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한 조합원이 경찰들 앞에서 밥을 먹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조합원들이 숙식하는 공간 바로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경찰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노동과세계 정종배 jum.jombbae@gmail.com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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