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교육청 통근비 차별에 맞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력투쟁 선포


회사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통근비가 월10만원이라고 치자. 그런데 8시간 전일제가 아니라서, 4~6시간 시간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교통비를 절반만 지급하는 등 시간비례로 주겠다고 하면 과연 어느 누가 납득할까? 

시도교육청들이 그러고 있다. 법에도 반하고 상식에도 반하는 짓을 다름 아닌 공교육을 이끈다는 시도교육청들이 벌이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지난 10월 21일 교육공무직(학교비정규직)과 시도교육청은 7개월여의 교섭과 투쟁 끝에 2019년 임금협약 체결식을 가졌다. 그런데 이틀 후 교육공무직노동자은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11월 9일 대규모 상경투쟁을 선포했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제공

교통비를 4만원 인상해(총 10만원) 기본급에 산입하기로 합의했지만, 교육청들이 시간제 비정규직에게는 교통비 인상을 적용하지 않거나 시간비례로 줄여서 지급하겠다고 나오기 때문이다. 시간제 비정규직은 버스비를 할인이라도 받는가! 아니면 출근만 버스 타고 퇴근은 걸어 다니라는 말인지 시도교육청 정문을 막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반면 노동부는 ‘시간선택적 일자리 도입 및 운영 안내서’에서 비정규직노동자에게 통근비와 식대를 업무량 등에 따라 차등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고 있다. 판례는 또 있다. 2012년 11월에도 대법원은 “중식대와 통근비는 실비변상 내지 복리후생적인 목적에 따라 지급되는 것으로서 업무의 범위, 업무의 난이도, 업무량 등에 따라 차등하여 지급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판결했다.(2011두11792 판결)

이 뿐만 아니다. 교육청관료들 자신들이 적용받는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26048호)’과 인사혁신처의 ‘시간선택제 공무원 보수 규정’에서도 시간제공무원에게 임금을 시간비례로 지급하지만 복리후생적 수당은 전일제와 동일하게 전액 지급하라고 했다.

그럼에도 시도교육청들은 이 모든 근거와 상식을 무시하고 유독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만 부당하게 권력을 행사하며 차별한다. 파업 때면 돌봄대란이라며 언론의 압박을 받을 정도로 필수적이고 중요한 직종인 돌봄전담사들을 보자. 이들은 교통비는 물론이고 차별하지 말아야 할 실비변상적 금품인 명절휴가비도 시간비례로 지급받고, 일부 지역은 가족수당, 학자금, 상여금까지 시간비례로 줄여서 지급하고 심지어 식대까지 줄여서 지급한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제공

돌봄전담사는 전국에 1만 명이 넘는다. 그중 18%만 전일제이고 나머지는 모두 시간제다. 또한 유치원에서 정규과정 이후 방과후과정을 전담하는 방과후교육사(방과후전담사)들도 25% 가량이 주당 40시간 이하 시간제로 돌봄전담사와 유사한 차별을 겪는다. 그밖에도 교육청에 따라 특수교육실무사, 영양사, 조리사, 전문상담사, 조리원, 과학실무사, 배식실무원, 사무행정실무사, 사서, 사감, 시설관리, 청소, 통학차량도우미 등 매우 다양한 직종에서도 시간제 인력이 발견돼, 수만 명이 넘는 시간제 비정규직이 가중 차별을 받는다.

시간제 비정규직은 억울하다. 비정규직도 나쁜 일자리인데 거기다 시간제면 더 나쁜 일자리가 된다. 교육청과 학교는 틈만 나면 시간제 비정규직을 채용해 임시방편으로 필요를 때우려 한다. 말만 백년지대계지 교육당국의 인력운영은 중구난방에 주먹구구다. 교육당국은 교육공무직(학교비정규직)을 교육인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부차적인 존재로 폄하하며 차별한다. 교육공무직 대다수가 여성들이다. 시간제 일자리는 얼핏 경단녀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것 같지만, 현실에선 거꾸로 여성의 노동을 보조적이고 부수적인 존재로 낙인찍는 수단이 됐다. 일하는 시간을 짧게 쪼개놓아 시간제는 권한도 적고, 지위도 낮으며, 처우는 당연하다는 듯이 차별에 휴식시간조차 부족하다. 하다못해 업무향상 교육 기회도 적고, 경력인정도 차별받는다. 여기에 고용불안까지 가중된다면 그야말로 최악이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제공

일하는 시간에 따른 통근비 차별은 단지 월 4만원 임금의 문제를 넘어선다. 밥과 통근비를 차별하는 것만큼 치졸한 짓은 없다. 이건 사람다운 대접에 대한 문제고, 존재가치에 대한 문제다. 교육감 이하 관료들이 16만 명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을 쓸모없이 예산만 축내는 존재로 업신여기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차별이고, 투쟁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 오늘도 시간제 비정규직은 교육청 앞에 몰려가 뒷짐 진 교육감에게 뭐하는 거냐고 따져 외친다. 묵묵부답. 이러니 또 다시 투쟁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