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는 합의 불이행, 국토부는 나 몰라라

철도노조가 10일 오후 서울 청량리역광장에서 야간총회를 열고 내일부터 진행 될 총파업의 투쟁 승리를 결의하며 상징의식을 벌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철도노조가 11일 09시를 기해 72시간 경고 파업에 돌입한다. 10일 오후 5시까지 이어진 교섭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데 따른 결정이다.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을 통해 △총인건비 정상화 △노동시간 단축과 철도안전을 위한 안전인력충원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개선 등 노사전문가협의체 합의 이행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KTX-SRT 고속철도 통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가 파업에 나선 배경에는 철도 공사의 노사합의 불이행이 있다. 지난 2018년, 철도노사는 ‘임금 정상화’, ‘4조 2교대로 근무체계 개편’, ‘안전인력 충원’ 등을 합의했다. 노사전문가협의체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합의안도 나왔다. 그러나 합의 후 1년이 지나도록 철도공사는 노사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철도공사는 총인건비 정상화 합의는 물론 공공기관 임금 인상 지침조차도 지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철도 노동자들은 2009년부터 지속된 인력감축으로 노동시간이 증가하고 시간외 수당 지급이 많아지면서 만성적인 임금 체불 상태에 놓여있다. 2019년에도 연차보상금, 정률수당 미지급 등으로 임금 체불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철도 노사는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인력 충원과 총액 인건비 정상화 등의 대책에 합의했으나 공사 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철도안전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4조 2교대 도입 역시 인력 충원 계획조차 나오지 않고있다. 철도 노사는 주 52시간제 실시에 따라 기존 3조 2교대를 2020년 1월부터 4조 2교대로 개편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철도 공사는 이를 시행하기 위한 교섭을 장기간 거부하고 4조 2교대 시행을 위한 인력산출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철도 노동자들은 탄력근로제가 적용돼 주당 64시간을 일하고 있으며 산재발생이 가장 많은 사업장이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철도노사는 ‘노사전문가협의체’에서 생명안전업무인 열차승무, 차량정비, 전기유지보수 등은 직접고용, 자회사 처우개선으로 자회사 동종유사업무의 경우 임금의 80%를 단계적으로 실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합의가 이행되지 않아 자회사 지부는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SRT-KTX 고속철도 통합으로 대변되는 철도 공공성 회복 대책도 전무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공약인 ‘철도공공성 강화와 개혁’을 위해 진행하던 ‘철도산업 구조개혁 평가 연구용역’을 강제적으로 중단했다. 현 정부의 철도 정책은 지난 박근혜 정권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10일 오후, “노동자와 국민이 염원하는 철도개혁, 공공개혁을 포기할 수 없기에 파업을 통해서라도 철도와 공공부문이 안고 있는 문제를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과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는 입장을 발표하며 경고 파업 돌입을 알렸다. 철도노조는 이어 “철도 임금교섭 및 현안협 결렬의 원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국토교통부가 파업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기 보다는 파업시 비상수송대책 마련이 전부이며, 철도노사에 모든 책임을 철도노사에 떠넘기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비상수송대책 점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은 대책회의에서 “이번 파업은 2016년 파업과 비교해 강릉선 등 신규노선 개통으로 여유인력이 부족해 비상수송대책 추진여건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11일부터 14일까지 철도 승차권 예매 취소를 안내하는 보도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철도 파업의 원인과 해결에 대한 언급은 없다.

철도노조는 11일 오후 3시, 세종시 기획재정부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파업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후 12일에는 각 지역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한편 철도노조는 지난 5월 이후 5차례의 본교섭과 9차례의 실무교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지난 8월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9월 4일부터 3일간 조합원 투표를 통해 쟁의행위를 결정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노사간 이견이 크다며 지난 9월 9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려 쟁의권을 합법적으로 확보한 상태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총파업 승리를 결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철도노조 야간총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청량리역으로 향하는 시민들이 집회를 바라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철도노조와 철도공사의 교섭이 최종 결렬되면서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이 총파업 지침을 선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이 '총파업 승리' 머리띠를 묶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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