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기준 상실한 일터, 기본부터 지킬 것 요구

민주노총이 11일 오전 서울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모든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각지대 노동자,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이 권리를 보장하고 노조할 권리를 확대하자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촉구하며 작은사업장 노동자 권리찾기에 시동을 걸었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은 서울 종로구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전히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이 시대의 또 다른 전태일들”이라며 “2020년 11월 전태일열사 50주기까지 사각지대 노동자,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노조할 권리를 확대하는 캠페인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태일열사 50주기인 2020년은 21대 총선과 민주노총 창립 25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민주노총의 ‘작은사업장 노동자 권리찾기’는 모든 노동자의 권리보장 의제를 사회적 요구로 드러내고, 작은 사업장 노동자 조직화 기반 마련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개선 등을 위해 진행된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작은사업장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4대 실현 의제’를 발표했다. ‘근로기준법 누릴 권리(맘대로 해고금지)’, ‘평등한 쉴 권리(연차 강제사용, 공휴일 유급휴일 적용 등)’, ‘안전하게 일할 권리(노동안전교육)’, ‘알 권리(근로계약서 서면교부, 취업규칙 게시, 월급명세서 교부의무화) 등이다.

올해 4월 민주노총 상담DB 분석결과 1년간 접수된 상담(78개 상담기관, 10,159건) 중 72%가 100인 미만의 사업장에 근무하고 있으며, 47.7%가 비정유직이고, 52%가 근속년수 2년 이하의 노동자로 나타났고 여성, 10대, 5인 미만 사업장, 단시간 노동자의 임금상담 비율이 높았다.

민주노총은 “작은사업장에서 일하면 부당함을 더 많이 겪게 됐다”며 “일터의 크기에 따라 권리의 크기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근로기준법 목적은 모든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향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노동자들이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별을 받아야 하는가. 사업장 규모에 따라서 그 어떤 노동자도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얼리, 봉제, 공단, 보육 등 작은사업장 노동자 당사자들의 현장 목소리가 이어졌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종로주얼리분회 김정봉 분회장은 “많은 주얼리 노동자들은 어떠한 물질로 작업하는지 몰라 건강이 우려된다고 대답했다. 사업장이 작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며 “사업장이 작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하고 있고, 4대보험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퇴직금조차 받을 수 없다.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해고 없는 주얼리 업종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화섬식품노조 서울봉제인지회 이정지 지회장은 “전태일열사의 정신을 이어서 설립한 청계피복노조 설립 49주년이 된 오늘 봉제노동자의 처지는 바뀌지 않았다”며 “지금도 봉제노동자들은 주 90시간을 넘나드는 장시간 노동과 4대 보험 사각지대에서 살고 있다”고 전했다.

반월시화공단 전기전자업종 노동자 지원사업단 ’전기전자119‘의 구인규 민주노총 안산지부 조직부장은 “반월시화공단 2만개 업체의 25만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그중에서 0인~10인 업체가 절반에 달하고, 15인 미만이 90% 가까이 된다. 300인 미만의 사업장은 손가락에 꼽고, 대부분의 사업장은 0~5인의 사업장”이라며 “전화상담을 해보면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근로계약서를 쓰지 못하고, 연월차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공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공개한 작은사업장 노동자 주요 상담 유형을 살펴보면, ’사업주 마음대로 연장근로‘, ’사업주 마음대로 근무조건 변경‘, ’연차사용 거부‘, ’산재은폐‘, ’주휴수당 체불‘, ’퇴직금 체불‘ 등이 있었다.

민주노총은 11월부터 연말까지 작은사업장 권리찾기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진행하고, 2020년 1월까지 작은사업장 노동자 상담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이 전태일다리에서 '모든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각지대 노동자,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이 권리를 보장하고 노조할 권리를 확대하자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이 전태일다리에서 '모든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각지대 노동자,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이 권리를 보장하고 노조할 권리를 확대하자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조합원이 요구안을 적은 펼침막을 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이 전태일다리에서 '모든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각지대 노동자,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이 권리를 보장하고 노조할 권리를 확대하자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각자의 요구가 적힌 펼침막을 보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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