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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싸우는 톨게이트노동자들이 옳다

기사승인 2019.10.04  13: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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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항조차 모욕하는 도로공사와 경찰에 맞서 함께 싸워 이깁시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이 문장이야말로 현재 한국사회를 떠도는 유명한 말이 아닐까. 미투운동이 그렇고,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 확보 투쟁 등이 그러하다. 이 문장은 영국의 여성참정권 운동을 했던 운동가 에멀린 팽크허스트가 쓴 책 제목이기도 하다. 세계여성의 날도 1908년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노동조건(임금인상)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던 싸움에서 기원한다. 한국사회도 여성을 억압하는 각종 말과 규범, 법제도, 관행에 맞서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그리고 연대하면서 싸우고 있다.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는 말은 꼭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모든 사람은 자신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이웃과 동료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싸웠고 현재에 이르렀다. 인권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다.

그런데도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라는 문구가 주는 의미가 남다른 것은 여성에 대한 각종 규범과 말과 행동을 옥죄는 가부장적 시선 때문이다. ‘여성은 조신해야지’, ‘여성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차분해야지’, ‘여자가 어디 밖에서 나대’, ‘여성은 가족에게 희생해야지’ 등의 여성성에 대한 오랜 편견이 규범처럼 자리 잡았다. 그래서 억울해도 참고 참으며 권리를 빼앗겼다.

도로공사 직원들이 본사에 진입한 해고 노동자들을 근접 촬영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세종충남본부 백승호

저항조차 모욕하는 도로공사와 경찰

최근 몇 년간 심해지고 있는 여성 혐오는 이러한 편견을 강화할 뿐 아니라 ‘싸우는 여자’들을 조롱하고 모욕한다. 김천 본사에서 점거 농성을 하는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들에게도 일어났다.

제일 노골적인 것은 경찰과 도로공사 직원들이 불법연행에 맞서 팔짱을 끼고 상의를 탈의한 여성 노동자들을 향해 조롱하면서 사진 채증을 한 사건이다. 의사에 반하는 여성의 신체촬영은 인권침해이자 성폭력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그들은 사진을 단체카톡방에 올리고 비웃었다. 개정된 성폭력처벌법 14조에 해당하는 사이버 성폭력이다. 저항조차 남성폭력(성별 권력)의 시선으로 모욕한 것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②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할 때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영리를 목적으로 제1항의 촬영물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을 이용하여 유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물론 그렇게 한 이유는 분명하다. 모욕하기 위해서다. 여성 노동자들이 여성 혐오에 찬 조롱에 위축되기를 바라서다. 그러나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들은 위축되지 않았고 그들의 성폭력을 사회적으로 고발했다. 현재 이 사건은 인권위에 진정된 상태다.

언제나 권력은 자신이 가진 모든 특권으로 제압하려고 한다. 제압에 사용하는 권력(정치적/사회적/문화적/신체적/성별 권력 등)은 필요에 따라 다르며 그 양상은 때로는 물리적 폭력일 때도 있고 성폭력일 때도 있고 시선 폭력일 때도 있으며 언어폭력일 때도 있다. 톨게이트노동자들이 대부분 중년의 여성 노동자들이라는 점에서 그들은 성폭력과 시선 폭력을 사용한 것이다.

경찰이 조합원의 항의에도 반입 물품을 검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경찰들이 농성장 내부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조합원들은 작은 박스로 칸막이를 만든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은밀한 괴롭힘과 감시

그것으로도 여성 노동자들이 물러서지 않자 최근 도로공사는 노골적인 물리적 폭력보다는 은밀한 압박을 사용한다. 괴롭히기로 작정한 것이다. 은밀한 고사다.

톨게이트노동자들이 농성하고 있는 김천 본사 건물은 원래 크고 깨끗한 건물이지만 여성 노동자들을 탄압하려고 일부러 환기도 안 시키고 전기도 일부 차단했다. 250명이 생활하려면 세수도 하고 빨래도 하고 핸드폰도 충전해야 하지만 그것을 막아 생활을 힘들게 한다. 전기도 차단하고 화장실 청소도 하지 않았다. 환경을 비위생적으로 만든 결과 여러 여성 노동자들이 피부병에 걸리고 감기 등으로 건강이 악화했다. 건강권을 훼손했다.

그뿐만 아니다. 건물에 농성하고 있는 여성들이 무기를 들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위험시설이 있는 것도 아닌데 경찰 수백 명을 상주시키면서 여성들을 감시하고 있다. 과도한 경찰력 남용이다. 아무리 도로공사가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을 하였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인원이 건물 안에서 상주할 필요는 없다. 공권력 남용이다. 과거 노동자들이나 인권활동가들이 서울 고용노동청이나 국가인권위, 서울시청사, 서울시의회 등을 점거 농성할 때도 농성장 안에까지 경찰이 상주하지는 않았을뿐더러 있더라도 10여 명도 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많은 경찰을 상주시키면서 생기는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 시선 폭력과 감시다. 성별이 다른 남성 경찰들이 여성노동자들의 일상을 볼 수 있는 것은 매우 불편하고 불쾌한 일이다. 특히나 앞서 상의 탈의 시위 때 성폭력을 저질렀던 전례를 생각해보면, 성별이 다른 경찰들이 같은 공간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은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여지가 많다.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들이 농성장 내부에서 모일 수 있는 장소는 경찰력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도로공사 본관 건물 안과 밖 조합원들이 경찰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톨게이트 조합원이 경찰들 사이에서 언론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감금에 가까운 출입통제

그뿐만 아니라 농성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현재는 그전보다 나아져서 의료인이나 종교인들, 연대자들의 출입이 조금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농성자들의 출입은 통제되고 있다. 어찌 보면 감금에 가깝다.

사실 법적 다툼의 여지는 있으나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들은 대법원으로부터 직접고용 판결은 받은 사람들이고 노조에 가입된 조합원들이니 건조물 침입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출입을 통제하는 건 농성자들을 괴롭히고 외부와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저항의 목소리를 최대한 잠재우겠다는 의도다.

유엔 인권옹호자선언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들은 자신의 빼앗긴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 노동권옹호자들이다. 평화적인 노동권옹호자들의 인권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국제인권기준이다. 실정법이 아니라 인권으로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법은 종종 인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침해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톨게이트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는 이유도 보편적인 권리, 즉 동등한 노동에 동등한 인정을 보장받기 위해 불법파견을 중단하고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 아닌가.

함께 싸우면 이긴다!

다행히 경찰과 사측이 농성자들을 괴롭히고 있지만,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들은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다. 안에서도 농성자들이 열심히 싸워서 최소한의 농성조건을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인권침해는 존재한다. 출입통제와 일상적인 경찰의 감시, 위생조건의 악화로 인한 건강권 침해 등등.

점거농성한지 한 달이 다 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연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연결될수록 우리는 강해진다. 10월 5일 시민들이 김천에 있는 농성장으로 희망버스가 떠난다. 톨게이트노동자의 권리 확보를 위한 싸움에 함께 하면 좋겠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jum.jombbae@gmail.com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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