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자회사 전환 피해 고발 기자회견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안으로 선택한 자회사 전환 방침이 정규직 전환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른다. 70여일 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도로공사를 비롯해 인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국립대병원, 한국철도공사 등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화를 시행한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회사 전환 방침은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고 성토한다. 

민주노총은 20일 오전, ‘문재인정부의 자회사 정책 피해증언 기자회견’에서 “자회사 정책은 직접고용 회피수단”이라고 지적하며 “자회사 정책을 폐기하고 공공기관에서 상시지속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선 정부의 자회사 방침이 정규직화 방안일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엄진령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자회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이 미비한데다 고용불안 지속되고 있다”면서 “자회사 방식은 정규직화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거기에 더해 자회사가 원청인 공공기관의 지배력 하에서 인력을 공급하는 기관으로 작동하면서 불법파견의 요소마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자회사 정책으로 고통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자회사 정책 피해증언 기자회견'에서 "직접고용 회피수단 자회사 철폐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멀어지는 처우개선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공공기관 비정규직 자회사전환, 간접고용 해법인가?> 토론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에 응한 33개 자회사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은 11%수준이다.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임금인상률인 16%보다 낮은 수치다. 더구나 이는 관리직 임금을 포함한 조사라 현장노동자의 임금 인상 정도는 더 미미할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이는 자회사 역시 원청인 모기관과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본질적 문제인 것으로 파악된다. 강병원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자회사가 이윤을 ‘0’으로 계약한 경우는 전체 조사 대상 중 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30 곳의 공공기관 자회사는 모기업인 공공기관과의 용역계약에 이윤과 일반관리비 비중을 책정하고 있다. ‘인력공급 용역’이 목적인 자회사에서 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임금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공항공사의 자회사인 KAC 공항 서비스는 용역회사 시절 400%이던 상여금을 자회사 전환 이후 100%로 삭감했다. 나머지 300%는 기본급과 수당, 퇴직금등으로 산입해 임금의 총금액을 유지하는 것이다. 백종문 민주일반연맹 김포공항 지회장은 “임금과 처우 부분에서 용역시절보다 나아진 것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악화됐다”고 비판하며 “공항공사가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편법으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고용불안

 

고용불안 역시 이어지고 있다. 공공기관과 자회사의 용역계약이 대부분 1년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모기관의 예산감소, 정책변화 등을 이유로 계약해지가 이뤄질 수 있다. 일부 자회사는 용역 계약서에 ‘쟁의행위’가 일어나면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조항을 넣기도 했다. 엄진령 집행위원은 “노동자의 귀책이 아닌 이유로 노동자가 해고될 수 있는 간접고용의 고용 불안정성이 자회사에 내재돼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재유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은 “철도공사는 위탁업무 계약을 종료하면서 노동자들을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코레일 네트웍스는 철도공사의 자회사다. 철도공사의 사업방침에 따라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생사’가 결정되지만 정작 철도공사는 이에 대한 책임 소재에서 자유롭다. ‘위탁계약이 종료됐을 뿐’이기 때문이다. 서 지부장은 “최근 동해선 월내역의 운행사업을 종료하면서 위탁계약이 종료됐지만 정작 철도공사는 네트웍스의 노동자들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취지발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공공 ‘파견’ 기관 

 

정부가 애초에 목표했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방침’과는 달리 자회사 전환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자회사가 근본적으로 인력공급 용역회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엄진령 집행위원은 “정부정책의 이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자회사가 독립기관으로서의 성격보다 인력공급 기관의 성격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이 100% 출자해 외부에 인력공급업체를 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리랑 TV 미디어’,  ‘기보메이트(기술보증기금 자회사)’, ‘캠코시설관리(한국자산관리공사 자회사)’ 등 일부 공공기관 자회사들은 사업목적으로 ‘파견업’이나 ‘인력공급업’을 명시하고 있다. 

이들 자회사는 “자회사가 용역업체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독립적 형태를 취하려 하지만 엄 집행위원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원청인 모기관이 자회사의 사업계획, 예산편성, 사업조정 등 거의 모든 운영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의 경우 원청인 한국도로공사의 사장과 자회사인 도로공사서비스의 사장이 같다. 용역계약서의 ‘갑’과 ‘을’이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자회사는 간접고용 형태를 유지하는 것 말고는 어떤 이익도 없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원청인 모기관이 자회사의 경영과 인사 등을 다 지배하고 있는 구조기 때문에 경영 효율이나 조직운영, 서비스 제공의 품질 등 간접고용 구조를 유지하는 것 말고는 자회사 설립의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통해 “노동존중의 인사관리 원칙을 정립하고 정규직 고용관행을 민간에 확산”하겠다는 취지를 밝힌 바 있다. 같은 문서는 “자회사를 통해 용역계약 형태 운영을 지양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이같은 원칙을 스스로 폐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공공부문의 상시지속업무 직접고용은 이 정부가 출범하면서 스스로 밝힌 원칙”이라며 “자회사 정책을 폐기하고 직접고용을 하는 것만이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선 인력공급형 자회사는 모기관 직영화 할 것과 상시지속 업무의 즉각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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