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처음 한 팔뚝질 “행복했어요” ,연세대학교

환기도 안 되는 계단 밑 국립 서울대학교 청소노동자 휴게실, 이곳에서 70대의 노동자가 유명을 달리했다. 장년 노동자의 죽음이 사회에 던진 충격파는 작지 않았고 이후 서울대는 조악한 청소노동자 직고용 발표를 했다. 국립대가 이런 수준인데 다른 대학들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그래서 동이 트기 전 공공운수 서울지부 소속의 청소노동자들을 찾아 나선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거친 숨소리지만 몸놀림은 빠르다. 베테랑들이다. “9시 수업이지만 일찍 오는 학생은 8시면 강의실에 앉아요. 빨리 끝내줘야 학생들이 불편하지 않죠.” 말 붙이기가 미안할 정도로 정신없이 바로 다음 강의실로 이동한다. 보통 새벽 6시, 빠른 사람은 새벽 4시면 출근한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 노동과세계 정종배

 

ⓒ 노동과세계 정종배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끊기고 사라진 동료, 관리자가 해고했다는 것 말곤 아는 게 없었다. 출근도 안 하고 월급을 타는 관리자는 얼굴도 잘 모른다. 그저 업체 친인척이라고만 들었다. 고용불안에 관리자에게 잘 보이려고도 했다. 관리자나 업체 사장의 집안일에 동원되는 건 물론 노동자들이 돌아가며 밥을 사는 상납은 관례였다. 노조를 만들고서야 이 굴레를 깰 수 있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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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이나 실패한 노조결성이기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업체의 이간질이 심했기에 걸리면 인사이동으로 다른 건물로 보내버리기도 했다. 고작 37명으로 시작한 싸움이었지만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오히려 큰 목소리를 냈다. 대학 당국과 업체의 괄시와 해고위협에 울기도 많이 했지만, 총무과를 점거하며 시작한 2011년의 32일간의 파업. 변변한 침구도 없어 깔판 한 장 깔고 맨바닥에서 잤다. 믿을 건 동료뿐이었기에 서로를 챙기며 버텼다. 노조결성과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순간순간 힘들지 않은 적이 없지만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새벽 노동을 마친 청소노동자들은 휴게실에서 직접 준비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휴게실 한쪽엔 신발장, 개수대, 화장실이 함께 하는 공간이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태어나 처음 한 팔뚝질 한 번으로 행복하다니….’ 이 땅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여성의 삶의 무게감을 떨쳐버리려는 몸짓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엔 든든한 지원군인 학생들의 연대가 있었다. 예전엔 건물과 업체가 다르면 얼굴조차 알 수 없었지만 이젠 모두 이웃이고 동지라고 한다. 앞선 대학들과 똑같다. 이젠 부당하다 느끼면 항의하고 관리자가 조합원 눈치를 보게 됐다며 크게 웃는다. 

ⓒ 노동과세계 정종배

그림자 사람들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서울권 대학 집단교섭, 70세 정년, 생활임금 쟁취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남았지만,’노동자의 학교’라는 파업을 통해 빼앗긴 권리만 찾은 게 아니라 노동자의, 여성의,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고 있다. 다음 편에선 청소노동자와 함께 호흡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공공운수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손승환 조직부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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