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조직가학교 참가자 후기 ①

 

민주노총의 첫 청년조직가학교. 30여명의 민주노총 청년 조직가들이 참여했고, 이 중 스무명이 수료증을 받으며 모든 일정을 마쳤습니다. 이제 민주노총은 청년조직가들과 함께 청년 민주노총을 만들어 갑니다.. 서로 다른 현장과 지역에서 일하다 만났지만 공감과 지지가 넘쳤던 청년조직가들의 후기를 한 주간 게재합니다.

 

김태훈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교육선전위원)

얼마 전 내 또래의 직장동료가 퇴사를 결정했다. 나는 그를 조직하기 위해 분투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에게 있어 함께 싸워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보다 이직이 더 큰 대안으로 보였던 것이다.

왜 자꾸 실패하는 걸까. 한동안 노력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생각에 힘들었고, 거듭된 조직화 실패에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고민의 와중에 2019 민주노총 청년조직가학교 소식을 듣게 됐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청년 조합원들이 참여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과 함께 정답이든 대안이든 아무래도 좋으니 그저 내 심정과 상황을 같이 나누고 싶었다. 고민 끝에 참가를 결심했다. 캠프에 다녀오고 나서는 담당자분의 후기작성 제안에 흔쾌히 동참했다. 조직가로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전국에서 모인 청년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아 있었다. 어색함도 잠시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자 이야기꽃이 피워졌다. 어떤 동지는 상근 간부로서 추진했던 사업이 잘 안됐던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또 학생신분인 동지는 학생자치와 학내 비정규직 문제에 개입하며 겪은 경험들을 얘기했다. 공무원노조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자신을 소개한 동지는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운 경험과 그 과정에서 겪은 상처를 이야기했다. 나는 이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분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조에서 한 명의 사례를 발표하도록 했는데, 조원들 모두가 한국지엠비정규직 상황을 얘기해달라고 했다. 단식, 고공농성 등 절박하게 투쟁하는 사업장을 알려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가 모아진 것 같았다. 그래서 모두 앞에서 우리 투쟁을 알려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시간을 배려해준 동지들에게 감사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번째 학교가 열렸다. 참가자들에겐 질문이 던져졌다. '민주노총은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각자의 생각을 종이에 채웠다. 변화를 갈망하는 청년 조합원들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한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총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야 한다.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기존 관행적인 방식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새로운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참가자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은 '변화'였다. 청년을 끌어안고 그들의 의제를 담아내는 민주노총이 되는 것, 청년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민주노총을 바라고 있었다.

100만 민주노총이라 일컫는 시대에 비정규직, 청년, 여성 가입은 늘었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업장의 청년들은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조직하는 것, 청년 당사자의 문제로 치부할게 아니라 민주노총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그들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그 방법은 무엇일까?

모두가 솔직하게 써내려간 고민들은 서로의 공감을 얻고 있었다. 동시에 민주노총이 떠안아야 할, 청년과 민주노총을 이어줄 당면한 과제가 끊임없이 등장했다. 각자가 자신의 사업장 문제에만 매몰되어 서로에게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면 나올 수 없었던 대안과 방향성이었다.

이번 청년조직가학교를 통해 소중한 동지들을 많이 만났다. 학교가 진행되는 내내 웃음도 끊이질 않았다. 짧은 시간 정이 많이 들었고 시간 내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내가 활동하는 인천지역에서 청년조합원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은 목표도 생겼다. 무기력한 내 자신을 발견할 때면 학교에서의 기억을 천천히 되돌아보며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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