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마석 모란공원서 '전태일 열사 추도식' 열려… 부산지하철노조 '전태일노동상' 수상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며 산화한지 49년이 지난 13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서 '전태일 49주기 추도식 및 제27회 노동상 시상식'이 열리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전태일 열사가 몸에 불을 붙인 지 49년이 흐른 2019년 11월 13일,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서 '제49주기 전태일 추도식·제27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식'이 열렸다.

전태일재단이 주최한 이 날 행사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전태일 열사는 노동자 해방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치면서 새 시대를 여는 첫 촛불이 되었다"며 "그때부터 우리도 전태일을 따르며 모두가 전태일이 되기를 바랐다. 자기 시대의 전태일이 되려 했다"라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이 이사장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지 49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당시 '시다'라 불렀던 어린 동지들이 여전히 비정규직노동자, 복수고용노동자, 알바노동자 등의 이름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하는 수 없이 다시 우리 모두가 전태일이 돼야 한다. 전태일처럼 촛불 하나가 되기 위해 여기 모였다"라고 덧붙였다.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은 "49년 전 열사가 분신했던 날, 박정희가 민주주의를 훼손했지만, 전태일이라는 새 촛불이 우리에게 왔다는 생각을 했다"는 말로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지난 49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노동 개혁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도 우리의 현실은 좋지 못하다"면서 "내년에는 열사 50주기다. 그때는 지금보다 한 단계 발전된 모습으로 추도식을 치르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근현대사 100년이 된 대한민국의 성장, 화려함, 풍요와 넉넉함 뒤에는 많은 노동자의 피와 땀이 있다. 그 한가운데에 50년 전의 전태일 열사가 있다"며 "촛불로 들어선 이 정부의 절반이 지나는 이때, 모든 개혁 정책이 길을 잃고 퇴행한다. 민주노총은 전태일 열사와 오늘 모인 분들의 마음을 모아 근로기준법을 사수하고 전태일 정신을 실현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을 시대적 과제이자 숙명으로 받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전태일 열사의 연대정신, 희생정신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 서민, 대중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은 현재 길을 잃고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오늘 49주기 추모제를 맞이해 다시 한 번 전태일 정신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트지회 지회장은 "전국에 흩어진 파리바게트 노동자들은 여전히 투쟁을 외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파리바게트지회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전과 달리 회사를 상대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 전태일 정신은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19년 전태일노동상은 부산지하철노조가 수상했다. 전태일노동상은 한 해 동안 모범이 되는 활동을 한 단체나 개인에게 시상한다. 전태일노동상 심사위원회는 "노동자에게 임금은 절대적인 삶의 방편으로 조금이라도 이를 올리려 하지 깎거나 양보하기는 어렵다"면서 "부산지하철노조는 자신의 몫을 나누는 방식으로 고용연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동료를 위하는 마음을 일컫는 '전태일의 풀빵정신'을 그대로 실천했다는 평가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2017년 부산지하철 1호선 다대선 연장구간을 개통하는 등 인력충원 없이 시설물을 확대했다. 노조는 시민안전을 보장하고 노동시간단축,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인력충원을 요구했다. 이에 통상임금 인정범위 확대에 따른 임금증가분 300억 원을 신규일자리 창출 재원으로 내놓았고, 내년부터 공휴일이 유급휴일로 인정되면서 발생하는 수당 70억 원도 양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지하철노조 조합원 3,900명이 내놓은 몫은 1인당 평균 1,000만 원에 달한다.

심사위는 "노동자와 사용자의 차별이 없는 모범업체를 만들려 했던 전태일의 풀빵사업처럼 부산지하철노조는 노동운동의 모범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임은기 공공운수노조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위원장은 "전태일노동자상의 의미는 많은 분들이 알 것으로 생각한다"며 "열악한 노동현장과 연대하고 사회적 약자와 함께 투쟁할 수 있는 노동조합, 사회적 의제와 함께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만들어가겠다"는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소선합창단의 추모공연 등이 더해진 제49기 추도식은 유족을 대표한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 씨의 인사와 참석자들의 헌화로 마무리됐다.

한편,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맞아 13일 오후 6시에는 청계천 전태일동상에서 광화문광장까지 걷는 '전태일에서 김용균으로 촛불행진'이 열린다.

풍물놀이 연구소에서 추도식 여는 공연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전태일 열사 추도식에 앞서 이소선 어머니를 향해 묵념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전태일재단 이수호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마석 모란공원에서 '전태일 49주기 추도식 및 제27회 노동상 시상식'이 열리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화섬식품연맹 파리바게트지회 임종린 지회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이소선합창단이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공공운수노조 부산지하철노조 임은기 위원장이 전태일재단 이수호 이사장으로부터 제27회 전태일노동상을 수상받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부산지하철노조 임은기 위원장이 수상소감 발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 씨가 유족인사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추도식 참석자들이 헌화 및 묵념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전태일 열사 묘역 인근에 마련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 묘역.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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